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집 이야기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35
버지니아 리 버튼 지음, 홍연미 옮김 / 시공주니어 / 199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특이하게도 주인공이 사람도 동물도 아니다. 그럼 식물이냐고?? 아니! 집이다. 주인공이 집이다.

큰 집도 멋진 집도 아닌 작은 집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집이지만, 이 집은 표정도 갖고 있다.

이 책은 커다란데 그 속의 작은 집은 조그마하다. 마치 멀리서 작은 집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표정이 더 잘 보인다.

작은 집은 시시각각으로 표정이 변한다. 웃기도 하고 살며시 미소짓기도 하고 우울해 하거나 슬퍼하기도 한다.

표정은 작은 집만 갖고 있지는 않다.  데이지꽃도 태양도 표정이 있다.  심지어 사과나무도 춤추는 듯 즐거워 보인다.

 (그런데 데이지꽃은 사랑해, 안 사랑해 하는 그 꽃 아닌가?? 맞나??-아, 뜬금없이~)

 

작은 집은 사과나무 꽃향기가 바람에 날리는 언덕에 고즈넉히 살고 있다. 아니, 자리잡고 있다.

작은 집은 그냥 언덕 위에 터잡고 있고, 그 안에 다정한 가족이 살고 있다.

작은 집을 지은 사람은 심혈을 기울여서 튼튼하고 멋지게 작은 집을 짓고는 작은 집은 절대로 팔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작은 집에 영원히 살 수는 없다.  사람은 유한하여, 흐르고 흐른다. 작은 집은 그자리에 여전히 있다.

작은 집은 변함이 없는데, 어느날부터인가, 주변이 변한다.

나무가 뽑히고, 길이 넓어지고, 차들이 달리고, 철로가 생기고, 양옆으로 높고 높은 집들이 지어진다.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바빠지고 빨라진다.

낮은 매연과 차들과 사람들로 어둡고 밤은 가로등 불빛으로 오히려 밝다.

언덕에 있을 때 작은 집은 잠깐, 도시가 궁금했다. 이제 작은 집은 도시가 궁금하지 않다.

작은 집은 이제 사과꽃 향기가 그립다. 데이지꽃 만발한 언덕이 그립다.

그런 작은 집의 그리움을 알아본 사람은 그 도시를 지나던, 작은 집을 지었던 사람의 손녀의 손녀이다.

그 사람은 작은 집을 알아본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작은 집을 사서 그 집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집을 먼 곳으로 옮긴다.

지금은 도시가 되어버린 그 곳의 옛날 모습과 가장 비슷한 사과나무 언덕을 찾아 작은 집은 먼 여행을 한다.

그리고 드디어 그런 곳을 찾아낸다. 작은 집은 안도하고, 평안을 얻는다.

 

나는 시골 사람이라, 작은 집 같은 그런 향수가 있다. 나는 언덕이 아니라 푸른 보리와 누런 벼가 늘 그립다.

그런데 향수와 동시에 왜 씁쓸함이 느껴지나.

나의 아이들은 도시의 아이들이다. 나의 아이들은 도시의 불빛이 낯익고, 지하철과 빌딩과 대형마트가 익숙하다.

어른이 된 나의 아이들이 추억할 곳은 사과나무 언덕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굳이 사과나무 언덕을 추억하라고 강요할 필요가 있는가.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미국의 산업화 직후에 그려진 그림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아이를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산업화를 겪었거나 산업화의 의미를 이해하는 어른을 위한 책이다.

아이들에겐, 그냥 스쳐지나는 책.

나는 아카시아꽃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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