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한옥에 살다
이상현 지음 / 채륜서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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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집을 생각할 때마다 어릴적 살았던 시골집이랑 방학이면 놀러갔던 큰고모네가 떠오른다. 태어나서 여섯살쯤까지 살았던 시골집은 아버지가 직접 지으신 한옥이었고, 큰고모네는 안동권씨 양반가의 종가집이었다. 우리집은 삽작에 배나무가 있었고 마당가에 고염나무랑, 감나무도 있는  평범한 한옥이었다.큰고모네는 입구에 사랑채가 있고 마당을 지나 축담이 높은 안채가 있었다. 마당가에 외양간이랑 디딜방아가 있는 제법 덩거렇게 큰 기와집이었다.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방학이면 고모네로 가서 사촌언니, 동생들과 사랑채 툇마루에서 소꼽놀이를 하던 기억이 또렷하다.

아버지가 한옥 중에서도 전각이나 제실을 전문으로 짓는 대목이었다. 아버지는 늘 집을 지으러 타지에 가 계신적이 많았고 집에 오시면 늘 공부를 하셨다. 우리아버지도 [인문학, 한옥에 살다]를 쓰신 이상현 작가처럼 늘 공부를 하시는 목수셨던 것이다.

[인문학, 한옥에살다]는 내가 대만 연수를 가 있는 동안 호텔에서 계속 읽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우리의 한옥과 중국의 건축을 비교하며 눈여겨보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의 건축물들의 화려하면서도 웅장한 반면 우리나라의 한옥은 소박하고 단아한 멋이 있었다. 이번 연수를 하는 동안 가이드를 하신 분이 우리나라에서 38년을 살다가 중국으로 가신 화교였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한국말과 글도 유창했다. 단지 험이라면 은연중에 한국을 비하하는 언사를 해서 빈정이 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 유물을 보다가 우리나라에 오면 유물들이 초라하다는 둥...

[인문학, 한옥에 살다]를 읽으면서 작가의 말처럼 우리나라의 건축이 작고 초라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건축의 아니 한옥의 멋은 집만 덩거렇지않고 주위의 자연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어 함께 어우러지는 멋이 기가막히다고 말한다. 정말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 건물은 혼자 생뚱맞게 덩거렇지 않다. 자연과 함께여서 훨씬 깊이가 있고 아름답다. 그리고 자로 재어 정확하다는 느낌보다는 뭔가 조화가 맞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대충 지은 것 같은 편안함이 있다고 한다. 대충 잡은 것같은 지붕선에서의 그 [대충] 속엔 목수의 안목이나 연륜까지 고스란히 담아서 잡은 것이라고 한다.

내가 중국의 화려하고 웅장한 건축들에서 별로 감동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는 [인문학, 한옥에 살다]를 매일 밤 읽고 다음날 건물들의 대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런것보다 내가 나서 자랐던 그리고  살고 있는 환경이나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한옥의 멋을 이야기 하면서 여러 철학자의 사상이나 미술사적인 흐름까지 짚어주신 이상현 선생님 덕분에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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