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만의 규칙 생각하는 책이 좋아 1
신시아 로드 지음, 김영선 옮김, 최정인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나에게는

그림이 탁월하면 글도 탁월하리라는 믿음이 있다.

누가 그렇게 가르쳤냐고? 아무도 안 가르쳤다.

그림을 좋아하다 보니, 그림에 먼저 눈길이 가고

그래서 고른 책들은 실패한 적이 없었다.

그림을 그렇게 정성스럽게 그린 책이라면

글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이 책도 그렇다.

비록 글은 미국 작가(신시아 로드)가 썼고 그림은 한국 작가(최정인)가 그렸지만

이렇게 고운 그림이라면,

그렇게 그려줄 가치가 있는 글이었을 것이다.

바리 공주도 그랬다.

최정인 작가의 그림이 너무 인상적이라

계속 바라보다가 어느날 질렀지.

그림 못지 않게 글이 훌륭했다.

두루두루 그림책의 차원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이 책 ’우리들만의 규칙’도

계속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장애 동생을 가진 누나의 이야기가 물론 마음을 끌었고...

드디어, 금액을 맞춘다는 미명하에 이 책을 샀다. 그리고, 수업하는 틈틈이 읽었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이 저리고, 애틋한 마음은

작가의 힘일 것이다.

캐서린이라는 평범한 열 두 살 짜리 소녀에게

장애인을 향한 편견과 차별과 선입견에 당당하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억지겠지.

 부모님은 모든 관심과 촛점이 동생에게 맞춰져 있고

캐서린에게도 동생에게 더 관대하고 완벽하기를 요구한다.

고맙게도 캐서린은 동생 데이비드때문에 힘들어하기는 하지만

데이비드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데이비드를 놀리는 아이와 맞서 싸우다 벌을 받기도 한다.

충분히 좋은 누나다.

동생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슬퍼하고 절망하고 그리고 웃고...

엄마 못지 않게 훌륭한 보호자다.

오히려 아빠는 방관자에 도피자.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캐서린은

자신을 위해서도 그림을 그리지만 친구를 위해서도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동생을 위해 소소한 규칙들을 일일이 쓰고 되뇌어준다.

그 규칙들이,

삶의 성찰이 가득한 내용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좋은 누나, 그 수준을 뛰어 넘는다.

제이슨이라는 친구를 만나면서이다.

언어와 신체 장애가 있지만 충분히 이야기가 통하는 제이슨 덕분에.

친한 친구에게 제이슨을 소개하기를 꺼리고 부끄러워하다가

그 마음을 뛰어넘으려고 애쓰는, 그리고 기어이 뛰어넘는 캐서린이 정말 대견하다.

당연히 부끄럽지. 나도 부끄러울 것 같다.

부끄럽지 않다면 거짓말일 거다. 부끄럽지 않은 척 하는 거겠지.

부끄럽다가, 어느 순간 그걸 뛰어 넘는 건데

그 순간이 긴가 짧은가가 문제가 되겠다.

우리 캐서린, 의젓하게도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런 친구가 많다면,

편견이나 차별이라는 말이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그런 친구가 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마음이 무겁고 두렵다.

 

신시아 로드는

그녀 자신, 자폐아의 어머니로

책 구석구석에서 경험자가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아프고 저릿저릿한 표현들이 숨어있다.

자고 있을 때, 머릿 속에 손가락을 넣어 자폐를 끄집어 내고 싶다던가

잠에서 깨어 데이비드가, 누나 내가 뭘 하고 있지, 물었으면 좋겠다던가

겉은 빨간 사과가 속은 썩은 것처럼 데이비드 머릿속이 엉망이라던가....

첫 소설로 뉴베리 아너 수상자가 되었다는 것이

그녀에게 부담이나 명예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단지,

더 많은 사람들이 그 타이틀로 인하여  이 책을 읽고 생각하고 깨닫는 것

그것이 더 큰 기쁨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 때문에 아놀드 로벨의 '개구리와 두꺼비가 함께'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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