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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의 종 - 원자폭탄 피해자인 방사선 전문의가 전하는 피폭지 참상 리포트
나가이 다카시 지음, 박정임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8월
평점 :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일본의 항복을 끌어내기 위해
히로시마에 1차 그 뒤 나가사키에 2차로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다.
거대 버섯 모양의 원자폭탄 투하 사진을 많이 봤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딱 이 정도다.
이것으로 일본이 항복하고, 패전국이 되었으니
원자폭탄이 엄청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위험한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거 같다.
이 책은 나가사키 피폭자이자 그 후유증으로 죽은 의사가 쓴
원폭 보고서이다.
이미 전쟁이 발발한 상태의 나가사키의 모습,
원자폭탄이 폭발했을 때, 폭발 직후, 그 후에 일어난 구조 작업과 원자병에 대해
소설같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읽으면서 자꾸 '소설아니지, 이건 소설 아니지'라는 말을 되뇌일 정도로 끔찍했다.
아마 딱딱한 문체나 형식이 아니라서 더 소설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나가사키의 교수, 학생등은 수업을 하면서도
언제 치료자와 지원군으로 나설지 모르니 항상 대비 상태여야 했다.
누군가는 수업을 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집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곳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다.
사람들은 섬광을 잠시 보았을 뿐이다.
그런데 건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여기저기 시체가 널려 있었고, 목숨은 붙어있지만
죽어가는 사람들이 가득이였다.
저자를 비롯해 가까스로 산 사람들은 최대한 사람들을 구조해서 옮겼고,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헀다.
좀전까지 살아 있던 사람을 한 순간에 시체로 만난다면 그게 현실로 다가올까?
온전한 정신으로 버티지 못할 거 같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저자는 자신도 크게 다쳤으면서 의사라는 사명감으로
열심히 사람들을 구조한다.
단순히 폭탄도 무서운 것일텐데 이것은 원자폭탄이다.
폭탄이 터져 죽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후에 원자병이라는 상처를 남긴다.
원자병이 겉으로 바로 드러나는 것도 아니고, 잠복해 있는 곳도 사람의 신체에 중요한 곳이고,
영향을 끼치는 부위에 따라 그 후유증은 정말 상상초월이였다.
엄청난 무기를 사용하여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다고 두둔한다거나
살상 목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해 민간인이 너무 많이 죽었다고 욕을 한다거나
원자폭탄이라는 엄청난 것이 폭발하여 많은 것이 없어지고 죽었다고 두둔한다거나
엄청난 전쟁을 일으키고 오로지 피해쟈인냥 했던 것을 욕을 할 생각은 없다.
그것보다 전쟁 자체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 어떤 목적으로도 전쟁의 이유를 납득시킬 수는 없다.
원폭의 후유증으로 죽어가던 저자도 두 아이에게
전쟁은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할 것이라며 유언을 남긴다.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평화를 기원하는 '나가사키의 종'.
그 종이 다시는 전쟁으로 땅에 떨어질 일이 없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그 종을 볼때마다 마음속에 새기고 또 새겼으면 좋겠다.
저자는 이 책을 어떠한 가치도 없는 개인적인 수기라고 하지만
원자폭탄으로 부인도 잃고, 자신도 크게 다쳤으면서 , 억울하다거나 피해자라는 식의 호소를 하지 않는다.
슬프고 암울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전쟁"에 관련해서 언급한다.
그래서 더 현장을 보는 듯한 생생함이 느껴졌고, '전쟁'의 무서움을 떠올릴 수 있었다.
개인의 아픔보다는 '전쟁'의 무서움과 '평화'를 외쳤던 저자.
이 책을 읽어봐야 할 이유이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