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을 더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재영 책수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책 수선가라는 직업이 있었나?'

'책을 수선할 수 있는 거였나?'

이 책을 발견하자마자 든 생각이였다.

그리고 당연히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수선한다는 것도 신기한데

책 수선가라는 직업도 신기한데

그 기록이라니,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재영 책수선"을 운영하는 저자가 그동안 책 수선 의뢰를 받았던 책들을 기록한 책이다.

물론 중간에 저자가 작업하면서 쓰는 도구 소개도 나오고,

저자가 강연했을 때의 에피소드도 나오고,

앞으로 수선을 기다리는 책들에 대해서도 나온다.

외국에서 아트북과 제지를 전공한 저자는 운좋게 책을 수선하는 일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 경험은 저자에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고, 

지금은 이렇게 "책 수선가"로서 독립적인 공간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나도 책을 좋아해서 점점 소장하는 책이 많아졌고,

그 양이 많다보니 책을 보관할 수 있는 서재, 집이 넓었으면 좋겠다라고만 생각했지

상태가 안 좋아졌거나 색이 바랜 책들을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아마도 아주 오래된 고서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니 얼마든지 '헌책방이나 출판사를 통해서

구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과 '낡았으면 낡은대로 그냥 가지고 있어야지 뭐'하는 생각만 있었던 거 같다.

이 책에 등장한 책들, 저자에게 책 수선을 맡기러 온 책들을 하나하나 보니 정말 대단했다.

선물 받아서 오래도록 갖고 있던 책, 할머니의 유품 책,

친구와의 소중한 여행 기록 책, 열심히 모은 좋아하는 작가의 책,

여행가서 사왔던 추억이 담겨있는 책, 오랜 앨범,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책,

몇 대째 내려오는 책등 정말 하나같이 너무나 다 소중하고, 대단한 책들이였다.

그러나 의뢰한 책들의 사진을 보는 순간

'헉! 이걸 어떻게 수선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상태가 말이 아니였다.

색상이 바랜것은 일반사고, 표지가 헤지기도 하고, 표지가 아예 뜯어지기도 하고, 

책등이 다 떨어져서 너덜너덜하기도 하고, 페이지에 곰팡이가 있기도 하는등

정말 폐지라고해도 믿을 수준의 책들이 대부분이였다.

그런데 곧 눈을 의심할 만한, 정말 마술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수선을 마친 책들의 사진을 보는 순간, 

'이건 기적이다'라는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았다.

책의 수선 전과 수선 후의 사진을 보면서 감탄할 수 밖에 없지만

더 큰 감동은 이 책들에 담긴 의미를 그대로 살려냈다는 것이다.

저자는 단순히 책의 상태를 좋게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뢰인의 요청을 꼼꼼히 듣고, 충분히 서로 상의도 하고,

책이 가진 의미에 따라, 책의 목적에 따라 어떻게 수선할 것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때로는 의뢰인들의 요청에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한다.

이렇게 의뢰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 후

시간과 정성을 들이니 놀라운 결과물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수선이 된 책들은 의뢰인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소중한 추억을 찾아주었고,

앞으로의 행복을 안겨주었다.

다양한 사연들의 책에 감동하고,

수선 전 후의 사진들이 있어서 눈으로 직접 보는 재미도 있고,

책 수선가라는 직업에 대해 조금은 알 수 있었던 흥미로운 책이였다.

나도 내 인생 첫 영한사전을 의뢰하고 싶은데 아쉽게도 몇 년 전에 이사하면서 잃어버렸다.

그 소중한 추억을 되찾을 영한사전은 비록 눈앞에 없지만,

나는 앞으로 종이책을 더 많이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재영 책수선'이라는 든든한 백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