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 산책
다니구치 지로 지음, 주원일 옮김 / 애니북스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를 매우 좋아한다. 그의 만화를 좋아해서 여러권 소장하고 있다. [열네살],[아버지],[선생님의 가방],[개를 기르다], [느티나무의 선물], ... 이렇게 적어 보니 꽤 많다.

지난 두어달이 참 힘들었다. 이사를 했고, 새식구를 맞았다. 추석을 쇠었고, 집들이도 두어번 했다. 그래서일까? 마음이 좀 들떠있었다. 무리해서인지 몸에도 조금씩 신호가 왔다. 조금씩 쉬어가라는!

이사한 집 바로 옆에 맨발동무 도서관이 있다. 지지난 일요일에 혼자 산책을 하고 도서관에 들렀다. 책을 둘러보는데,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가 눈에 띄었다. [창공],[에도산책][K(케이)]를 빌렸다.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세권 모두 읽었다. 다니구치 지로는 늘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특히 [에도 산책]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창공]이나[K]가 주는 감동과 드라마틱한 즐거움은 없었지만 잔잔함이 내 마음에 큰 위로였다. 앞으로 5년 안에 은퇴를 생각하고 있는 나로서는 정말 본받고 싶은 미래가 그곳에 있었다. 물론 에도라는 도시를 뜻하는 건 아니다.

유유자적하며 에도를 산책하는 주인공의 삶이다.

천천히, 찬찬히, 에도산책.

에도는 도쿄의 옛이름이다. 말하자면 도쿄시내를 산책하는 내용이다. 주인공은 일보를 이척삼촌의 폭으로 정확하게 걸으려고 애쓴다.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다. 정확한 보폭으로 걸어서 도쿄시내를 측량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 걸음수를 헤아리며 곳곳을 누비는 그의 눈에 비치는 에도의 모습을 눈에 담고, 거리를 측량한다.

그냥 거리 풍경일때도 있다. 자연현상이나 동물에 대한 단상이 그려지기도 한다. 꽃이피고, 녹음이 지고, 단풍들고, 눈발이 날리며 계절이 바뀐다. 시장에서 만담가를 만나기도하고, 하이쿠작가를 만나 같이 별을 보고, 여름해변에서 썰물에 밀려온 고래를 보기도 한다. 낮잠을 자며 빈둥거리는 날도 있지만 천천히, 찬찬히, 에도산책을 한다.

이제 나도 중년을 넘어 장년에 접어든 나이가 되었다. 천천히 찬찬히 책을 보든, 글을 쓰든, 산책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내마음을 위로해준 에도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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