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스트 2010.1.2 - 통권 29
에세이스트사 편집부 엮음 / 에세이스트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법정스님의 입적으로 온 서점이 난리다.
베스트셀러에 온통 법정스님의 글들이다.
관련 출판사는 자신의 도서출판을 금하라는 유언으로 절판을 언제 시행 할 것인가를 논의했다고 한다.
옥션에는 벌써 무소유 책 한 권에 상징적인 20억이란 가격이 책정되었다고 화제다.
무소유 책에 20억이라니 참 아니러니하다.
이게 바로 모순적인 상황인 듯.

어김없이 계절시간에 맞춘 에세이스트 30호가 나왔다.
이 역시 법정스님 추모특집을 마련했다.
무소유와 같은 수필 몇 편에 평론을 함께한 특집이라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김종완님은 <사람 숲에 서 있는 청정한 나무>란 표현으로 법정스님의 글을 바라본다.

<(p289)이 세상에 소금이 되는 글. 글은 멋부림이 아니다. 글이 인격이란 말은 법정에게 온전히 들어맞는 말이다.>
평론이 자칫 원작의 의미를 훼손할까 고민하는 글속에 그의 마지막 말은 자칫 의미심장해 보인다. 글이 인격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또는 글을 읽는 스스로를 뒤돌아 보게 만든다.
난 과연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어떤 심정을 담아 글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지 말이다.

물론, 법정스님의 <무소유>속에서도 많은 가르침 가운데 하나를 보게된다.
<(p254)크게 버리는 사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물건으로 인해 마음을 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생각해볼 말씀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것은 무소유의 또 다른 의미이다.>

아, 무소유.
<소유하지 않는 소유>이라는 표현이 참 화두로 머릿속에 맴돈다.
도대체 뭘 버려야 무엇을 얻게 될까? 정말 버린다면 난 더 큰 것을 얻을까?
이런 세속에 찌든 평범한 한 인간의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난 빈손으로, 내 육신마저 모든 것을 훌훌히 벗어버리고 떠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에세이스트. 법정스님 특징이라서 책의 첫 부분에 있을 줄 알았더니, 속았다.
표지만 그럴뿐 실제로는 저 뒷장 2백여 페이지를 지나야 보이는 법정스님의 글이 왠지 재미있다. 뭘까? 편집자의 계산된 편집일까? 귀중한 글은 나중에.......

여전히 에세이스트는 주옥같은 글들이 가득하다.
김지하님의 특별초대석에 소개된 <하나가 여럿에게 가는 길>부터 나에게 쓰는 편지에는 정고암 선생님이 <고암, 자네도 어른이 되게나>를 비롯해 밀원을 꿈꾸며(김 베로니카), 콩가루 국수(김웅후), 보너스로 받는 시간(문혜영), 깜박이면 망가진다(이영희) 등이 실려있다.

인고의 기다림 끝에 받아본 귀중한 원고속의 글자 하나하나에 고민의 흔적들이 보인다.
고암 선생님의 글은 마치 거울을 보는 듯 싶다. 그래 맞아, 하는 탁-치는 순간이 있다. 내가 담대하지 못한 것을, 너그럽지 못하고, 옹졸하게 마음속을 꽁꽁 동여매고 있는 어른답지 못한 순간을 표현했다. 인간사 새옹지마, 어느순간 또 부딪혀 살아갈텐데, 뭘 그리 마음에 서운함을 담아두려 했는지.....읽는 이가 반성케하는 글이다.

보너스로 받는 시간을 쓴 문혜영님의 글은 참 반갑다.
6개월의 시간을 마치 새로 시작하는 듯한 글들이 어쩌면 처음 읽던 순간처럼 하나도 변하지 않았을까. 정말 육체의 고통을 글로 승화시켜 이겨내려는 듯 상세한 고통의 순간들이 글로 표현되었을 땐, 질끈 눈을 감고 싶을 정도다.
3월과 9월. 어쩌면 또 다른 세상을 마주칠지 모르는 순간순간의 감사한 삶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지금까지 난 평범한 삶이 주어진 것에 대해 얼마나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또 반성해 본다.

그건 쉽다(변애선)에선 마지막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p116)절대적 개인주의자들은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만의 쾌락에 빠져 지낸다.(중략)그렇게 사는 것. 얼마나 쉬운가. 오직 자신만을 들여다보고 살아가는 것.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 글과 이달의 에세이에 소개된 <아름다운 배반(박미령)>님의 글은 사뭇 한 가족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 물론 박미령님은 큰 아들을 장가보내는 심정을 못내 아쉬움으로, 새로운 가족탄생과 새로운 노년의 인생을 시작하는 아름다운 배반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다만 여자친구만 생각하는 아들의 심정은 마치 <그건 쉽다(변애선)>의 절대적 개인주의를 보는 듯 싶기 때문이다. 사랑에 눈이 멀어 자신을 낳아준 부모보다 오직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픈 심정에 목마른 이는 일시적인 절대적 개인주의에 빠진 것은 아닐까?

이외에도 에세이스트 30호는 주옥같은 수필들이 가득하다.
또 하나의 인생 보따리를 얻어 온 것과 같이 다양한 인생사와 인물군상들이 책 한권에 가득 펼쳐져 있다.

글을 읽으며 때론 너무 동화되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하는 수필들 가운데 인생의 풍요로움을 다시금 느낀다. 자칫 삶이 지루하고 따분하다면 에세이스트 30호를 권한다.
인생사 새옹지마처럼 누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법정스님의 무소유에서 신인상으로 처음 등단한 수필까지 책 한권에 자신의 삶을 함께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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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ssim 2010-03-24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쌩스 투도 했구요.
저도 구독해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규환 2010-04-07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