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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할까요? 2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8월
평점 :
일전에 서친분의 글에 '손님은 왕'이라는 말은 천민자본주의의 전형이라
그 말이 아주 싫다고 댓글을 단적이 있다.
마침 이 책에서 2대커피집 박석사장과 주인공 강고비의 대화에서 비슷한 말을 한다.
"손님은 왕이라는 말 있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난 그말 제일 싫어한다"
"그렇죠? 선생님, 아니 어떻게 왕이에요? 손님은 손님이지."
"하지만....손님취향에 휘둘리는 바리스타를 더 싫어한다. 아무거나 라는 주문도 손님 취향일 수 있다. 그런데 그 아무거나에 휘둘리는 순간 바리스타는 개성을 잃고 카페는 생명력을 잃는다. 손님에게 네 개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해. 그래서 설득이 되면 좋고 그래도 설득이 안 된다면 그때는 포기하는 거야. 모든 입맛을 맞출 수는 없어. 넌 프로야. 프로는 자기 개성이 확실해야 하며 반대편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손님의 취향을 이해하고 예측할 줄 알아야 한다. 그건 폭넓은 경험을 통해 정립되는 거다. 물론 그 경험속에서 네 개성에 대한 원리, 원칙을 정해야 하고 손님을 단골이 되게 하려면 네 개성과 취향이 절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단,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조바심 내지 마라." -29쪽
솔직히 이 만화책을 접하기 전까지 '바리스타'에 대해서 내심 폄하를 해왔었다.
물론 전문적인 바리스타의 길을 걸으며 커피한잔을 내놓기까지 깊이있는 공부와 발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묵묵히 일하는 곳도 많을 것이다.(이 책을 취재일기를 보면 정말 그러하다.)
하지만, 내 머리속에는 그저 유행에 따른 새로운 직업, 큰 힘들이지 않고 큰 노동없이 좋은 커피향기에 근사한 인테리어 공간에서 감미로운 음악이나 들으며 사장이나 해볼까 해서 창업을 하는 부정적인 인식도 늘 함께 해왔었다.
그 결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게 커피숍이 아닌가~
젊은 친구들이 뭐 할게 없어서 커피숍 사장이나 할려고...말하자면 말이다.
커피에 대한 지식과 철학을 느끼며 이 책을 읽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러한 편견이 조금은 희석된다.
"에스프레소 잔은 왜 이리 잡기 불편하게 작은거죠?"
"에스프레소 잔은 데미타세라고 하죠. 이 데미타세는 향기와 온도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합니다.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두껍게 만들고 바닥의 한기를 막기 위해 굽이 있죠. 찻잔을 받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또 내부의 부드러운 곡석은 향기를 보존합니다. 만약 바닥이나 내부가 평평하게 되어 있다면 에스프레소가 튀어서 향기가 날아가 버리게 됩니다."
"이 조그만 잔에도 그런 원리가 숨어 있었군요."
"잘 만들어진 데미타세에 담아 마시는 에스프레소는 아름다운 흔적을 남깁니다"-115쪽
등장인물 중 노숙자가 된 기타리스트가 있는데,
밥 딜런의 'One More Cup of Coffee'를 연주해서 들어봤다.
집시소녀와 떠나려는 남자의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의 가사인데, 책 읽는 재미가 더해졌다.
책 후기에 30년 경력의 제1세대 바리스타 허형만을 만나 취재한 내용에서 깨알팁들이 나온다.
"커피를 내릴때에는 물이 커피에 부드럽게 닿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물이 커피에 거칠에 닿으면 커피의 맛도 거칠어지거든요. 물을 지나치게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거나 물줄기가 끊어지면 커피 입자에 충격을 주지요. 그뿐 아니라 물의 온도가 너무 높거나 커피입자가 지나치게 고우면 원치 않던 맛까지 추출됩니다."
"드립은 최대한 가는 물줄기로, 방향은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높이도 균일한 높이에서 물줄기를 떨어뜨리는 것이 좋고요, 특히 첫번째 드립후 두번째 드립할 때 속도는 천천히, 드립은 촘촘히 하는게 좋습니다. 그렇게 하면 잔 맛이 안 생기고 향이 좋거든요. 그래서 두번째 드립할 때의 커피가 가장 맛있습니다"-253쪽
주요 취재원으로 화려한 구성멤버(김병기, 박근하, 송성만, 김도현 등)로 이루어진 <프릳츠>는 꼭 가보고 싶네요^^;


커피에는 크게 세가지 물결이 있어.
첫번째 물결은 19세기 폴저스(미국의 대표적인 인스턴트 커피회사)가 모든 가정의 식탁을 점령하면서 시작됐지.인스턴트 커피 시대의 개막이었어. 세계 어디에서나 누구나 커피를 쉽게 마실수 있게 된거야
두번째 물결은 1960년대 다크 로스트를 하던 샌프란시시코의 피츠커피와 그에 영향을 받은 스타벅스가 시애틀에서 1호점을 개업한 이후 프랜차이즈가 본격화됐고 에스프레소를 바탕으로 다양한 베리에이션 메뉴를 즐기는 시대가 됐어.
그럼 스페셜티 커피는 제3의 물결이구먼. 제3의 물결이라는 말은 2002년 11월 미국 로스터스 길드의 소식지에 오클랜드에서 렉킹볼 커피 로스터스를 운영하는 트리시 로스갭이 처음 사용했어. 트리시와 커피 동료인 니콜라스 조는 제3의 물결커피에 관해 설명하기를 기존의 커피맛에서 벗어나야 하며 그 출발은 생두에 있다고 했어. 이를테면 국가별 구분이 아니라 농장별로 세분화해서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생두의 특성을 파악하고 고유한 개성을 커피 맛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었지.-129쪽
스페셜티 커피는 국가만 표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농장, 농부, 품종까지 표기해요. 농부의 이름을 넣는 건 좋은 생두를 재배해준 것에 대한 존경의 표시고요. 자세히 표기하는 만큼 기존의 생두와 맛의 차별까지 분명하다는 의미야. 특히 고도가 높을수록 더하지-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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