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를 좋아하는 아이
마쓰오카 교코 지음, 오코소 레이코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북뱅크-비비 아이들’은 아마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를 펴냈던 출판사지요.

가끔, 괜찮은 책을 발견하네요. 이 책도.

딸이랑 소빅스에 갔다가, 사달라고 졸라서 사 준 책입니다.

사실 오프라인 서점에선 책을 잘 안 사지만, 이 책은 나중에 사 줄게, 하기가 미안하더라고요.

그림은 세련되고 예쁘지 않지만 나름대로 귀엽고 정이 갑니다.

포동포동 귀여운 여자 아이 하나가 엄마랑 수수께끼 놀이를 하는데,

엄마가 하다하다 질렸습니다. (공감 백배!)

그래서 좀 나가서 놀라고 하지요.

아이는 숲으로 가서 처음 만나는 그 무엇과 수수께끼 놀이를 하려고 합니다.

그 무엇은 바로 점심거리를 찾아 나온 늑대이지요.

다짜고짜 늑대에게 수수께끼 놀이를 하자고 하는 겁없는 아이,

’꼬리는 굵고, 입은 쩍 벌어지고, 하얀 이빨은 톱날처럼 뾰족하고,

새빨간 혀를 날름거리고, 귀가 검은가 하면 손도 검은 것,

이건 뭐게?’

수수께끼라고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늑대가 답을 알 턱이 있나요.

기껏 생각해 내는 수수께끼도 고작

’하얗고 부드럽고 맛있는 것은?-여자아이!’

이런 건데요.

늑대는 눈을 감고 양손은 머리에 대고 골똘히 생각에 빠집니다.

그 사이 심심했는지, 아니면 위험을 알아챘는지 여자아이는 집으로 가 버립니다.

그리고, 엄마에게 숲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앞으로는 엄마랑만 수수께끼 놀이를 하겠다고 하지요.

늑대는 너무 머리가 나쁘다구요, 재미가 없다나요.

엄마도 늑대랑 하느니 엄마랑 하는게 안심이겠다 합니다.

아이와 엄마가 수수께끼 놀이를 하며 맛있는 점심을 먹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됩니다.

이 것만으로도 충분히 한 권의 책이 완성될 것 같은데

이어서 또 이야기가 있답니다. 뭔가 아쉬웠나 봐요.

끙끙대는 늑대에게 아기 토끼가 약올리며 답을 알려 주고, 화가 난 늑대가 여자아이를 찾아오지요.

여자아이는 2층 창문에서 내려다 보며 수수께끼를 내라고 합니다. 자기가 못 맞추면 문을 열어주겠다구요.

늑대가 아는 수수께끼가 있어야지요.

’하얗고 부드럽고 맛있는 것은?’

또 그걸 내지요. 여자아이는 시시하다고 무시! 늑대의 KO패입니다.

 

책 뒷편에 이 이야기가 어떻게 쓰여졌나가 나옵니다.

작가가 어린이 도서관에서 직접 만든 인형으로 인형극을 보여주었답니다.

우연히 여기저기서 얻은 천으로 늑대, 엄마, 여자아이를 만들게 되어 그 세 주인공으로 이 이야기를 만들었답니다.

원래는 여자아이가 집에 돌아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이었는데

아이들이 늑대에게 자꾸만 질문을 하더랍니다.

’늑대야, 너 그 수수께끼의 답을 알았니?’

라구요.

그래서 그 뒷이야기까지 만들어졌나 봐요.

이야기 책으로는 사실 한 편의 이야기로 끝내는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상상에 맡기는 열린 구조잖아요.

그런데 그게 인형극이라고 한다면, 관객과 소통을 한다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겠죠.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빨간모자가 연상이 되지만,

빨간모자보다 훨씬 똑똑하고 영악한 요즘 아이들, 쉽게 늑대에게 넘어가지 않죠.

그래서 현실감이 드는 느낌입니다. 기존의 편견을 깨는 책이라 슬쩍 통쾌한 기분도 들구요.

7세부터 초등 저학년,

즐겁게 볼 책입니다.

그리고 수수께끼라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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