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달빛 식당 - 제7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난 책읽기가 좋아
이분희 지음, 윤태규 그림 / 비룡소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삶을 어느 정도 살아낸 사람이라면 지난 시절에 대한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이 좋을 수도 있겠지만 때론 나쁘기도 할 것이다. 어떤 인간이 간직한 기억들은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하는 힘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떤 이에게는 주춤 멈추어 서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 보게도 한다. 그런 기억이 깡그리 없어져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한밤중 달빛 식당]에서처럼 나빴던 기억, 부끄러운 기억만 다 없어져버린다면? 행복할까?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을 가만히 떠올려보았다. 언니 등에 업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언니가 나를 재우려고 방바닥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리던 모습이다. 언니는 나를 업고 불편하게 무릎을 꿁고 있었을 것이다. 그 때가 언제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아마도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셔서 젖먹이 나를 언니에게 맡겨두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간호하러 가고 없었을 때였을 것이다. 처음 엄마를 떨어져 본 나는 무척 불안하고 무서웠을 것이다. 그러니 그 순간을 기억하는 거다. 큰언니 등을 의지해서 엄마의 부재를 견뎌냈던 어릴 적 그 기억이 좋았는지 나빴는지는 모르겠다. 아픔으로 남아있지 않은 걸 봐서는 엄마가 부재한 상황이었지만 언니가 잘 돌봐줘서 상처로 남지는 않았던 거다. 그냥 기억일따름이다. 특별한 느낌이 없다. 그뒤 제볍 또렷한 기억은 사촌 오빠와 불장난 하던 일, 큰아버지를 마중가다가 논두렁에서 굴러 떨어졌던 일 등 자잘하지만 좋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또는 부끄러운 일들이다. 차츰 어른이 되고 나서의 일들은 기억이나 추억이라기 보다 그냥 회상으로 남아있다.

기억이라는 건 내가 살아온 자취인 것이다. 그런데 아팠던 기억, 부끄러운 기억이라고, 또는 나쁜 기억이라고 모두 잊어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기억이 없어진다면 몹시 불안하고, 내 삶이 굳건하게 서지 못할 것만 같다. 뿌리가 없는 나무 같

다고나 할까?

[한밤중 달빛 식당]은 동화다. 한밤중 달빛 식당에서는 나쁜 기억을 다 지워 준다. 연우는 나쁜 기억들을 지우다가 지우지 말아야 할 기억을, 소중한 기억을 생각해 내고 이미 지웠던 기억을 다시 살려낸다. 그 기억이 자신을 움츠려 들게 하고, 아프게 하겠지만 자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동력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우연히 읽게 된 책인데 완전히 매료되었다. 책을 덮고 나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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