큔, 아름다운 곡선

큔, 아름다운 곡선 ㅣ 자이언트 스텝 1
김규림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6월

신인 작가의 첫 책을 소개하는 "자이언트 스텝" 시리즈의 책으로 만나게 된 <큔, 아름다운 곡선>.

SF라는 장르라는 것을 알고 보는 책 표지의 첫 느낌은 차가움이였다.

분명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로봇을 떠올리게 했고, 기계라는 느낌의 딱딱함이 다였다.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바라본 표지는 안쓰럽고, 안쓰럽고 또 안쓰러웠다.

인공지능 로봇을 만드는 회사 "샴하트"에서 어쩔 수 없이 일하게 된 "제이".

안드로이드 엄마때문에 상처를 가득 안고 살아가고 있는 어느 날

인간형 안드로이드 "큔"이 집에 와서 함께 살게 된다.

그 모든 것을 원한 적이 없었기에 "제이"는 "큔"을 멀리하게 되지만

학습형 지능 로봇, 인간형 안드로이드는 "제이"를 바라보며 학습하고, 느끼고, 보듬고, 도와준다.

"제이"와 "큔" 서로에게 점점 소중한 존재로 자리잡게 되었는데

인간형 안드로이드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시위가 벌어지고, 여론이 악화되자

공동정부에서 인간형 안드로이드 출시를 금지했고,

"큔"은 낡아가는 부품, 배터리등을 구할 수 없으니 인간처럼 유한한 삶을 살게 된다.

"큔" 혼자 존재하느니, 유한한 삶을 사는 "제이"와 함께하는 유한한 삶도 나쁘지 않을까 싶었지만

"큔"에게 유한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였다.

그런 사건들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했고, 막상 그렇게되고 나니 혼란스러웠다.

처음에는 그저 로봇, 기계로 여겨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그렇지만 일반 물건에도 오래도록 애정을 쏟으면 소중해지는 법인데

"인간형 안드로이드"라는 사실만 배제하고 본다면 사람과 별다른 것이 없는데 소중해지지 말라는 법이 있겠는가?

"큔"을 살리기 위한 "제이"의 간절함.

내가 "제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결국은 기계라는 생각때문일까? 아니면 인간으로서의 삶에 대한 욕심때문일까?

이야기에 푹 빠져 술술 읽으면서

로맨스같은 그들의 사랑이야기에 공감하기도 하고,

SF로서 휴먼과 로봇을 생각해보기도 하고,

인간의 이기심, 진리, 믿음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책을 덮으면서 떠오른 건, 다시 전원이 켜지고 반갑게 재회하는 그들의 모습이였다.

앞으로의 세상은 과연 어디까지 뻗어나갈까?

“경이로운 경험이거든요. 나에 대해 끊임없이 관용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 147p

당신은 미래에 빚진 게 없어요.

그런데도 미래에 벌어질 일을 미리 예상해서 채무라도 갚듯 현재의 기쁨을 희생하고 있네요.

그렇게 한다고 미래의 당신이 고마워할까요?

미래의 고통들은 해결돼 있을까요?

그러지 말아요.

현재를 충만하게 살아요.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아파하고요.

그 대상이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간에요. - 151p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