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미끈거리는 슬픔
류경희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어느날 나에게 알지못하는 누군가로부터 메일이 전송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특정 사이트에 들어와서 나만의 공간에 무언가를 적으라고 한다면 난 과연 어떤 것들을 적을 수 있을까?


궁금하고, 의심스럽고, 누가 보낸것인지도 모르니 아무런 것도 적지 않을까?
아니면 반대로 서로 누군지 알지 못하니 나의 모습을 그대로 다 드러낼 수 있을까?


 

물고기 아이디를 가진 서로 알지 못하는 6명이 어느날부터 메모리박스에 자기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다.
자신의 삶 이야기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온라인이라는 익명의 공간을 이용하여 적고
다른 사람의 글도 보면서 6명은 서로 알게모르게 소통하게된다.


6명의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어찌나 다 그렇게 처연하고 씁쓸하고, 안타깝던지
아픈 상처 없는 사람 하나 없다고 하는 말이 딱 맞다 싶다.



메모리 박스에 허심탄회하게 적으면서 마음이 위로가 되고,
보잘 것 없던 인생이라고 생각되던 것들에 대해 존재가치가 느껴진다면 그것도 하나의 상처 치유 방법이 될 것이다.


도대체 누가 그들을 메모리 박스에 초대한건지,
어떤 비밀이 숨겨 있는건지 아니면 단순히 익명의 6명에게 소통의 공간을 마련해준 것뿐인지
밝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의 아픔에 동화되고 있었다.


 

그러다 조금씩 밝혀지는 메모리 박스의 정체.
전혀 알지 못하는 그들이였기에 그들이 그렇게 연결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놀라웠다.
조각난 퍼즐이 하나 하나 맞춰지면서 완성되었을때는 그녀의 시선으로 다시한번 이야기를 완성시킬수 있었다.

 

정작 메모리 박스에 추억과 기억을 남기고 싶었던 사람은 그녀가 아니였을까?
누구보다 가장 소통의 공간의 필요했던 사람은 바로 그녀가 아니였을까?


 

아픔을 가슴 안으로 들이기만 하고, 점점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나는 우리들에게 저자는 그녀를 빗대어
소통의 장을 마련해주고 싶었나보다.
상처를 안고 의미없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얼마나 큰 위로가 되고 존재가치를 느낄 수 있는지 그녀를 통해 소통하게 된 6명을 보면서 느끼길 바랬을 것이다.


 

차고 미끈거리는 슬픔은 어쩌면 우리가 겪은 아프고 힘들었던 일 자체보다
그 아프고 힘들었던 일을 가슴안에만 묻고 점점 더 소통없이 혼자 지내려하는 현재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차고 미끈거리는 느낌. 왠지 상상조차 하기 싫은 불편한 느낌이다.


 



 그 곳에 내 기억들을 적게 될 거야. 내 삶의 줄에 꿰어져 있을, 목에 걸린 생선가시 같은 고통과
 작고 예쁜 알사탕 같은 자잘한 행복에 대해, 후회와 상처와 아쉼에 대해.
 그러다 보면 무의미해 보이던 내 삶에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기억을 퍼 올리다 보면, 잊고 있던 기억들의 목은 때를 벗겨내 들여다보고 있으면 흐릿하던 내 존재가
 조금은 또렷해지지 않을까. - 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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