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 삼국지 1 - 난세를 이겨내는 지혜를 읽다 술술 삼국지 1
허우범 지음, 예슝 그림, 차이나랩 기획 / 책문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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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6개월간의 대장정! 네이버 차이나랩 절찬리 연재!

소설 삼국지의 변모를 한눈에 살펴보는 재미!

삼국지를 세 번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대학원을 다닐 때에 먼 길을 오고 가면서 항상 라디오를 켜고 다녔다. 이유는 지루하지 않게 가기 원했고, 노래를 통해 머리를 식히며, 또한 한 번씩 삼국지와 같은 역사를 재미있게 시리즈로 만들어 성우들의 목소리와 함께 엮어 주었기 때문이다. 웃으며, 지루하지 않으면서 역사적 교훈을 주는 삼국지를 내 한 번은 읽으리라 했지만, 사실 쉽지 않은 것이기에 포기하게 된다. 그래서 설민석의 삼국지와 같은 책이 많은 이들에게 어필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고우영 삼국지 올컬러 완전판'이 나왔다. 그리고 창비 출판사(황석영)에서 삼국지를 출판했는데 무려 2,784쪽에 달한다. 웬만해서는 창비 출판사 것을 보기 보다는 고우영 삼국지를 택할 것이다. 그리고 이 조차 읽기 어려운 사람은 나와 같은 바로 오늘의 책 '술술 삼국지'를 보지 않겠나 싶다.

《술술 삼국지》는 역사소설인 《삼국연의》 120회 내용을 압축한 것이라 소개된다. 주요 장면마다 소설의 모본인 《삼국지평화(三國志平話)》와 나관중, 모종강 <삼국연의>의 차이점을 살펴 주고 있는데 특히 소설 내용과 인물 묘사에 대한 변화를 알 수 있도록 수상 경력이 화려한 예슝 작가의 삽화가 넣어져 있어 책의 가치를 높여준다. 그림에서 풍기는 역사적 삽화는 가히 최상급이라고 하겠다. 인물에 대한 묘사를 예리하게 잘 표현했고, 책의 내용을 더욱더 풍성하게 하고 있다.

프롤로그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예부터 '삼국지를 세 번 읽지 않은 사람하고는 이야기도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읽고 싶었고, 또 읽어야만 하는 역사 소설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이렇게 다양하게 책을 편찬해 주니 독자로서는 감격할 따름이며 충실하게 읽을 따름이다.

눈에 익은 말이 보였다. 그건 '도원결의' 라는 고사성어이다. 아시다시피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에서 의형제를 맺은 데에서 비롯된 말이라 한다. 그러나 책을 보니 도원결의가 시작이 아니라 '사詞'라는 노래가 시작이라 한다. 사는 '시詩'의 변형이라고 한다. 즉 시는 운율이 엄격하게 맞아야 하고 정형화되어 있어서 읽기 위주지만 사는 '노래하듯 부르는 시'이다. 요즘의 대중가요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자유로운 형식으로 노랫말을 지어서 불렀는데 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곁들였다고 한다.

그런데 '시'가 당나라 때 유행한 문학 장르라면 '사'는 송나라 때 유행한 문학 장르로서 고려시대 선비들도 모이면 (유행을 따라)술자리에서 송사를 원어로 한 곡조씩 불러 자랑거리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 얘기를 왜 저자는 먼저 언급하는가 할 때 그건 이러하다. 『삼국연의』는 역사서인 『삼국지』와 여러모로 다르다. 역사는 조조의 위(魏)를 정통으로 보지만, 소설은 유비의 한(漢)을 정통으로 본다는 것이다. 즉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내용면에서 역사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삼국연의』는 역사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여기저기서 전해져오는 야사와 전설 등 그럴듯한 이야기들을 모아서 만든 것이다. 그래서 영웅호걸들의 물고 물리는 다툼을 읽을 때면 한 편의 인생사를 보는 것 같아 일단 재미가 있고 흥미진진하며 특히 소설이 만든 인물들의 성격은 동서고금은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있는 인간학으로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음을 독자도 동의하는 바이다. 무엇보다 '네이버 차이나랩'에 매주 <삼국연의>를 압축하고 나관중과 모종강 소설의 차이점을 분석하는 글을 연재했던 부분이라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게 읽히며 재미가 있다.

책은 총 5개의 파트로 되어있다. 모든 파트마다 12개로 나눠 있으며 첫 번째 파트를 읽으면서 이미 독자는 책의 재미에 빠져들고 화려하면서도 당시 상황을 묘사한 예슝의 그림을 보며 감탄을 하게 된다. 첫 번째로 여는 글은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제목이 이러한데 "난세에 세 영웅이 뜻을 모으다" 위에서 언급한 '도원결의'의 장면이 나온다.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황건적'으로 인한 것인데 황건적의 주체는 힘없는 백성이며 착하고 온순한 백성이라고 하니 무언가 마음 아픈 사연이 있는 것이다. 즉 후한 말기에 백성들의 삶이 팍팍해진 것이다. 그건 자연재해(가뭄, 홍수, 전염병)도 있지만 관리들의 폭정(각종 조세와 부역)이 도화선이 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인들의 폭정과 부패들은 할 수 없는지 요즘 한창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 문제를 비춰본다. 사실 황건적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인들과 정부 관리들이 문제가 아닌가? 이들을 위해 유비, 관우, 장비가 모여서 대항하며 나라를 바로 세워나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삼형제가 황건적에 붙어서 싸웠다면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첫 연의에서 모종강이 장비의 마음을 응원하는 시 한 편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시원하게 들려지는 것은 뭘까?

예나 지금이나 권력과 돈이 대접받는 세상

그 누가 평민이 영웅인 것을 알겠는가.

어떻게 장비 같은 시원시원한 사람 만나

세상에 양심 없는 놈들을 모두 없애버릴까.

이 시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주인공 삼형제가 모여 황건적을 대항해 공을 세우기도 했지만 유비의 스승인 노식이 무고하게 잡혀가는 모습을 본다. 그리하여 황건적 소탕을 미루고 고향으로 내려가는데 그 와중에 노식을 대신한 동탁이 황건적에게 참패하여 달아나는 것을 구해 준다. 그런데 동탁은 유비가 평민임을 알고 깔보았다. 이에 불같은 성격의 장비가 칼을 뽑아 들고 외치기를 "우리가 직접 전쟁터로 뛰어들어 구해주었건만, 도리어 이놈이 무례하게 군단말이오? 내 이놈을 쳐죽여야만 울화통이 그칠 거요."

삼국연의 첫 문장을 보면 '천하의 대세는 나누어진 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지 오래면 반드시 나누어진다.'라고 적어 놓았다. 합쳐지고 나누어지는 까닭은 무엇이겠는가? 바로 위의 모종강의 시가 그 답을 말해주고 있다. 대세의 원천은 백성이고 백성이 곧 하늘인데 그 하늘의 뜻인 백성의 힘을 이용하는 자가 누구인가 할 떄 바로 야심을 가진 권력을 가진 자들이다. 착한 백성은 늘 그들의 교활한 정치적 수순에 휘둘리고 굴복 당하고 만다. 무엇이 변했을까 하며 저자는 말한다. 즉 권좌의 주인만 바뀌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권력 유지에 백성을 이용하여 힘을 가지고서는 권력유지에 거슬리면 백성이 역도가 되는 이 현실을 그들은 지금도 만들어 내고 있다. 저자는 말하기를 '하늘같은 백성, 백성을 위한 정치는 서책에만 있다. 필요할 때 잠시 꺼내어 써먹는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현재 정부를 보면서 느낀다. 속된 표현으로 "정치인들은 그 놈이 그 놈이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일단 책을 재미있게 보면서 오늘날의 현실을 대비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서 좋았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나관중 본과 모종강 본의 내용을 비교하면서 소설의 내용과 인물 묘사의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점이다. 예를 들어 26장 부분에서 '관우가 두 형수를 모시고 조조를 떠나다'의 장면에서 나관중본은 매우 길게 그리고 훨씬 진솔하게 따뜻한 대화로 되어 있다. 그러나 모종강이 엮은 것에는 그 둘의 대화를 한 문장으로 줄여놓았다. 먼저 모종강 본을 보자.(내용은 조조가 관우의 복심(腹心)을 알고 싶어서 장료를 보내며 관우에게 묻는 장면이다)

"형과 유비의 교분은 이 아우와 형의 사귐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입니까?"

"나와 아우는 벗으로 사귀는 것이지만, 나와 유비는 벗이자 형제이며 또한 군신이니 어찌 같은 자리에 놓고 말할 수 있는 것이겠소?"

나관중본은 이것의 8배가 되어서 책 읽기를 권한다. 왜 이렇게 모종강 본은 대폭 줄여서 써졌는가 할 때 위에서 구체적으로 소개를 못해 적어 보면 『삼국연의』는 명(明)나라 때 나관중(羅貫中)이 지었다. 하지만 우리가 읽고 있는 판본은 청(淸)나라 때 모종강(毛宗岡)이 엮은 것이다. 나관중이 지은 연의는 총 24권 240칙(則)이었으며, 이것을 모종강이 부친인 모윤(毛綸)과 함께 120회로 대폭 수정을 하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곳에는 모종강이 그에 어울리는 시를 추가하였다. 따라서 우리가 읽는 연의에 대부분이 12회분을 한 권으로 편집하여 총 열 권으로 완성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장점이라면 매 파트 마다 끝 부분에 권별 부록인 '책씻이'와 '소설 밖 나들이'의 글이 있다. 책씻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 보는데 살펴보니 우리가 현재 '책거리'라는 말로 쓰고 있는 말이었다. 즉 서당에서 학동이 책 한 권을 떼거나 베끼는 일이 끝나게 되면 훈장과 동료들에게 한턱내던 일을 ‘책씻이’라 한다. 한자말로는 ‘책례(冊禮)’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의 챗씻이는 파트 한 권을 끝내고 나서 인물들을 다시금 세밀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소설 밖 나들이에서는 소설 속 무대가 된 중국 현지의 풍경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며 설명해 주는에 이 또한 역사의 깊이를 더해주는 저자의 섬세한 배려라 생각된다. 술술 삼국지 2를 사서 보아야 겠다! 이것이 결론이다!!

이 책의 한 문장

"조조는 평생 귀신과 불여우처럼 간사하고 거짓 행동만 일삼았는데 갑자기 정정당하고 늘름하고 열렬하며 청명한 하늘처럼 티 없고 태양처럼 눈부신 사람을 만났다. 그러자 보물 앞에 있는 자신의 추한 모습을 알게 되어 자신도 모르게 관우를 좋아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우러나 차마 죽이지 못한 것이다." p211

-조조는 관우를 부하로 삼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참모들이 죽이라고 했지만 조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모종강은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었다.

_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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