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그림책이라는 타이틀로 기획된 책이라서 우리가 알거나 혹은 모르는 탈들을 소개한 책이지만 탈만 보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아깝다. 책 속에 어린 아이들이 불만과 스트레스를 어떤 식으로 풀어가는가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건이는 딱 요즘 아이이다. 외동이인데 부모님은 맞벌이라 늘 바쁘고 대화가 부족하다. 설상가상으로 외가에 맡겨진지 한 달이 넘었는데 온다던 부모님은 소식이 없다. 건이의 스트레스는 절정에 이르고 드디어 할 수 있는 한껏 사고를 친다. 그리고는 다락방으로 숨어든다.

다락방에서 만나는 것은 탈이지만 사실 그것은 건이의 내면이다. 탈을 쓴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된다는 뜻인데, 건이가 탈을 쓰는 것은 건이 스스로 무시하고 싶었던 건이의 내면을 만난다는 뜻이다.

네눈박이탈(방상시탈)을 쓰고 사나운 권위-누구도 못말릴 개구쟁이라는 것은 온 천하에 공표한다. 소탈을 쓰고 애교도 떨어본다. 양반탈을 쓰고 착한 짓(공부)도 해 본다. 그러다가 말뚝이탈을 쓰고 본격적으로 말썽을 부려본다. 초기의 탈들은 모두 건이의 불만스러운 마음상태와 행동을 대변한다. 말뚝이가 되어 마구 심술을 부리는 나리님들은 바로 건이를 데리러 오지 않는 건이의 엄마와 아빠다. 연지곤지 찍은 각시탈은 머리에 헤어롤을 감고 있다! (그림책 첫 장에 건이의 엄마도 헤어롤을 말고 있다.) 그렇지만 건이가 가장 그리워 하는 것도 바로 그 엄마다. 자신이 한 행동을 다 책임질 수 없는 건이는 결국 있는 그대로 다 받아주고 수용해주는 할미탈을 쓰고 마음으로 할머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 책은 단순히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책으로만 보기 보다는 탈 속에 숨기고 싶은 어린이들의 갈등과 불만을 좀 더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따라서 독후활동도 '탈' 에 국한되기 보다는 탈로 표현하고 싶은 어린이의 '소망'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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