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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추리 소설이라는 점에 비추어 언뜻 봐서는 알 수 없는 제목이 매력적이다.
이 책은 5개의 리들 스토리(riddle story)가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구조인데,
리들 스토리란 판단을 독자에게 맡기고 결말을 쓰지 않는 소설을 말한다.
즉 결말이 없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결말이 없는 이야기를 선호하지 않는 편이지만 결말이 없는 각각의 이야기들이 합쳐져서
다시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구조가 정말 독특하고, 신선하다.
또 그 이야기들이 20년전의 한 사건에 대한 비밀을 담고 있어서 추리 소설다운 흥미유발도 좋다.
각각의 이야기로도 흥미진진하고, 전체 이야기의 구성으로도 점점 퍼즐이 맞춰지듯 몰입하게된다.
리들 스토리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작가는 잠깐씩의 공간을 준 후 각 이야기에 단 한 줄의 결말들을 제시해 준다.
읽는 순간 궁금증이 확 풀려버린 것도 잠시 그 결말은 오히려 혼돈을 일으킨다.
차근 차근 짜맞추면서 전체 그림을 그려가고 있었는데
순서가 뒤집히는 듯한, 그래서 이야기 자체가 달라지는 듯한 느낌때문에 잠시 멍한 상태가 되었다.
추상오단장의 "추상"은 추억, "오"는 숫자 5, "단장"은 짧은 이야기정도로 보고,
20년전 사건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글들로 분위기는 몰아가지만
난 왜 딸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사랑이 느껴졌을까?
자신의 억울한 누명의 진실을 밝히고, 끝까지 떳떳하고자 했던 아버지가 아닌
죽어서까지도 딸의 상처를 보듬고, 딸을 지키키 위해 준비해놓았던 이야기들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짠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 누구를 범인이라고 할 수도 없고,
정말 죽이려고 했던 의도인지, 살리려고 했던 의도인지도 나름의 판단이겠지만
오히려 모든 것이 정확히 보였다면 감흥이 덜 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예전에는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단순히 긴장감과 반전, 트릭만 있어도 재밌게 읽었는데
요즘에는 추리소설이 가지는 읽을때의 재미는 물론, 독특한 구조라든지, 여운같은 것도
많이 느낄 수 있어서 더 좋아하는 장르가 되었다.
이 책도 추리소설로서의 재미와 함께 처음 접해본 리들 스토리란 구조가 더욱 강점을 발휘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