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들은 우리를 과거로 인도한다. 그것은 꼭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 때문만은 아니다. 그 책을 읽었을 때 우리가 어디에 있었고 우리는 누구였는가를 둘러싼 기억들 때문이다. 책 한 권을 기억한다는 것은 곧 그 책을 읽은 어린아이를 기억하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다음 빈 칸을 채우시오. “( )라는 책을 만났을 때 나는 ( )살이었다. 그러고 나서 6개월 안에 나는 ( )라는 작가가 쓴 다른 소설들을 모조리 읽어치웠다.” 내 경우에 빈 칸에 들어갈 말은 각각 <분노의 포도>, 열다섯, 존 스타인벡이다. 독서는 혼자서 하는 외로운 행위이지만 세계와 손잡기를 요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노란 불빛의 서점> p53~54
어떤 날은 책을 다 읽고, 책의 맨 뒷페이지 메모를 한다.
오늘은 며칠이고, 내가 어디에 있었고, 지금 어떤 향기가 나는지, 어떤 소리가 들리는지, 이 책이 어떠했는지 간단한 감상을 곁들인다. 나~아중에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이 책을 다시 뒤적거리다 이 메모를 만나겠지. 어쩌면 그때는 이 책의 줄거리, 주인공의 이름은 잊었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이 책을 만나고 있던 지금을 한번 상상해 보는거야.
은근, 재미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