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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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아 든 순간 참 기뻤다. 꼭 읽고 싶었던 책을 손에 넣었으니 기쁠 수 밖에. 제목을 보고 벌써 끌렸다. 한시 러브레터라니. 한시로 주고 받은 연서라는 거 잖은가! 그렇지 않아도 연애담을 좋아하는 데다가 우리 조상들이 한시로 연애편지를 주고 받았다면  격이 다른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평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글을 아는 아니 한시를 지을 줄 아는 사대부들의 러브스토리일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든다. 정말 그런 귀한 시들만 모은 책을 엿볼 기회를 가졌다는 기대감에 감흥이 남달랐다.

이 책에 소개된 시들은 고려조의 이규보에서부터 조선시대 전반에 걸친 유명한 시인들이 많이 소개 되었다. 솔직히 남녀간의 러브레터로 주고 받은 한시는 거의 없었고 친구간에나 부모 자식간에 주고 받은 시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 러브레터라고 쳐 줄 수 있는 시로는 부부간에 주고 받은 시 몇 편과 최경창과 기생 홍랑의 시, 유희경과 매창의 시, 기다리는 님에 대한 마음을 시로 남긴 이옥봉의 시 정도였다. 하기야 부모자식간의 사랑도 사랑이요, 친구간의 우정도 넓은 의미에서는 사랑이라 한다면 레브레터라는 제목을 붙여도 할 말은 없지만 [한시 러브레터]라는 책 속에 들여보내 주기에는 좀 억지 스러운 기분이다.  그렇다고 [한시 레터]라고 이름하기에는 너무 뭔가가 허술한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시 한 수로 풀어낼 줄 알았던 우리 선조들의 낭만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좀 비루한 청탁이나 아부도 시로 표현되어 전해 진다면 좀더 간절한 뭔가가 되어 전달 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 친한 벗에게 물건을 하나 빌리려고 할 때도 은근한 해학을 섞어서 시를 지어보낸면 시를 받아 읽는 벗도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바로 빌려 줄 것 같다. 시를 주고 받으면서 정도 더 쌓이고 그렇게 맺어진 관계는 더 돈독해졌을 것이다.

 

부부지간에는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노골적인 애정 표현을 할 수 없었지만 편지로 또는 시로 서로의 안부를 주고 받았다면 마음 속의 깊은 애정이 글에 묻어났을 것이다. 귀양간 남편을 기다리면서 집안 살림을 꾸리던 아내는 남편보다 먼저 세상을 하직하고 남편은 아내를 애도하는 시를 남긴다. 시의 끝구절이 참 애잔하다.

 

 지금까지도 분명히 기억하는 한마디 말

 "병들고 가난하더라도 함께 늙어가요"했었지

 

사실 강혜선 선생님의 책은 두번째다. 이분의 [여성 한시선집]을 소장하고 있다. 그래서 그 시집에 나와 있던 시들에서 보지 못한 여성 시인들의 시들을 은근히 기대 했는데 아쉽게도 별로 소개되지 않았다. 그리고 황진희와 서경덕의 시들이 소개되지 않았을까한 짐작도 빗나갔다. 그러나 오랜만에 참 좋은 한시와 편지들을 보게 되어 무척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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