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 박지훈 독서 에세이
박지훈 지음 / 생각의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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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타인의 독서 목록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품고 있을 것이다.

나도 역시 마찬가지여서, 독서 에세이 신간을 접할 때마다 그 안에 어떤 책들이 숨어 있는지 가장 먼저 살피는 습관이 있다.

최근 내 눈을 사로잡은 독서 에세이!

바로 "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라는 강렬한 제목의 책이다.

이 제목은 독서 에세이의 본질을 완벽하게 포착하고 있다.

독서 에세이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그 속에서 언급된 다른 책들을 메모하고 찾아 읽게 되는 특성이 있으니,

그야말로 '책으로 시작된 불'을 끄기 위해 또 다른 '책'을 펼쳐야 하는 즐거운 순환을 담고 있는 샘이다.

이 책은 출판 담당 기자였던 저자가 회사를 휴직하고 미국에 머물던 시절에 쓴 글들을 엮은 것이다.

저자의 이력과 상황은 나에게 부러움 그 자체였다.

수많은 책을 접할 수 있었던 출판 담당 기자라는 직업적 배경.

회사를 휴직하고 미국에서 오롯이 읽고 쓰는 생활에 전념할 수 있었다는 시간적, 공간적 여유.

이 모든 요소가 합쳐져 저자가 얼마나 깊이 있고 사색적인 독서 경험을 했을지 짐작이된다.

이 에세이에서 만날 수 있는 책들은 문학, 철학, 역사, 과학, 경제 등 매우 다양한 분야다.

총 서른네 권의 책에 대한 감상과 깊이 있는 논평이 곁들여진 서평은 독자에게 풍성한 지적 자극을 선사한다.

나는 독서를 '재미' 위주로 하는 편독쟁이여서 서른네 권 중에서 읽어본 책이 단 네 권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내가 얼마나 좋은 책들을 많이 놓치고 있었는지 깨닫게 해주었고,

더 다양하고 좋은 책들을 읽어야겠다는 강한 다짐을 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세상에는 읽어야 할 좋은 책이 참 많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하고 설레는 마음을 갖게 된다.

저자의 글은 깔끔하면서도 깊이가 있어 쉽게 넘기지 못하고 더 꼼꼼히, 더 천천히 읽게 만들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사유로 이어지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글 속에서는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며, 바른 삶에 대한 뚜렷하고 단단한 마음가짐이 전해져 온다.

저자의 진솔한 사색이 담긴 글과 그에 어울리는 책들의 만남은, 독자로서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을 한없이 늘려가는 결과를 낳았다.

책 제목이 예언하듯, "이 책에서 시작된 '읽고 싶은 불'"을 끄기 위해서는 곧바로 그 책들을 찾아 읽어야 할 것 같다.

또 좋았던 부분은 책 이야기 속에 간간히 스쳐 지나가는 책들을 "꼬리 잇는 책"이라는 이름으로 따로 언급해주는 점이었다.

이는 독서의 연결고리를 제시하며, 언급된 책들을 함께 읽으면 지적 시너지를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주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그 멋진 제목만큼이나 독자에게 새로운 독서의 불씨를 심어주는 소임을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이 책이 시작한 불을 끄기 위해 또 다른 책을 펼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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