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아이
김민기 지음 / 은행나무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책의 제목부터가 이 책을 읽는내내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되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잃어버렸을때의 느낌이란건 난 감히 상상도 못하겠다.
그 고통이 어느만큼인지,그 아픔을 이해한다고 감히 말하지도 못하겠다.


 

금쪽같은 어린 딸이 유괴를 당해서 처참히 유린당한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을때의 느낌은 어떨까?
타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나도 폭발할 것 같은데 당사자의 고통은 그 상황을 제정신으로 바라볼 수 없을 것 같다.


그렇게 처참하게 딸을 잃은 엄마가 어떻게 멀쩡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자신때문에 죽었는지도 모르는 딸에게 한없이 미안해서 어떻게 제정신으로 버틸 수가 있겠는가?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을 것이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정신을 놓아버렸을 것이다.


 

그 사건으로 딸을 잃고, 부인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그 순간 아빠이자 남편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부인을 돌보고 마음을 추스르고 딸의 명복을 빌어주는 일?
아니다. 그건 너무 위선적이다.
어떻게든 아주 처절하고 잔인한 복수를 해야한다.
자신의 잘못을 조금도 뉘우치지 않고, 오히려 계속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는 범인에게 복수해야 한다.


 

제 3자의 입장이 되서 그를 격려하고 산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냐며 힘을 주고 싶었지만
저자의 문장은 나로 하여금 딸을 잃은 아빠의 마음을 갖도록 이끌었다.
문장 하나 하나에 나도 같은 심정이 되서
범인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 처절하게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통스러웠다.


 

딸의 시체가 발견된 곳에서 그가 마지막 힘을 쏟는 순간
난 아이러니하게도 '좀 더 좀 더'와 '그만해 그만해'를 동시에 외치고 있었다.


 

분노로 복수를 다짐하던 그가 소녀를 통해 점점 용서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죽은 자신의 딸이 바랄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결심했을때는
결국 책을 읽으면서 참았던 분노와 슬픔과 안타까움과 고통이 한순간에 눈물이 되어 터져버렸다.
분노로 인해 속에 꾹꾹 참고 있던 용서가 표출됐을때 나도 모든 걸 함께 놓아버렸다.



화나고 분하고 억울한 상황이 담긴 여러책을 읽었봤지만
이 책만큼 저자가 심리상태를 문장 그대로 드러내서 나도 함께 고통스러웠던 적은 드물었던 것 같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용서.
미워하지 않는 것이 용서가 아니다.
그 마음을 온전히 다 내려놓을 수 있어야 비로소 용서인 것이다.

 



 반장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약 예은이가 반장님 딸이라면, 세상을 다 주어도
 바꿀 수 없는 하나밖에 없는 딸이라면...
 반장님은 남아 있는 삶을 어덯게 살겠습니까? 남아 있는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
 지나간 모든 것들을 흔적도 없이 지우시겠습니까? 너무 고통스러워서, 이젠 그 고통을
 잊기 위해서 새로 태어난 것처럼 살겠습니까? - 137p


 

 예은이는 이 한선재의 딸이지 김 실장의 딸이 아니라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김 실장은 한선재라는 인간의 아픔은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예은이의 아픔은 깊이 생각할 수 없는 거야.
 생각을 한다 해도 그건 감상일뿐이야. - 1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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