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문학을 잘 선호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복잡하고 긴 이름때문에 초반에 집중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읽다보면 점점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간략하게 부르면서 읽고는 하는데
그렇게 되기까지 흥미를 잃지 않기가 쉽지 않다.
길고 어려운 이름때문에 집중을 못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흥미까지 잃어서
중간에 덮어버린 적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단편이 실린 이 책이 부담이 덜 했던 거 같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사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시의 작가가 바로 이 책의 작가라는 사실을 알고 진짜 놀라고 반가웠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조금 더 친근하게 읽을 수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처음 "발행인의 말"을 제외하면 총 5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퇴역 군인이 총으로 결투를 거부한 사연인 "마지막 한 발",
사랑의 도피를 하려던 어느 연인이 눈보라때문에 막힌 "눈보라",
술에 취한 장의사의 꿈에 찾아온 죽은 영혼들 "장의사",
장교가 역참지기의 딸이 마음에 들어 데리고 도망간 "역참지기",
어느 귀족아가씨가 시골처녀로 분장했던 "귀족 아가씨"
일단 눈에 들어왔던 이야기는 "눈보라"다.
사랑의 도피를 떠나는 연인들 얼마나 멋진가?
도망가야한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겠지만 얼마나 서로 애틋했을까?
그런데 눈보라때문에 약속된 장소에 그녀는 나타났는데 그가 오지 못했다.
그녀는 그가 오지 않아서 다시 집에 돌아왔다.
아니 그러면 다시 또 함께 떠나야하지 않나?
이대로 포기한다고?
마치 허무소설의 끝을 본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다른 분위기라 인상 깊었던 "장의사" 단편이다.
이웃집에 초대되어 갔다가 직업에 대해 무시받아 기분 나쁜 나머지 술에 취하게 된다.
집에 돌아와서는 집들이에 자신의 고객이였던 사람을 부르겠다며 난리를 친다.
장의사가 자신의 고객이라면 죽은 영혼아니겠는가.
소원대로 자신의 고객이였던 죽은 영혼들이 찾아오고,
그중에는 관의 값을 속였다며 따지는 영혼도 있었다.
이 이야기도 결말까지 보면 조금은 허무하다는 느낌이 든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들이 허무소설같은, 결말이 뭔가 훅 끝나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결말부분에서 그냥 독자한테 툭 던진듯한 느낌도 든다.
사랑, 자존심등의 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들이 강하지 않다.
감정적으로 과하게 흘러가지 않고 담백하다.
그런 부분이 또 불편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매력을 주는 것도 같다.
사람에 휘둘리고, 환경에 휘둘리고,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의연하게 담담하게 잘 나아가라하는 것 같은 5개의 단편들.
러시아 문학에 대한 편견이 좀 있었는데 의외로 어렵지 않게
담담하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들이였다.
러시아 문학에 조금 더 관심이 생길 듯 하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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