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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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을 읽고

 

[꿀벌과 천둥]은 일본 하마마쓰 시에서 실제로 열리고 있는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모델로 쓴 소설이라고 한다. 피아노 콩쿠르를 소재로 이렇게 섬세한 글을 쓸 수 있다니! 정말 놀랍다.

소설 구성도 발단=참가 등록, 전개=1차 예선, 위기=2차 예선, 절정=3차 예선, 결말=본선으로 콩쿠르의 전 과정과 딱 들어맞는다. 물론 이야기 전개가 실제로 2차 예선이 위기이고 3차 예선이 절정이라는 말은 아니다전혀 그렇지 않다고도 말할 수는 없지만.

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음악에 흠뻑 빠져 있었다. 소설 도입부에 콩쿠르가 진행되는 동안 연주될 곡을 표로 만들어 제시해 주었다. 그래서 순서대로 소개된 곡을 틀어놓고 책을 읽었다.

보통 이야기가 재미있으려면 콩쿠르 참가자들 간의 경쟁, 시기, 질투가 있다거나 콩쿠르 우승을 위한 음모나 암투가 있어야 하지만 이 소설에는 그런 게 없다. 주인공을 방해하는 반동인물도 없다. 한 명의 주인공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구조가 아니다.

콩쿠르에 참여하는 피아니스트뿐 아니라 심사위원, 무대 매니저, 피아노 조율사 등, 사람들이 이야기 속에 촘촘하게 들어와 있어서 모두가 주인공으로 느껴진다.

콩쿠르에 참가하는 피아니스트들은 지역 예선을 거쳐서 온다. 그러니 각 나라를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 콩쿠르에 참가자들이 어렸을 때부터 대체 얼마나 긴 시간을 피아노를 마주하며 보냈을지, 아이가 누려야 할 즐거움을 얼마나 참아가며 부모와 어른들의 기대를 짊어지고 왔을지(p24), 돈과 시간이 얼마나 투자되었는지!

콩쿠르에 우승하는 게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도 있으며, 미래가 보장되거나 앞날이 확 열리는 것도 아니라며, 연민의 눈으로 바라본다.

콩쿠르 참가자들은 자신이 왜 피아노를 치는지,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말 피아노를 사랑하는지, 이 길이 자기의 길인지, 콩쿠르를 준비하고 예선을 한 단계씩 거치면서 정체성을 찾아간다. 마음이 따뜻하다

그리고 음악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이가 즐기는 거라고 말한다

소설 속의 참가자들이 피아노를 치게 된 동기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어린 시절 부모의 손에 이끌려 피아노 학원에 다니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거기서 청음이나 연주 테크닉이 탁월해서 천재성을 보이면서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라흐마니노프, 리스트, 쇼팽. 작가가 곡을 해석하는 능력과 곡에 담아내는 서사는 상상력이 어마어마하다. 나도 곡을 들으며 작가가 해설해주는 작품의 서사를 느껴보려고 애써보았다.

내가 살아온 발자욱과 작가가 살아온 세계가 다르니 같은 서사를 그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지만, 그가 말하는 정서를 공감할 수는 있었다.

아무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참 행복한 독서를 했다.

하이쿠를 읽는 듯한 아름다운 문장들과 위기와 절정이 없어도 충분히 감동적인 내용이었다.

아쉬움이라면 딱 일본 소설이구나라고 느낀 점과 만화 [피아노의 숲]의 소설 버전이라고 느꼈다는 거다. 오히려 [피아노의 숲]이 재미 면에서는 월등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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