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아빌루] 서평을 올려주세요
발라아빌루 - 어부 나망이 사막 소녀 랄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김화영 옮김, 조르주 르무안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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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면서 약 40년전 어디쯤의 기억이 가물 가물 떠올랐다. 우리집은 서부경남의 어느 산골 마을에서 아버지를 따라 부산으로 이사를 왔다. 자식 교육을 위해서 아버지가 내리신 결단이었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오랜동안은 아니었지만 새집을 짓는 동안 단칸 셋방에서 객지 살이를 시작했다. 그런 까닭에 아직 미취학 아동이었던 내가 시골 숙모댁에서 취학 전까지 떨어져 지내야만 했다.그 시절 가족이 그리웠다거나 하는 기억은 전혀 없고 초등 고학년이던 사촌언니가 나에게 우스운 또는 무서운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 주었던 기억은 뚜렷하다. 그 시절 나의 꿈이라면 학교에 가는 것이었다. 그러니 언니가 얼마나 우러러 보였겠는가! 랄라가 나망을 보는 시선이었을 것이다.  

 이 이야기 속의 랄라도 물을 빨아들이는 스폰지 처럼 어부 나망에게서 이야기를 빨아들이고 있다. 세상 경험이 많은 나망은 배를 타고 나가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하루의 일과가 끝나가는 저녁무렵 바닷가에서 풀어놓는다. 다음 항해를 위해 그물도 깊고, 배도 손보면서 모여드는 아이들에게.  아이들은 나망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도 알아가고 꿈도 키워갈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 중에 누군가가 어부가 된다면 나망이 배를 고치고 그물을 손보던 방법에 자신이 터득한 방법을 더해서 세상을 발전시킬 것이다.  

 이 책 속엔 두가지 이야기가 있다. 어부 나망에게 이야기를 들으러 오는 랄라의 이야기와 나망이 랄라에게 들려주는 발라아빌루의 전설이다. 보통의 가정이라면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손녀나 손자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구도가 일반적이다. 화롯불앞에 모여앉아서. 서양이라면 벽난로 주위에 모여서 일 것이다. 여기는 배에 바를 송진을 녹이기위해 바닷가에 피워진 모닥불과 그 불을 보고 모여든 아이들이 있다. 사막에 인접한 바닷가 해질녁,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를 무한정 상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이끄는 방식도 이국적이고 그림도 예전에 보던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는 아니다. 어딘지 단조로우면서도 부드럽고 섬세하다. 사막의 단조로움, 삭막함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속의 이야기도 별 특별한 것은 없다. 늘 들어왔던 옛날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저물녁 어부 나망이 바닷가에 피워놓은 모닥불에 배를 손질하는 손길 들이 어우러지면서 이야기는 흥미로워지는 것이다. 

 르 끌레지오라는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단다. 그래서 이 책은 작가의 이름 덕을 보려고 출판된 책인 듯하다.  읽어보니 내용도 그런대로 괜찮다. 그러나 아이들의 관심을 썩 끌지는 못할 것같다. 3학년 우리 아이에게 읽혀 봤는데 별로 재미없어한다. 책읽는 수준이 좀 높은 초등 중학년 정도의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익히 알려진 유럽이나 영미 문화권이 아닌 사막, 이슬람 문화를 경험해 본다는 점은 높이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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