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로 쓰고, 글로 싸우고, 글로 살아남은 25명 작가들의 삶 이야기.
이 책을 덮고 나니 마음속에 열정같은 뜨거움이 생긴다.
치열하게 삶을 잘 이겨낸 작가들에 대한 뜨거움과
그 작가들이 남긴 책과,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책들에 대한 뜨거움과
이 전체를 아우르는 독서와 글에 대한 뜨거움이다.


이 책은 "쓰다", "싸우다", "살아남다"로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 "쓰다"에서 소개되는 작가들은 글 쓰는 것으로 인생에 올인한 작가들의 이야기다.
자전적 소설같은 "연인" 책의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가난, 슬픔, 엄마의 학대, 알코올 중독등의 상처를 글쓰기로 이겨냈고,
"도리스 레싱"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공산당 작가 모임에 들어가기도 했다.
잘 알고 있는 "프리다 칼로"는 다시 읽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비아 플라스"작가의 자살은 충격적이였는데 삶의 전부였던 글을 쓸 수 없으니,
인생의 의미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2부 "싸우다"에서는 글을 쓰면서 정치에 관여하고, 사회의 감시에 저항하고,
부조리한 것들에 목소리를 내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얼마전에 읽었던 "빌러비드" 책의 작가 "토니 모리슨"이 인상깊었고,
엘리트의 길로 편한 삶을 살 수 있었을텐데 "수전 손택"의 미국 사회를 비판하는 행보도 눈에 띄었다.
아나키스트 박열의 동지였던 "가네코 후미코"의 인생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됐는데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했던 일들이 놀라웠다.


3부 "살아남다"는 글을 씀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버텨내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작가들의 이야기다.
고통과 아픔이 삶에 가득했던 박경리 작가님은 글 쓰면서 그 고통을 이겨내고
"토지"를 완성하심에 새삼 또 놀랐다.
예전에 통영 "박경리 문학관"에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 보관된 여러 물건들과
주변 곳곳에 작가님의 글을 새겨놓았던 바위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동물학자로 유명한 "제인 구달" 은 지금까지도 열정적으로 연구하고 강연하는 모습이 정말 대단했다.


여성이 글 쓰는 것은 그저 취미라며 무시하고,
아들에 비해 딸이라 교육의 기회를 제대로 주지 않은 부모도 있고,
사회적으로도 여성이라 곱지 않은 시선이 팽배한 환경속에서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과 환경속에서 꿋꿋이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쓴
작가들에게 저절로 존경의 박수가 나온다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힘들게 글을 써야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읽을수록 '글 쓰는 것 자체가 삶이었고 인생 그 자체였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25명이나 되다보니 아주 자세한 삶까지는 아니여도 중요이야기 위주로
그들의 삶을 이해하기에 충분했고,
그 작가들의 삶을 바라보는 저자님의 시선과 문장도 좋았다.
작가들의 사진이나 책 이미지, 관련 영화이미지등 다양한 사진들도 실려있어서
더 현실감있게 읽을 수 있었다.
잘 알고 있는 작가도 있었고, 몰랐던 작가도 있었는데
태어난 곳도, 시대로 달랐지만 "글 쓰기"라는 공통점으로 한계를 극복한 그들이 정말 대단했다.


이 책의 큰 장점은 작가들의 책과 작가에게 영향을 주었던 책들을 자연스럽게 글에 녹여넣었다는 것이다.
작가가 궁금해지니 작가의 책도 궁금해졌고,
그 작가에게 영향을 주었던 책이 궁금해져서 자동으로 위시를 늘려주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하나다.
25명 작가들의 책을 하나하나 찾아서 읽는 것.
그리고 조금 더 열정적으로 삶을 즐기는 것.

 

* 도리스 레싱
 - 평생 제일 좋았던 날은 책이 도착하는 날들이었다. - 25p
 - 서로 다른 것을 같은 것이라고 착각하거나, 그 차이를 분명히 알면서도 태연하게 거짓말하는
사람들과는 함께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 30p


* 프리다 칼로
 - 나는 나만의 현실을 그린다.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그림을 그린다 - 59p
 - 죽기 직전 프리다는 자기 작품에 짧은 인사를 남긴다. "인생 만세!" 스스로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의 말이었다. - 68p


* 실비아 플라스
 - 최악의 상황은, 이 모든 상황을 다 합친 것 보다 더 나쁜 상황은, 글을 쓰지 않고 사는 삶 - 84p


* 제이디 스미스
 - 구원은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지금 쓰고 읽는 것에 존재한다 - 94p


* 마거릿 애트우드
 -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고 살길을 모색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일관되게 글로 써 온 마거릿 애트우드 - 131p


* 글로리아 스타이넘
 - 어머니에게 일어났던 일이 개인적 원인 탓이나 우연적인 사건이 아니라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 141p


* 수전 손택
 - 부디 다 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 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그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148p


* 나딘 고디머
 - 자신이 누리고 있는 평범한 일상이 한없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부끄러움이 왜 자신과 같은 보통 사람들의 몫이 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폭력적이고 모순적인 제도가 사회를 분열시키고 인간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음을 자각하자 분노에 휩싸였다 - 170p


* 박경리
 - 한평생 많이 슬프고 크게 아팠던 박경리는 그 고통 앞에 굴복하지 않았다.
글을 써 내려가며 그 무엇에도 "눌리지는 않으리라는 독한 마음"을 지킬 수 있었다. - 19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