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을 다닐 때에 먼 길을 오고 가면서 항상 라디오를 켜고 다녔다. 이유는 지루하지 않게 가기 원했고, 노래를 통해 머리를 식히며, 또한 한 번씩 삼국지와 같은 역사를 재미있게 시리즈로 만들어 성우들의 목소리와 함께 엮어 주었기 때문이다. 웃으며, 지루하지 않으면서 역사적 교훈을 주는 삼국지를 내 한 번은 읽으리라 했지만, 사실 쉽지 않은 것이기에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설민석의 삼국지와 같은 책이 많은 이들에게 어필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이 나왔다. 그리고 창비 출판사(황석영)에서 삼국지를 출판했는데 무려 2,784쪽에 달한다. 웬만해서는 창비 출판사 것을 보기 보다는 고우영 삼국지를 택할 것이다. 그리고 이 조차 읽기 어려운 사람은 나와 같은 바로 오늘의 책 '술술 삼국지'를 보지 않겠나 싶다.
《술술 삼국지》는 역사소설인 《삼국연의》 120회 내용을 압축한 것이라 소개된다. 주요 장면마다 소설의 모본인 《삼국지평화(三國志平話)》와 나관중, 모종강 <삼국연의>의 차이점을 살펴 주고 있는데 특히 소설 내용과 인물 묘사에 대한 변화를 알 수 있도록 수상 경력이 화려한 예슝 작가의 삽화가 넣어져 있어 책의 가치를 높여준다. 그림에서 풍기는 역사적 삽화는 가히 최상급이라고 하겠다. 인물에 대한 묘사를 예리하게 잘 표현했고, 책의 내용을 더욱더 풍성하게 하고 있다.
프롤로그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예부터 '삼국지를 세 번 읽지 않은 사람하고는 이야기도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읽고 싶었고, 또 읽어야만 하는 역사 소설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이렇게 다양하게 책을 편찬해 주니 독자로서는 감격할 따름이며 충실하게 읽을 따름이다.
눈에 익은 말이 보였다. 그건 '도원결의' 라는 고사성어이다. 아시다시피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에서 의형제를 맺은 데에서 비롯된 말이라 한다. 그러나 책을 보니 도원결의가 시작이 아니라 '사詞'라는 노래가 시작이라 한다. 사는 '시詩'의 변형이라고 한다. 즉 시는 운율이 엄격하게 맞아야 하고 정형화되어 있어서 읽기 위주지만 사는 '노래하듯 부르는 시'이다. 요즘의 대중가요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자유로운 형식으로 노랫말을 지어서 불렀는데 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곁들였다고 한다.
그런데 '시'가 당나라 때 유행한 문학 장르라면 '사'는 송나라 때 유행한 문학 장르로서 고려시대 선비들도 모이면 (유행을 따라)술자리에서 송사를 원어로 한 곡조씩 불러 자랑거리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왜 저자는 먼저 언급하는가 할 때 그건 이러하다. 『삼국연의』는 역사서인 『삼국지』와 여러모로 다르다. 역사는 조조의 위(魏)를 정통으로 보지만, 소설은 유비의 한(漢)을 정통으로 본다는 것이다. 즉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내용면에서 역사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삼국연의』는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여기저기서 전해져오는 야사와 전설 등 그럴듯한 이야기들을 모아서 만든 것이다. 그래서 영웅호걸들의 물고 물리는 다툼을 읽을 때면 한 편의 인생사를 보는 것 같아 일단 재미가 있고 흥미진진하며 특히 소설이 만든 인물들의 성격은 동서고금은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있는 인간학으로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음을 독자도 동의하는 바이다. 무엇보다 '네이버 차이나랩'에 매주 <삼국연의>를 압축하고 나관중과 모종강 소설의 차이점을 분석하는 글을 연재했던 부분이라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게 읽히며 재미가 있다.
책은 총 5개의 파트로 되어있다. 모든 파트마다 12개로 나눠 있으며 첫 번째 파트를 읽으면서 이미 독자는 책의 재미에 빠져들고 화려하면서도 당시 상황을 묘사한 예슝의 그림을 보며 감탄을 하게 된다. 첫 번째로 여는 글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제목이 이러한데 "난세에 세 영웅이 뜻을 모으다" 위에서 언급한 '도원결의'의 장면이 나온다.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황건적'으로 인한 것인데 황건적의 주체는 힘없는 백성이며 착하고 온순한 백성이라고 하니 무언가 마음 아픈 사연이 있는 것이다. 즉 후한 말기에 백성들의 삶이 팍팍해진 것이다. 그건 자연재해(가뭄, 홍수, 전염병)도 있지만 관리들의 폭정(각종 조세와 부역)이 도화선이 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의 폭정과 부패들은 할 수 없는지 요즘 한창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문제를 비춰본다. 사실 황건적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인들과 정부 관리들이 문제가 아닌가? 이들을 위해 유비, 관우, 장비가 모여서 대항하며 나라를 바로 세워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삼형제가 황건적에 붙어서 싸웠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첫 연의에서 모종강이 장비의 마음을 응원하는 시 한 편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시원하게 들려지는 것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