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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시대
장윈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책에 관심갖는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박범신" 작가님때문에 관심갖게 된 책이다.
중국작가의 책을 많이 접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박범신" 작가님과 "최초 한중 동시 연재"라는 문구만으로
관심 갖게 된 책이니 장윈 작가님은 박범신 작가님께 고마워해야 하는건가?
3명의 인물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인물들 안에는 공통적으로 "시"가 존재한다.
시를 좋아해 시인까지 좋아하게되었지만 그래서 단 하룻밤으로 그 아들을
키우며 평생 그리워했지만 나중에 엄청난 진실을 알고 쓰러져갔던 여인 천샹과
시인이지만 시에 대한 자신의 마음에 혼란스러워하는 남자 망허,
그리고 시에 대에 끊임없는 동경을 가진 여인 예러우.
그들은 서로의 사랑과 시에 얽히면서 상실감과 배신, 슬픈 비극을 보여준다.
인물 중 누구하나 이해하려고 해도 그들의 심리에 행동에 나를 온전히 들여보낼 수는 없었다.
시가 좋아 시인을 좋아해서 평생 그렇게 살았던 천샹도 답답했고,
시원하고 똑부러지게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않는 예러우의 모습도 화가났고,
너무나 즉흥적인 망허의 모습도 실망스러웠다.
"시의 시대"라고 불리는 1980년대 중국의 시대상을 생각하고나서야
어디를 가나 한명쯤 시인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있었다는 환경을 생각하고나서야 조금 더 그들이 이해되었다.
평범한 일상속에서 시와 사랑을 이야기하고, 그 찰나가 마음에 남아 평생 살아갈 수 있었던 그 시절.
작가는 '시의 시대'가 주는 그 낭만과 사랑과 순수를 그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나보다
지금은 잘 상상이 되지 않는 시와 사랑을 통한 순수의 시대를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은 느껴본다.
아마 우리의 예전 통기타세대에 다같이 모여서 노래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인생을 고민하고,
철학을 이야기하고 그런 시대가 영향을 주었던 거랑 비슷한 맥락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책을 통해서 살아보지 못한, 실제로 느껴보지 못한 시대상을 느껴보는 것
아주 많이 공감을 할 수는 없지만 내 마음대로 느낌을 상상해보는 것.
그래서 그 상실감과 비극을 맛보는 것.
그리고 다시 현실로 빠져나와서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80년대 중국에서 누구나 걸었던 그 순수의 시대를, 순수의 마음을
'길 위의 시대'로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