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긴 여행을 했었어 - 소설가의 세계 여행 에세이
박재현 지음 / 미구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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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대학원 때 연구실 생활을 하면서 세미나 참여차 

일본, 영국, 프랑스에 가 볼 기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엄청난 기회였다.

비록 거의 하루종일 세미나 참석때문에 그 외의 시간이 많이 없었지만

세미나 일정이 끝난 후 잠깐 돌아본 것만으로도 그 때의 기억과 환희는 잊지 못한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나중에 직장인이 되어 돈을 벌게 되면 

시간날때마다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는 몰랐다.

직장인이 되어 돈을 번다고 해도 생각보다 여행을 잘 가지 못한다는 것을.


직장인이 되어 돈을 벌게 되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나지 않았고,

'좀 더 나중에 시간이 생기면 가지 뭐'하는 생각만 하게 되었다.

역시 이때도 몰랐다.

돈과 시간이 있어도 갈 수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생각해본다.

여행에는 돈과 시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용기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이렇게 여행에 목말라하고, 타의에 의해 못하는 것이 되버린 상황에서

'조금 긴 여행을 했었어'라는 제목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넓게 펼쳐진 물가에 너무나 자유스럽게 누워 있는 표지는 그야말로 "자유"를 외치고 있는 듯해서 더욱 끌렸다.


이 책에는 2년 동안 여행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는데

여행일정의 기록이 아닌 에피소드 중심으로 다양한 국가의 여행이야기가 등장했다.

위험할 뻔한 순간도 있었고, 사기같은 교통비 요구상황,

소개와 다른 형편없는 숙소 시설등 고난의 순간도 있었지만

친밀함이 생긴 여인과의 만남, 숙소를 제공해준 친구가 된 만남,

어떤 가족의 따뜻한 환대등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좋은 순간이 훨씬 많았다.


이 책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과연 혼자 낯선 곳에 가서 얼만큼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자는 솔직하고 열린 마음이였던 것 같다.

그 마음이 좋게 연결되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풍부한 여행이 되었다.

'아 여행은 정말 이렇게 해야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열린 마음이 부럽기도 했고, 

그렇게 솔직하게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저자가 대단해 보였다.


이 책의 특징중에 하나는 간결한 문체이다.

복잡하고 과한 미사여구없이 간결한 문장이 가슴에 팍팍 꽂혔다.

그러다보니 느낌들이 훨씬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동안 미사여구가 많거나 긴 문장을 주로 읽었었는지

이 책의 간결한 문장이 신선하게 다가올 정도였다.


일단 여행에세이는 뭐니뭐니해도 사진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글만으로도 충분히 재밌겠지만 사진으로 그곳의 분위기를 조금 더 느껴보고,

글로 느끼지 못한 색다른 것들을 사진에서 느낄 수도 있다.

이 책에는 그런 사진들이 엄청 많이 실려있고,

멋진 사진들도 정말 많다.

대자연의 사진을 보며 시원한 해방감을 느꼈고, 

사람이 담긴 사진을 보며 따뜻함을 느꼈다.

'이렇게 넓고 넓은 곳에서 참 좁게도 아웅다웅사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아둥다웅 힘들게 살아도 따뜻한 사람들이 많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저자는 2년간의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한동안은 여행의 추억으로

지루하지 않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저자가 한동안 지루하지 않게 살 정도가 아닌

행복하고, 힘을 낼 수 있는 평생의 추억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또 한번 생각해본다.

여행이 허가되는 시점이 오면 어디든 떠나리라.















출판사에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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