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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시간들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4월
평점 :
'새 옷을 입고 뛰어보자 팔짝"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표지도 표지지만 쌍둥이 자매 작가가 동시에 출간한 책이라는 것도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다양한 이별을 경험하지만
책 속의 주인공인 오주도 여러가지 이별에 심신이 지쳐있다.
이런 상황에 머피의 법칙이 적용이라도 한 것처럼 세탁기마져 고장나서 귀찮아지게 빨래방에 가게된다.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되고, 그들과 소통하면서 점점 빨래방에 가는 것을 자기도 모르게 즐기게 된다.
빨래방에서 사연도 각각인 엉뚱한 사람들과 새로운 만남을 가지면서,
또 그속에서 아쉬운 작별도 하면서
오주는 상처받은 마음들을 조금씩 치유하고, 점점 자신의 감정을 되찮게된다.
빨래방에 모여 옷이 세탁이되고, 탈수가 되고, 마를동안 그렇게 옷의 시간들이 흘러가는 동안 그들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것이다.
빨래방에 들어갈때 더러운 옷들과 상처받은 마음들이 빨래방을 나올때는 깨끗한 옷과 치유되는 마음들로 바뀐다.
그래서 오주도 또 다른사람들도 자꾸 빨래방에 가는 것일테지.
알고보니 집에 세탁기가 있어도 빨래방을 찾는 그들의 마음을 알게되는 순간 사람에 대한 짠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과의 관계와 이별이 힘든 상태에서 우연히 빨래방에 가게된 것인데 그곳에서도 역시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한다.
그러면서 치유가 되듯이 인생은 사람과의 만남과 소통, 그리고 이별이 계속 반복되는 과정인 것 같다.
그속에서 상처도 받고, 또 다시 치유가 되고, 다시 상처받고, 또 치유가 되고.
누구나 겪어보고, 고민해봤을 '관계'라는 것에 대해 무겁지 않게 재밌게 읽을 수 있었고,
술술 읽히지만 마음을 짠하게 하는 여운도 있었다.
우리집에도 오래된 세탁기가 있지만 아직까지 고장 한 번 없이 잘도 돌아간다.
빨래방에 가서 치유받을 마음이 없다고 생각되서 고장이 안 나는 것일까?
아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이상 고장이 나면 빨래방에 갈 시간도 없이 바로 새로운 세탁기가 들어올 것 같다.
한밤중에 빨래방에서 모이는 그들의 옷의 시간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