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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장강명 외 지음 / 북다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한강을 주제로 한 일곱 편의 단편이 실린 『앤솔러지 한강』.
관심 있는 작가님들이 대거 참여한 만큼, ‘한강’이라는 동일한 키워드를 어떤 시선과 상상력으로 풀어냈을지 궁금했다.
이 책에는 정말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한강을 습격한 청어떼의 수뇌부가 사실은 인어라는 기발한 설정,
한강이 보이는 집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이혼 후 아들을 그리워하며 한강을 달리던 중 소녀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
한강변 카페에 매번 등장하는 젖은 머리의 여자와 그 주변을 서성이는 노숙자의 미스터리,
주인을 구하는 개 ‘강태풍’의 이야기,
자신의 시나리오를 훔쳐 할리우드로 진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폭주하는 작가의 이야기,
그리고 인공지능 ‘해모수’의 시험운항 잠수함 속에 설치된 폭발물을 둘러싼 서스펜스까지.
판타지, 스릴러, 휴먼, 호러,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가 한데 어우러져 ‘한강’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전혀 다른 결을 가진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 덕분에 한 편 한 편 빠르게, 그리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은
정해연 작가의 〈한강이 보이는 집〉,
그리고 차무진 작가의 〈귀신은 사람들을 카페로 보낸다〉였다.
〈한강이 보이는 집〉은 정해연 작가 특유의 스릴러 감각이 잘 살아 있었고,
한강이 보이는 집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통해
겉보기엔 부러움의 대상인 삶도 내면의 불행을 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지금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귀신은 사람들을 카페로 보낸다〉는 호러적인 긴장감 속에서도
마지막 반전에서 뜻밖의 감동을 안겨준 작품이었다.
무섭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 오히려 여운과 따뜻함이 함께 남았다.
한강을 가까이 두고 오래 살아왔지만,
그동안 나는 한강의 노을이 예쁘다거나 뷰가 좋다는 생각만 해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누군가에겐 한강이 그리움을 달래는 공간이자,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욕망과 상처의 상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인어가 살거나, 인공지능 잠수함이 등장하는 상상조차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각기 다른 시선으로 그려낸 일곱 편의 이야기들은
오래도록 흐르는 한강 위에 켜켜이 쌓인
사람들의 삶, 기억, 감정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조용히 흐르는 강물처럼,
『앤솔러지 한강』 속 이야기들도 마음속 어딘가에 잔잔히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