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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여성작가 편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0 ㅣ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월
평점 :

책을 읽고 깊이를 보니 '한국문학수업'이라는 말이 더 와 닿는다.
읽기 전에는 각 시대별 대표작가에 대한 책과 인생을 살짝 이야기하는 책인줄 알았다.
물론 시대별 대표작가의 책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지 않고, 책 속의 인물이나 책에 반영된 작가의 삶, 책에 반영된 시대상, 그 책이 사회적, 시대적으로 갖는 의미,
책 주제등에 대해 조금 더 심도 있게 다루고, 무엇보다 장점만을 나열한 것이 아닌 단점도 서슴치 않고 언급되었다는 점에 놀랐다.
극단적으로 '단점'이라기보다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작품을 읽어본 박경리, 박완서, 공지영, 은희경, 신경숙 작가님과
이름은 엄청 들어봤지만 아직 읽어본 작품이 없는 전혜린, 황정은 작가님,
그리고 거의 모르겠는 강신재, 오정희, 강석경 작가님이 이 책에 실린 작가님들이다.
1960년대 전혜린 작가님은 작품도 작품이지만 '전혜린'이라는 텍스트가 그렇게 큰 의미를 갖는지도 몰랐고,
한국 최초의 독일 유학생이자 여성 독문학자인지도 몰랐다.
1970년대 박완서 작가님의 "나목"은
읽어보지 못한 작품인데 단순한 줄거리보다도 그 의미나 박완서 작가님만의 장점을 볼 수 있었다.
속물적 중산층의 일상을 거북스럽지 않으면서도 예리한 시각으로 드러낸다던지,
부정적인 면도 실감 나게 다룬다던지,
그동안 읽었던 박완서 작가님의 글에서 전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함이나, 예리하면서도 불편하지 않았던 것도
모두 이러한 장점들때문이였으리라.
1990년대 은희경 작가님의 "새의 선물"도 나 역시 재밌게 읽었던 책이다.
소녀의 성장소설이자 그 이야기를 통해서 감동을 느꼈었다.
그런데 정작 내가 성장소설로 읽었던 책이 "성장거부소설"이라고?
1970년대, 1980년대의 중요한 시대를 괄호 치며 책임을 회피하고 넘어가버린 점도 있다고 했다.
"회피", "거부"라는 단어로인해 의미가 너무 부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런 관점으로 한 번 생각해보면 그 부분의 이야기를 점핑해버린 듯도 하다.
성장소설이라고해서 시대를 빠짐없이 꼭 나열해야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갑자기 궁금해졌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2000년대의 신경숙 작가님의 "엄마를 부탁해"는 정말 난리가 났던 베스트셀러다.
나도 정말 재밌게 읽고, 감동을 받고, 주변에 엄청 추천했었다.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서 스스로 부각시키면서, 책 속의 자식들과 나를 동일시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게 다였다. 단지 줄거리에 몰입하고, 캐릭터를 동일시했다는 것.
경제위기와 가족해체의 시대에 이 작품이 어떤 의미였는지, 재밌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예상 가능한 에피소드였다던지,
한국문학과 사회가 반복하는 '신파'라던지, 그런 부분들은 생각도 못해봤다.
가장 최근 작가이면서도 읽어본 적 없는 황정은 작가님의 "계속해보겠습니다".
소설가가 뽑은 소설가, 문학상받은 소설가등 워낙 유명해서 서점에 가서 몇 번이나 책을 들춰봤는데
이상하게 그럴때마다 내용이 눈에 안 들어왔었다.
모든 사람이 좋다해도 내가 별로일 수도 있고, 같은 책이라도 잘 읽히는 타이밍이 있을 수 있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왜 그렇게 내 눈에 안 들어왔는지 알거 같았다.
'소설보다 시에 가까운 주관적 상상세계'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이유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무언가 공간적이고 시간적인 현실느낌이 아닌거 같았다.
황정은 작가님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독특하다, 신비롭다로만 생각했었는데 내가 왜 그런 느낌을 받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시대별로 여성 작가들과 그들의 대표작품들을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한국문학이 변해왔고, 한국문학을 바라보는 시점들이 변해왔는지도 조금은 알 수 있었고,
기존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콕 집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저자님의 생각을 바탕으로 내 생각도 얹어볼 수 있었고,
하나의 작품을 여러가지 시선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로쟈의 한국문학작품 남성작가편"은 어떤 작가들을 이야기해줄지, 같은 시대라도 여성작가들과의 차이점은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