잔잔하고, 강한 메시지.

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꽃섬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꽃섬이라는 말이 그냥 듣기로는 얼마나 이쁜 말인가.
그러나 꽃섬은 말자체에서 주는 분위기와는 달리 쓰레기매립장이다.
쓰레기매립장에서 비닐하우스 같은 집을 짓고, 쓰레기에서 나오는 옷을 주워다 입고,
돈이 되는 것을 주워다 팔면서 하루 하루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삶의 가치, 중요성을 환경만 가지고 논할 수는 없지만
그곳에서 사는 어린 딱부리의 삶이 참 가엽고 안타깝다.
가족이 아닌 여러 사람이 뒤엉켜 살면서 술, 도박, 싸움하는 사람들을 매일같이 보고,
엄마와 같이 쓰레기매립장에서 이것 저것을 주워 생계를 유지하고.
조금이라도 시내쪽으로 나가려면 냄새나는 자기를 피하는 사람들이 있고.

 

쓰레기매립장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다리 하나만 건너면 엄청난 아파트에,
우리가 문명이라고 부르는 많은 것을 누리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동시에 여러가지가 버려져서 쌓여있는 쓰레기매립장이 있다.


문명이 발달한 그 곳도, 꽃섬에서 살아가는 그들도 모두 낯익은 세상이다.

자꾸 쓰고, 버리고, 쓰고 버리고 하는 욕망의 잔해와 폐허를 대표하는 듯한 쓰레기매립장이
결코 단순한 폐허장이 아님을,
생각없이 만들어서 쓰고 버리는 요즘 세상때문에 더 거대해지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함이 든다.

결국 그곳도 우리가 살고 있는 한 세상이고, 우리와는 전혀 다른 낯선 곳이 아님을
작가는 꽃섬의 사람들을 통해 보여준다.


"세상에 니들만 사는 줄 아냐?"라는 절규가 분위기의 최고조에 이르러
내 마음에 닿는 것은 아마 나도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었기때문일 것이다.
버려진 문명의 이면을 나도 함께 무시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낯선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다른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꽃섬에서의 치열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씁쓸하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어린 딱부리의 조금은 꿋꿋해보이고, 생각보다 우울해하지 않는 성장기를 통해서
작가는 그래도 희망을 보여주면서 결론을 맺고 있다.

 

황석영 작가님의 잔잔하게 읽히지만 그 안에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특징을 생각한다면 역시 이 책도 그렇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세상, 살고 있든 곳이든, 상관없다고 무시하는 곳이든
그 모두는 결국 낯익은 세상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