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
신란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풍장.
사체를 매장하지 않고 옷을 입힌 채 또는 관에 넣어 공기 중에 놓아 두는 장례법.


 

여자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는 표지를 보고
제목의 "풍"은 바람 풍 일거라 짐작했지만 "장"은 무슨 뜻일까 궁금했다.
찾아보면 왠지 중요한 것을 미리 알게되버릴 것 같은 예감에 그냥 읽기 시작했다.


 

이쁜 사랑을 하고 결혼한 중국인 부부인 서원과 커쥔.
결혼한지 100일도 채 안되서 그녀의 남편은 군의관으로 전쟁터인 티베트로 가게된다.
얼마 후 실종사했다고 연락이 혼다.
그러자 그녀는 단 한순간의 흔들림도 없이 남편을 찾아 티베트로 떠난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남편을 찾아서, 그것도 전쟁터 속으로 그렇게 갈 수 있는건지 모르겠다.
남편을 찾다가 오히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는데,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역시 사랑의 힘이겠지?


 

그녀의 애절한 맘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힘든 고비, 위험한 고비를 잘 넘기고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들도 생기고, 함께하는 사람도 생긴다.
그렇게 남편을 찾아 티베트를 떠돈 시간이 무려 30년이다.
3달도 아니고, 3년도 아니고, 30년


 

포기했어도 진작 포기했을 시간이지만 그녀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계속 찾는다.
그쯤 했으면 충분하다고, 이제 그만 됐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녀의 마음을 알기에, 그 피가 끓는 애절함을 알기에 그져 힘없는 응원만 하게 된다.


 

"꼭 찾기를, 제발 어떻게 된 건지 사연이라도 알게 되기를'하며 나도 간절히 바랬던거 같다.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남편을 찾아 다닌 그녀는 드디어 남편에 대한 일을 듣게 되고,
결과는 예상했지만 그 과정을 듣고 나서는 나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밖에는 할 수 없었나' 하는 생각에 마냥 안타깝고
 그 순간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부인이 보고싶었을까 하는 생각에 짠하고
 그런 사실을 알게된, 남편이 남긴 편지를 보게된 그녀 생각에 마음이 더 아팠다.


 

그렇게 남편을 찾아 헤맨 티베트에서의 30년 삶을 마치고 무사히 중국으로 오지만
그녀가 떠날때와는 모든 것이 변해버린 중국이라서 가족도 찾지 못한다.
이제 그녀는 또 어디를 헤매야 하는 것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애잔하고 안타까웠던 책이다.
서원과 커쥔 부부의 깊은 사랑에 슬픈 마음을 안고 존경을 보내게 되는 책이다.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그녀가 참 위대해 보이는 책이다.


 



 사랑하는 원에게
 내가 오늘 돌아오지 못하면, 내가 어떻게 됐는지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게 전해주겠지.
 부디 날 이해하고 용서해주길.
 당신을 사랑해. 내가 천국에 갈 수 있다면, 당신이 무탈하게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보살피며 당신을 기다릴게.
 지옥에 간다면, 우리 두 사람이 살면서 진 모든 빚을 갚고 당신이 생을 다했을 때 천국으로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야.
 귀신이 된다면, 밤마다 당신을 지켜주고 당신을 괴롭히는 모든 혼을 쫓아줄게.
 갈 곳이 없다면, 난 허공으로 흩어져 당신의 모든 숨결과 함께 할 거야.
 고마워, 내 사랑.
 우리 둘 모두 잊지 못할 날에
          밤이든 낮이는 당신만을 생각하는 남편 커쥔이. - 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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