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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포기는 김장할때나 쓰는 단어고, 실패는 바느질할때나 쓰는 단어다.
-모 업체 CF에서-
스티브잡스도 무모하게 도전하라고, 아픈 청춘을 응원하는 책도, 이외수님은 존버(존나게 버티는)정신을 이 시대 젊은이에게 주문한다.
조선시대 젊은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시대 고민속에 사랑을 향한 포기없는 집념이 바로 해피엔딩을 이뤄냈다.
소설 해를 품은 달 1권과 2권. 각권 1만3천원. 파란미디어에서 펴냈다.
정은궐 씨의 소설로 올해나온 초판을 무려 8쇄까지 찍었으니, 과히 베스트셀러라 할만하다.
물론 MBC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높은 시청율을 올리고 있기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은궐, 로맨스소설가로 불리고 픈 은둔소설가? 인터넷 로맨스소설클럽에 연재하던 글을 책으로 펴냈다. 물론 그(그녀)의 필력에 수 많은 네티즌이 열광했기 때문이다.
2004년 '그녀의 맞선 보고서'로 혜성처럼 문단에 등장,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과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등을 펴냈다. 성균관 역시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히트를 쳤다.
필명은 은으로 만든 대궐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왜 월(달)을 뜻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다만 저자의 답변이다. 저자는 자칭 컴맹이라는데, 그(그녀)의 필력은 대단하다.
계약까지 등기로하는 철저한 베일에 쌓인 존재라는데 사뭇 책을 손에서 내려놓은 지금,
그 또는 그녀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하다.

드라마로 현재 20%에 가까운 시청율로 보답하고 있다.
과연 그 드라마의 힘이란 탄탄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증명한 것 같다.
사실, 나 역시 소설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빠져들어가기 때문이다. 쉽사리 빠져나오기 힘든 유혹, 바로 소설의 마력이다.
약간 스릴러를 즐겨하기에 7년의 밤이란 소설 역시 한 순간 훑어 내려갔다. 정유정 씨의 탁원한 필력으로 이 역시 영화화된다고 들었다.
각설하고, 해를 품은 달.
재미있는 소설이다. 조선시대 왕과 무녀의 사랑이야기에서만 끝나는 로맨스라면 남자들이 결코 좋아할 리 없다. 또 흔한 백마탄 왕자와의 로맨스라니...할테지만, 여기에 조선궁궐의 암투가 더해지면서 권력을 향한 권모술수가 섞여 재미를 더한다.
과연 꽃미남 배우들이 나왔던 성균관에 열광하던 10대와 20대를 끌어들이고,
30대와 40대 그 이상의 연령대가 좋아하던 대장금의 현명함과 똑부러짐을 가진 여자주인공,
그리고 조선시대 왕실을 둘러싼 권모술수, 여기에 무녀(무당)의 신비스러움, 그리고 신분의 비밀.
아, 하나 더하면 케이블에서 더 인기를 모았던 다모-하지원의 액션이 더해지는 극이라면,
딱 그림이 나온다. 안봐도 비디오, 청진기 대면 답이 나오게 마련이다.

해를 품은 달 1권과 2권의 이미지. 표지로는 도무지 뭘 말하는지 알 수 없다.
출판사의 마케팅 부재일까? 왜 이런 표지를 선택했을까?
결국 띠지(띠표지)를 만들어 이 책이 바로 요즘 방영되는 드라마의 원작이라 소개한다.
그럴꺼면 표지부터 설명을 좀 달아놓던지....

뒷면엔 앞 표지에서 보지 못해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이 글이 무슨 내용인지를 설명한 짧막한 글.
바로 아래 나와있다.
1권의 뒷 표지 내용은, 세상 모든 것을 가진 왕이지만 와이기 떄문에 사랑을 잃은 훤.
사랑과 권력을 되찾기 위해 가혹한 운명에 맞선다....라는 중심내용.

조선시대 젊은 태양 이 훤.
그리고
왕의 액받이 무녀 월.
이둘의 로멘스 소설임을 잘 알 수 있다.

2권의 뒷 표지에 나온 내용, 하늘이 정한 운명이나 만나선 안 될 인연,
조선의 태양 훤과 신비로운 무녀 월의 애절한 사랑!

소설속 등장인물의 관계 구성도.
이게 있어야 제대로 글을 완성할 수 있고, 또 내용을 설명할 수 있다.
왕 이훤과 무녀 월.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축이지만, 소설속 등장인물들에 관련된 이야기만 제대로 풀어내도 아마 10권 시리즈물로 나왔으리라 싶은 등장인물들의 비중이 크다.
잘 보면 알겠지만 사랑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질투. 그리고 삼각로맨스.
이훤(왕자)과 형재인 양명군(서자) 이들이 허염(이훤 스승, 허연우 오빠)과 재운(이훤 호위무사)와 친분을 쌓고, 허연우(허염 동생)을 서로 좋아하기 시작한다. 나중에 나오겠지만 삼각형이 제대로 그려진다. 그리고 민화공주(이훤 여동생)와 설(연우를 모시는 여종)은 허염을 짝사랑하고야 만다.
당시 조정은 윤씨라는 왕의 외친척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시절, 권력의 독식속에 왕의 지위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게다가 파를 나눠 세력다툼을 하던 때, 윤씨파벌이 독식하고, 사림파는 겨우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여기에 성수청(무녀, 굿)의 도무녀 장씨과 성균관(유학), 소격서의 혜각도사(이건 모르겠다ㅠㅠ스님인가?..)들의 궁궐내 위치에 대한 설명과 무녀들의 굿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작가의 필력은 독자의 감수성을 자극하는데 탁월하다.
소설속에서 감동을 받아 울지 않을 수 없도록 감정이입을 시키는 능력에 대해 인정해줄 수 밖에 없다.
이훤은 우연히 무명인 무녀를 만나 월이란 이름을 지어주고는 그녀를 잊지 못한다.
8년전 훤의 어린시절, 훤의 스승으로 염이 와서 그에게 공부를 가르칠 때 여동생인 허연우의 존재를 알게되고, 훤은 연우와 서찰하나 주고받음이 큰 사랑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양명군 역시 연우를 짝사랑하고 둘은 부왕께 결혼을 요청하지만 윤씨일가에 의해 훤의 결혼상대자는 당연히 윤씨 일가였다. 훤의 무리한 진행으로 연우는 세자비간택까지 오르지만 원인모르게 죽고만다. 결국 혼례는 윤씨와 치르는 훤.
훤, 그가 월을 찾는다. 너무나 박식하고 어여쁜 자태에 넋이 빠져버린 훤. 그리고 왕의 업무(외척을 배제하려는)를 방해하는 윤씨 일가. 윤씨의 계략에 왕의 아파오고(상사병과 함께) 결국 월을 궁궐로 입궐시키고, 병이 낫던 중 월이 퇴궐해야할 마지막 하루.
재운(호위무사)는 월의 존재를 훤에게 일러주게되고, 둘은 다시 만나게 된다. 결국 계속 궁궐생활을 하게된 월. 한편 훤은 연우의 죽음에 뭔가 이상함이 있음을 알게되고 그 이유를 추적해 나가는데.....
나머지는 책에서 더욱 큰 감동이 밀려온다.

훤이 묻는다.
그렇잖아도 숨쉬기조차 힘든 이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 버릴 참이오?"
이 말 하나에 눈물이 핑 돌았다.
연우를 다시 만난 훤이 감정에 북받혀 묻는다. 내 심장이 찢어버릴 참이냐고...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그의 일편단심 지고지순함이 크게 다가온다...현실은..ㅠㅠ)
"멀리 있어 만나지 못하는 것보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리 있는 것만 못한 사이도 있다는 것을 예전에는 몰랐다 하지 않았소."
짝사랑의 아픔이 묻어나는 글. 이 책의 전체적인 흐름을 통찰하는 단어는 짝사랑같다.
흠모하는 마음이 어찌나 질긴 인연으로 엮이고, 그 잔잔할듯 싶은 흐름이 결국 큰 물기둥을 만들어가는 흐름이 너무나 큰 흡인력으로 다가온다.
해를 품은 달.
제목처럼 해는 훤이고, 달은 월이다.
문체는 저자의 전지적작가시점인데, 읽는 동안 몰입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능력에 감탄한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몰입이 제대로 된 것이고, 재미없었다면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제대로 몰입하지 못한 것일수도 있겠다. 물론 로맨스 소설이라는 측면에서는 유머가 빠져 다소 지루하겠고, 스릴(추적)과 권모술수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좋아할 수도.
아쉬움은 남성독자들이 좋아하는 무협(칼싸움, 전투)속 표현들이 실감나지 못하다는 것. 애정표현이 기대(?)보다 약하는 것(죄송..ㅠㅠ)이다. 미뤄보건데, 이는 여성적 취향에 가까운 저자의 필력때문이 아닌가 싶다. (혹시라도 저자가 남자일지 여자일지 모르기에)
아, 또 하나는 너무 해박한 지식들의 나열(향연이라고 해야할까?)이 다소 지루함을 더했다. 천자문은 괜찮은데, 자꾸 어려운 글(싯구)들을 담아내서 읽어내느라 힘들었다. 게다가 주인공들은 선문답도 잘한다. 해와 달을 자연에 비유하게 만들어 내고, 비와 구름을 빗댄 표현이 때론 멋지게 다가오지만, 때론 뭔 말인지 잘 모르겠다.
도대체 역사교수님도 아니고, 조선사에 어찌 그리 밝은지 저자인 정은궐씨의 비밀스런 경력이 자꾸 궁금한 나머지 아무리 찾아봐도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도대체 어떤 경력을 지닌 인물이기에 이토록 궁궐과 당시 조선사회의 무녀생활, 세자비간택을 상세히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말투가 워째..ㅠㅠ)
모처럼 재미있는 소설을 주말까지 모두 읽어버리고 났더니 기력이 바닥났다. 얼른 뭐라도 챙겨 먹어야겠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재미있는 책 한권, 주변에 자꾸 추천하게 만든다.
PS.도대체 선비향이라는 난초향은 어찌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