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의 전작을 재밌게 읽어서도 그렇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압구정이라는 그들만의 영역의 이야기를 스릴러 장르에 어떻게 풀어냈을까 하는 생각에 기대감으로 시작했다. 압구정 소년들 4명과 함께 어울리는 소녀 3명.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그들이 타임머신을 묻을 때부터 뭔가가 심상치 않았다. 그녀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논할때부터 난 어렴풋이 그가 범인일꺼라는 생각을 했다. 중간에 의외의 인물이 나타나면서 혼동했지만 그래도 나쁜 사람에 대한 적개심 때문인지 계속 그를 의심했었다. 만약 범인이 존재한다면 그여야 한다고, 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혼자서 결정해버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범인이였지만 진실을 파헤쳐가는 등장인물을 따라감에 따라 긴장감과 재미로 점점 깊이 빠져들었다. 점점 밝혀지는 진실 앞에서 그들의 사랑이 참 안타깝기도 하고, '이런 사랑이 있을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어쩌면 모든 것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는 범인이라고 생각했던 그에게 한없는 원망감이 들었다. 그렇게 아련하게, 안타깝게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 엄청난 마지막 반전은 또 무엇인가? 범인이라고, 나쁘다고 한없이 욕했던 그의 진실과 사랑이 밝혀지면서 그의 존재가 다시 보였다. 그녀를 정말로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사람. 나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랑을 보여준 그사람. 그의 사랑이 참 대단하지만 또 참 아프다. 이재익 작가님의 "카시오페아 공주" 단편 소설을 읽을때도 다양한 감정 여행을 했었는데 스릴러 장르의 장편 소설인 이 책도 이야기의 흐름에 푹 빠져서 스릴러 적인 요소도 충분히 느끼다가 아련한 감정까지 느끼게 되는 책이었다. 왠지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제목과 재미로 시작했던 책이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는 여러가지 느낌을 전해준 책이라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 이재익 작가님의 다음 책도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