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책상에 앉아서 줄 그은 문장을 옮겨적는
˝문화적 눈치우기˝를 해봤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과 해야만 하는 것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스텝을 밟아가며
˝살아가기 시작하는˝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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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 자신에 대해 도대체 무엇을 알고 있을까? 내가 의식을 통해서 파악하고 있는 나는 나의 진정한 의미의 나일까? 녹음기에 녹음한 목소리가 자기 목소리로 들리지 않는 것처럼, 내가 파악하는 자아의 상은 왜곡되게 인식되어 모양 좋게 바뀌어 만들어진 상인 것은 아닐까? (중략)

자기 소기를 할 때마다, 남들 앞에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될 때마다, 나는 마치 성적표를 멋대로 고쳐 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중략)

우리는 모두가 가공의 세계에서 가공의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었다.˝ -18~19쪽




˝나는 나로서 지극히 필연적으로, 지극히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이제 자명한 사실이어서, 타인이 나라는 존재를 어떻게 파악했다 하더라도 나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든, 그것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문제이다. 그것은 나의 문제라기보다는 차라리 그들의 문제인 것이다.˝ -26쪽



˝한번 죽어버리면, 그 이상 잃어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것이 죽음의 훌륭한 점이다.˝ -37쪽


˝우리는 고도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선 낭비가 최대의 미덕이다. 정치가는 그것을 내수의 세련화라고 부른다. 나는 그것을 무의미한 낭비라고 부른다. - 43쪽



˝그런 건 만성이 된다고, 일상생활에 파묻혀서 어느 것이 상처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거야. 하지만 그것은 거기에 있지. 상처라는 건 그런거야. 이거다 하고 끄집어내어 보여줄 수도 없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런 건 대수로운 상처는 아냐.˝ - 106쪽



˝나와 같은 나이로 이미 배가 나오기 시작한 사내, 책상에 몇 종류나 되는 약을 넣어두고 선거에 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내, 아이들의 학교에 대해 골치를 앓으며, 노상 부부 싸움을 하며, 그러면서도 기본적으로는 가정을 사랑하는 사내, 심약한 데가 있고, 때때로 술을 지나치게 마시지만, 기본적으로는 어김없이 착실하게 일을 하는 사내, 여러가지 의미에서 건실한 사내.˝ - 126쪽




˝정말 좋은건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되니까 그렇겠지.라고 나는 말했다. 책이나 영화나 콘서트나 정말로 좋은 건 적어. 록 뮤직이란 것도 그렇지. 좋은 건 한 시간 동안 라디오를 들어도 한 곡 정도밖에 없어. 나머진 대량 생산의 찌꺼기 같은거야˝ - 212쪽



˝하지만 인간이란 이상해. 한순간에 나이를 먹는단 말일세. 정말이지, 나는 예전엔 인간이란 건 1년, 1년 순서대로 나이를 먹어가는 거라고 생각했었지.˝-250쪽



˝그 뭐랄까, 자네는 늘 혼자서 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타인이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건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쉬운 듯이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 자기라는 것을 분명하게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 264쪽



˝그녀에게 쓸쓸함이란 건 누군가의 힘으로 해소되어야 하는 감정인거야. 누군가가 해소해 주기만 하면 된단 말일세. 그러면 끝나는 거지. 거기서부터 더는 나아가지 않지. 하지만 난 그렇지 않거든.˝-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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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여섯번째 장편소설에 해당하는 이 책의 주인공인 ‘나‘는 앞서 나온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의 주인공인 ‘나‘와 원칙적으로 동일한 인물임을 밝혀두고자 합니다.˝ ㅡ5쪽


하루키의 작품세계에 가장 영향을 끼친
3대 작품은 <위대한 개츠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레이먼드 챈들러의 <롱굿바이(기나긴이별)>이라고 합니다.

우연히도 얼마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완독하고 나서 보니 갑자기 하루키가 땡기네요.

일명 쥐3부작 또는 4부작이라 불리는
작품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1988년 작품.(상실의 시대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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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8-24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숙제 하나를 끝낸 기분이시겠어요. 저는 아직…
잘 지내시죠? 오랜만입니다.^^

북프리쿠키 2022-08-24 20:59   좋아요 1 | URL
잊지 않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텔라님.
잘 지내고 있습니다. 건강하시고 잘 지내시죠? 넘 방갑네영 ^^

새파랑 2022-08-26 17: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댄스 댄스 댄스 정말 재미있지 않나요? 읽을때마다 흥미진진 했습니다 ㅋ 던킨도너츠를 먹어야 할거 같은 기분이 드는 책~!!

북프리쿠키 2022-08-27 16:23   좋아요 1 | URL
네~던킨도너츠 자주 먹네요 ㅎㅎ 중간에 주인공은 늘 고전을 읽고 ~ 1Q84랑 기사단장이야기 랑 비슷한 느낌도 나고,
하루키는 30년전부터 메타버스를 이야기하고 있네요^^
 

˝도련님은 아주 영리하십죠. 돈을 또 좋아하시죠, 이 점은 나도 잘 알고 있습죠. 오만하시기 때문에 남한테 존경받고 싶어 하시고 여성의 매력도 또한 굉장히 좋아하시지만, 무엇보다도 아무한테나 머리를 숙이지 않고 고요한 만족 속에서 사는 것을 - 바로 이걸 그 무엇보다도 좋아하십니다요, 도련님은 법정에서 그런 수치를 감수하면서까지 인생을 영원히 망쳐 버리고 싶지 않으실껍니다. 도련님은 표도르 파블로비치와 똑같아요. 모든 자식들 중에서 아버지를 제일, 제일 많이 닮으셨지요. 그분과 동일한 영혼을 지니셨으니까요˝ - 3권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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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신도, 인간도 모두가
표도르 파블로비치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누가 카라마조프 집안 사람들을 두고 제대로 잘잘못을 가려낼 수 있겠는가. 아무도 자기가 누군지 이해할 수도, 정의할 수도 없는 것이 이 어처구니 없는 카라마조프 가의 특성인데˝
- 332쪽


문득 고골의 검찰관 첫문장이 떠오르네요.

˝제 낯짝 비뚤어진 줄 모르고 거울만 탓한다˝ - 니콜라이 고골 <검찰관>

예전 이 문장을 읽고
소설속 등장인물이외 내 낯짝도
비뚤어진것임을 알았습니다.

항상 숲의 시야로 보되
그 숲속에 반드시 ˝나˝를 포함시켜야된다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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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첫장에

˝안나 그리고예브나 도스토예프스카야˝
에게 바친다.

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다음은 그의 2번째 아내에 대한
나무위키에서 가져온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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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는 원고료로 겨우 먹고 살았으며, 이 때문에 그의 후기 소설들은 굉장히 길다. 왜냐하면 그 시절 러시아에서는 글자 수대로 원고료를 책정했고, 따라서 소설의 길이가 늘어나면 원고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 그나마 돈이 조금 남으면 도박장에서 날리고 빚만 더 벌어왔다. 이렇게 돈에 쪼들리다 보니 쓰고 있던 <죄와 벌>을 급하게 완성했으며 <노름꾼>은 26일 만에, 그것도 <죄와 벌>을 쓰는 중에 구두로 완성했다.

이 때 도스토옙스키에게 큰 도움이 되었던 사람이 속기사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스니트키나(Анна Сниткина)였다. 도스토옙스키의 애독자였던 가정에서 자라나 본인도 그 애독자였던 스니트키나는, 사실상 지금의 작가 도스토엡스키가 있을 수 있게 한 일등공신 중 한 명이었다. 1866년 <노름꾼>을 시작으로 도스토옙스키의 구술을 속기로 받아적은 다음 보기 좋게 정서해서 출판사로 넘겨 주는 유능한 속기사로 활약했는데, 덕분에 도스토옙스키는 비록 퇴고는 제대로 못할지언정[16] 계약 기간에 맞춰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스니트키나는 <노름꾼>을 출판사에 넘긴 후 도스토옙스키의 청혼으로 결혼하는데, 이때 그녀의 나이가 21세, 도스토옙스키는 46세였다(...). 도스토옙스키 사망 당시에도 안나 그리고리예브나는 겨우 35살이었다. 그런데도 재혼하지 않고 도스토옙스키의 글과 유품을 정리해서 도스토옙스키 박물관에 기증하고, 남편과의 삶을 회고록으로 묶어 출판하는 등 남편이 잊혀지지 않는 데에 여생을 바치다 1918년 만 71세로 사망했다. 이 정도면 단순히 성공한 팬 정도가 아니라,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구원자인 셈.

(중략)

알뜰한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덕분에 차츰 경제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그 이유는 안나 그리고리예브나가 출판사와의 계약에 매여서 남편이 집필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포착하고선 직접 출판사를 하나 차려 버렸기 때문(...). 이 출판사를 통해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은 철저히 아내에 의해 관리되었고, 이 덕에 경제 사정도 점점 나아졌다.[18] 몇 년 동안 고생한 끝에 도스토옙스키 가족은 스타라야 루사라는 지방 도시에 2층 목조 주택 1채[19]를 구입할 정도로 경제력을 회복했다.[20] 이런 환경에서 나온 작품이 바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다.

안타까운 점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도스토옙스키가 구상했던 소설의 1부에 해당하며, 작품의 서문에 앞으로 20년 동안 그 소설의 뒷부분을 쓸 것이라고 적었다는 점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사망으로 미완성작으로 끝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문학평론가들은 프란츠 카프카의 장편들과 함께 미완성이라서 더 가치가 높은 문학 작품으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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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7-27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라마죠프가의 형제들 너무 좋죠 ㅜㅜ 미완이라 너무 아쉽기만 합니다~!!
 
















제2부 5편 <Pro와 Contar>-대심문관- 편에서

인간에게 양심의 자유보다 더 매혹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하지만 이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도 아무것도 없지" - p.536


함께 책을 읽으며 가끔 느낌을 나누는 친구가 있는데요.

제1편에서 가장 좋았던 대목이 "대심문관"편이라고 해서 더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의 절규,

<이방인>에서 뫼르소의 외침보다 받은 감동보다는 덜하지만요.


얼마 전 읽은 도올 선생의 책 <나는 예수입니다>를 관통하는 내용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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