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쏙쏙, 세계사 인물 2 : 과학·예술 초등 필수 역사 인물 시리즈
이보림 지음, 이창우 그림, 이선희 감수 / EBS 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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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과학과 예술 분야에서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세계사 인물 가운데 33인을 뽑아서 분야별로 소개해주는 책인데 어른 독자에게도 유용한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초등학생들이 보는 책은 저자들이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것만을 담았기에 정보를 얻는데 있어 매우 알찬 책이다. 그림도 재미나게 그려져 있어 보는 재미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참 많은 혜택을 받고 자라고 있다. 우리 때에 이런 책들이 나왔다면, 그리고 이런 것을 토대로 학교에서 교육을 한다면 교육의 효과는 굉장히 증대될 것으로 본다.

〈역사가 쏙쏙, 세계사 인물〉이란 책은 이처럼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인물들의 삶을 다양한 이야기와 그림으로 구성하여 전해주고 있다. 각각의 인물들의 일생을 보면서 어떠한 일생을 살았는지 들여다보는 것만큼 역사를 공부하는 데 효과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쑥 빠져들고 마는데 그만큼 역사가 재밌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세상을 움직여 나간 인물들의 삶은 분명 아이들에게 희망과 꿈으로 도전이 될 것이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 끊임없는 연구로 미래를 밝힌 과학자들, 2부 창작과 열정으로 작품을 꽃피운 예술가들.

1부에서는 갈릴레이를 시작으로 하여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 증기 기관을 개량한 제임스 와트, 전기로 세상을 바꾼 마이클 패러데이, 전화기를 발명한 그레이엄벨, 곤충의 세계를 탐구한 파브르,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까지 끊임없는 연구로 인류를 위한 큰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준다. 2부는 우리가 잘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시작으로, 최고의 극작가인 셰익스피어를 소개해 준다. 특히 그는 다른 극작가처럼 대학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희곡을 쓰는데 있어 그 누구보다 뛰어난 재능으로 인해 주변 극작가들로 부터 많은 시샘을 받은 자였음을 알려주는데 천재는 이렇게 탄생됨을 알려주고 있다. 그와 더불어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와 베토벤에 대해서, 인간에 대한 희망을 쓴 작가인 빅토르 위고에 대해서, 아낌없이 사랑을 나눈 진정한 스타 오드리 햅번에 대해서 알려준다.

각 인물에 대한 정보가 이렇게도 깔끔할 수 있다니 놀랍다. 각 인물과 관련된 핵심 정보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책이 편찬되었다. 짦은 내용인데 그 인물에 대해 훤히 알게 되는 그런 효과를 이 책은 주고 있다.

눈에 들어온 인물 가운데 증기 기관으로 새 시대를 연 '제임스 와트'가 이렇게도 중요한 존재인지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는 '더 효율적인 증기 기관을 만들 수 없을까?'를 고민하였다. 그는 기계공 일을 배워 대학에서 과학 및 수학 도구를 제작하는 기술자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수업용 증기 기관 모형을 수리하다가 당시 증기 기관이 단지 광산에서 지하수를 퍼 올리는 용도로 널리 쓰일 뿐이고, 또한 뉴커먼이 개발한 증기 기관이 증기와 연료인 석탄을 너무 낭비하고 있는 방식임을 알게 되면서 새롭게 개발하고자 했는데 엄청난 것을 개발해낸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만든 증기 기관은 탄광에서 물을 퍼 올리는 용도만 아니라 면직물의 대량 생산을 위한 방직 기계에 사용이 되고, 나아가 증기 기관을 이용해 철도 위를 달리는 증기 기관차가 만들어진다. 이런 방식은 결국 산업혁명에 없어서는 아니 될 중요한 기술이 되었다. 즉 증기 기관의 개발이 당시 물건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가내 수공업에서 공장제 기계 공업으로 바꾸는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기계를 돌리는 공장이 늘어나자,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도시가 발달해 나갔으며 빠른 속도와 증기 기관차의 효율적인 물자 공급으로 자본주의 경제가 놀랍도록 성장하게 된 것이다.

각 인물에 대해 소개는 2장을 할애하고 있는데 2장이 넉넉하다고 말할 정도로 정말 필요한 엑기스를 잘 담아내고 있다. 역사란 이렇게도 재미가 있는 것인데 기존의 교육청과 교사들은 역사를 지루한 공부로 만들어 놓았다. 어른들에게는 기본적인 역사 상식 공부를 해주고 아이들에게는 꿈과 도전을 주는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혀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역사 책에 우리나라 인물도 많이 포함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특히 마지막 부분을 가면 각 인물의 출신 국가와 활동 영역을 약력과 함께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세계 지도에 친절하게 구성해 주고 있다. 유럽에서 큰 인물들이 집중되어 있음을 보는데 한국도 100여년의 역사가 지난 후에 몇 명의 인물이 올려진다면 좋겠다 싶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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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네 마리 늑대 - 생태계를 복원한 자연의 마법사들
캐서린 바르 지음, 제니 데스몬드 그림, 김미선 옮김 / 상수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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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경이로운 책이다. 언젠가 TV에서 다큐를 다루면서 이 책에 있는 내용을 다루어 흥미있게 보았다. 인간의 짧은 생각으로는 늑대와 같은 포식자를 죽여 없애는 것이 생태계에 효율적인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었는데 오히려 늑대를 없앰으로 생태계가 망가지고 황폐화되게 되었다. 분명 늑대를 없애는 것이 인간에게도 생태계에도 좋은 것인줄 알았는데 인간은 커다란 실수를 행했던 것이다. 이 책은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에게 묻고 있다. "인간의 욕망과 잘못된 생각이 얼마나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깨달으라"고 말이다.

이 책이 그림책으로 만들어진 것은 큰 축복이다. 그림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내용 또한 충실하여 이 그림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호기심과 영감을 주어, 아이들이 자연을 대하는 자세를 일찍부터 가르쳐주는 소중한 책이될 것으로 본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우리 행성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사실에 대해 어린 아이들이 미리 알고 살아간다면 어른들이 범하는 실수를 다시는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늑대 14마리가 무엇이기에 이렇게도 생태계가 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말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 인간은 사실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이 생태계 전체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있다. 생태계에서 인간이 가장 문제이다. 인간이 망치지 않는 한 우리가 사는 지구는 행복하고 모든 것이 아름답게 이어져 갈 것으로 본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미국의 국립공원은 정말 아름답고 자연친화적이며 규모가 매우 크다. 이런 곳에 살게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도 꿔본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다운 공원이 인간의 개입으로 황량하게 되었고 숲은 죽어 갔다.

늑대가 사라진 것은 1800년대 이후의 일이다. 목축업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가축을 잡아먹는 늑대를 사냥하기 시작하였다. 더이상 늑대 소리는 이제 들을 수 없게 되었다. 1920년대 후반이 되자 옐로스톤 지역의 늑대 무리가 모두 자취를 감추고만 것이다. 그런데 늑대가 사라지자 공원의 생명체들에게 변화가 생겼다.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지면서 초식동물의 수가 급증했고, 나무와 풀들도 점점 메말라 갔던 것이다. 그저 늑대 하나가 없어졌을 뿐인데 무엇이 잘못 되었기에 수많은 동·식물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늑대가 사라지자 엘크는 먹고, 먹고, 또 먹었습니다. 푸퐈 나뭇잎을 마음껏 뜯었지요. 강둑을 따라 자라고 있던 새순을 야금야금 씹어 먹는 바람에 나무가 새로 자랄 수 없었어요. 한 때 풀로 무성했던 푸른 초원은 이내 황폐해져서 갈색 빛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엘ㅋ가 골짜기를 완전히 차지해 버리자, 다른 야생동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나무가 자라지 않아 새들은 둥지 틀 곳을 찾을 수 없었어요. 결국 다른 보금자리를 찾으러 공원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다른 동물들도 쉴 곳을 잃어버렸고 먹이도 충분히 구할 수 없었어요. 곰, 비버, 토끼, 여우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었어요.... p7

늑대 하나가 없어진 것은 그저 한 포식자의 종말이 아닌 것이다. 점점 멸종해 가는 동물이 많아지고 있다는 기사가 많이 나온다. 요즘은 벌꿀이 사라지고 있다는 기사가 나와서 살펴보니 장난이 아님을 알게 된다. 천재 아인슈타인이 이런 경고를 했다고 한다. "꿀벌 멸종하면 4년 안에 인류 사라진다."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꿀벌이 사라질 경우 과일, 채소 등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식량난과 영양 부족으로 한 해 142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었다. 창녕의 경우 양봉농가 130곳을 조사한 결과 벌집 2만 8000군 중 90%에서 꿀벌이 집단으로 폐사하거나 실종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위기이다. 그냥 사라지는 것이구나가 아니라 인간은 위기 의식을 가지고 대책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이런 엄청난 위기 앞에 서 있는 인류는 이제 철저한 교육을 통해 어릴 때부터 자연을 종속적인 존재로 보게 하지 말고, 자연을 최고 위에 두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교육을 해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류의 멸망은 결국 인간 스스로 자초해서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모든 관공서만 아니라 아이들 도서관에 필수 독서 목록에 올려야 하고, 교과서에도 실어야할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살아갈수록 자연이 너무나 좋다. 요즘 캠핑 문화가 대세인데 인간은 문명으로만 살아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인간은 캠핑을 갔다 오면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자연을 훼손하는지 모르겠다. 쓰레기 문화를 보면 아직도 한국은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여주기식으로는 잘하지만 실제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철저한 교육이 있어야할 것이다.

책은 14마리 늑대의 일생을 심도 있게 추적하며 다루고 있다. 원래는 15마리를 투입하려고 했다. 그런데 캐나다에서 마취총 충격으로 죽게 되어 14마리가 되었다. 작가는 캐나다에서 들여온 14마리 늑대들의 일생과 삶을 매우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늑대들의 자취를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동화와 같고, 한편의 거대한 다큐와 같은 이 책은 내 자녀와 손주들에게도 꼭 직접 읽혀주고 싶은 책으로 내 서재에 현재 중요한 자리에 꽂혀 있다.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지만,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들은 공원 내에서 모든 생명을 지탱하는 열쇠로 작용하는 소중한 포식자였다. 아니 그 공원만 아니라 14마리 늑대는 인류를 살리며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 42페이지를 보면 14마리 늑대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주는 그림이 나오는데 참으로 경외심마저 들었다. 그들은 또 불법 사냥꾼에 의해 죽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남아 있는 늑대들은 살아남아 후손을 낳았고, 그들을 통해 숲은 살아났고 치유가 되었다. 70년 만에 생긴 변화이다. 인간에 의해 죽어간 생태계를 늑대가 살려준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이 들려주는 메세지를 뚜렷하게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사람만 살려고 하면 사람도 죽는 다는 이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 오늘 하루도 주변에 작은 생물에게도 친절함을 베풀고 고마운 마음을 가진 우리 모두가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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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고 데이 - 하나님의 모습을 찾아서
구유니스 지음 / 비엠케이(BMK)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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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고 데이

 

-하나님의 모습을 찾아서-

 

Imago Dei

 

 

조르주 루오, 마르크 샤갈, 파울 클레, 오토 딕스, 장 미셸 바스키아

 

20세기 세계적인 화가들의 성화(聖畫)에서 하나님의 모습을 찾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다!

 

어릴적 인상 깊은 그림 가운데 밀레의 '만종'이라는 그림이 있다. 할아버지 집에 그 그림이 걸려 있었는데 당시 국민학생이지만 무언가 모를 경건함을 느꼈다. 그림에 대한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보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 후기 인상파들이 그린 전시회를 가본 경험이 있는데 그 그림을 본순간 압도 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그림은 가슴으로 다가와 내 마음의 화폭에 그림을 수놓았다.

 

 

본 책은 20세기 화가들이 그린 성화 30여 점을 저자가 깊이 앙시(仰視)하고 묵상하며 써내려간 신앙고백이자 성화 에세이. 어린시절부터 교회를 다닌 저자는 대학에서 생화학과 약학을 전공하면서 결국 약사로서의 인생을 살지만 평소 미술 작품들을 보는 것을 좋아했기에 지금과 같은 책을 편찮하게 된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영감을 받는

작품을 만나면 가끔 글을 쓴다.

여행지에서 미술관을 둘러보고,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방구석에서 기도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

 

-표지에서

 

여기 나오는 작품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성화가 아니다. 즉 교회의 권위를 높여주던 고고한 모습의 성화가 실려있지 않고, ‘인간화한 성화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이 실려있다. 다시 말해 책에 실린 성화들은 교회 미술이 미술사의 중심일 때의 작품이 아니다. 카라바조와 미켈란젤로의 작품 등에서 볼 수 있었던 교회 미술이 15세기르네상스를 기점으로 서서히 쇠퇴하게 되었다. 인본주의가 무르익고 교회 권력이 약해지는 시대적 흐름에서 다시 종교미술을 추구했던 화가들이 나타났으니 바로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들은 그리스도교에 대한 개인의 신앙과 사유의 산물들이기에 그 가치가 크고 남다르다고 보면 된다.

 

 

저자는 단지 그림을 좋아한 사람인데 이 책을 읽어보게 되면 그림을 전공했나고 생각될 정도로 그림에 대한 이해와 신앙적 이해가 겹치면서 매우 탁월한 해설자로서 보여진다. 저자의 이름이 '구유니스'라고 소개되는데 본명인지 예명인지 모르지만 이 이름 속에서도 이미 경건함이 묻어나며 예술의 혼이 묻어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책을 펼치면 첫 번째 작품인 작가 미상의 바다 위의 폭풍, 1020의 그림이 나온다. 그림은 단번에 주인공인 예수님을 부각시킨다. 폭풍우 치는 배에서 예수님이 뱃머리에 잠들어 있는 모습인데 이 모습을 통해 저자는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묵상을 해나간다. 폭풍우를 보고 무서워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왜들 무서워하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고 했는데 여기서 '믿음'은 무엇일까 저자는 질문을 한다. 한참 동안 곰곰히 생각한 결과는 이러하다.

 

그것은 '주님의 세계에 거하고 있다는 믿음, 혹은 주님을 믿으면 능력자가 된다는 것도 아니고, 주님과 거한다고 해서 어려움이 비켜간다는 것도 아닌, 주님의 세계에, 그 초대에 함께하는가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라고 묵상을 풀어 놓았다.

 

세상이라는 풍파의 어려움은 누구나 건너간다. 그러나 그때 이 그림을 떠올린다면 이미 주님의 세계에 초대된 자이기에 더이상 제자들처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음을 저자는 묵상되어진 것이다.

 

 

두 번째 작품도 인상적이다. 마르크 샤갈의 아브라함, 1931이란 그림이다. 웅크리고 있는 한 남자가 보이는데 아브라함이다. 이 작품은 아브라함이 본토와 친척이 있는고향을 떠나 미지의 땅으로 갈 것을 결정할 때의 모습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그때뿐이었겠는가? 아니 우리 또한 이렇게 웅크리고 앉아 고민하는 존재다. 그런데 이렇게만 본다면 물론 각자마다 묵상되어지는 것이 다를 수 있지만 저자가 통찰한 묵상은 왠지 모르게 더 흡수력이 있다.

 

작품의 상단에 있는 천사는 아브라함과 대조적입니다. 눈을 크게 뜨고 입으로 외치며, 온몸을 펼치고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역동적인 모습입니다. 아브라함의 눈에, 우리의 눈에 저 천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저 천사는 보이지 않는 현실인 하나님과 그 나라입니다. 볼 수 있는 현실은 멈추어 있어서 해결의 길이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 현실는 운동성이 있으며 그 길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 그림이 위아래로 나뉘어 있어서 마치 보이지 않는 현실은 아브라함과 다른 세계를 이루는 것 같지만, 그것은 그를 붙들고 있는 세계이며 지금의 아브라함을 이끌었고, 또한 그 너머를 바라보도록 하는 힘입니다. p.18

 

이 작품에 대해 추가적인 부분이 있는데 샤갈의 고백인지, 아니면 저자 자신이 묵상 되어진 고백인지 모르지만 성서의 말씀을 가져와 본 작품을 더 살려주고 있습니다. 시편 142:3절의 말씀입니다.

 

 

내 영혼이 연약할 때 주님은 내 갈 길을 아십니다.

 

 

저자가 선택한 그림들은 매우 톡특한 그림들이 많이 나열되어 있는데 하나하나가 엄청난 신앙적 사유와 고백이 함축되어진 작품임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림도 그림이지만 화가 개개인의 신앙과 구도의 산물인 성화들을 저자가 선택해 자유롭게 해석하면서 인간 존재와 삶의 가치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고, 신앙 회복과 치유를 간구하고 있다는 것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이 책에는 작가 미상과 더불어 조르지 루오와 샤갈, 파울 클레의 작품들을 비롯, 오토 딕스, 니콜라 사리치, 막스 리버만 그리고 유일한 16세기 화가인 ()루카스 크라나흐의 성화들, 그리고 그라피티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특히 니콜라 사리치의 믿음-어둠 속의 빛이라는 작품도 놀라워서 탄성을 지게 하지만 저자가 또 다시 묵상하며 해석을 내리며 그림을 풀어 나가는데 전문 해설가로서도 부족함 없는 자로 생각이 된다. 이 작품은 '의심 많은 도마'를 현대화한 그림이다.

 

현대인 의상을 입은 도마가 예수의 옆구리에 난 상처에 손가락을 넣고 확인하고 있는 그림인데, 이렇게도 그려지는 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도마에게 한 말은 그에게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한 것입니다. 이때 이후로 긴 세월동안 아무도 부활한 예수를 보지 못했으니까요. 오랫동안 관용구처럼 '의심 많은 도마'로 그를 쉽게폄하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가까운 미래에 예수를 만날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당연회 우리는 '보지 못하는 자'가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는 자들'이어서 '복된 자들'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보지 않고'도 많은 것을 믿으려 합니다. 믿음이 없다는 말이 두려워서일까요? 그리하여 '복되다'에서 멀어져서 형편이 어려워질까봐 그런 걸까요? 이 작품에서 도마의 의심과 어둠이 믿음과 빛남으로 충만해지는 그 순간이 화면 가운데에서 손가락과 옆구리의 빛나는 접점에 표현되어 있습니다. 도마는 부활한 예수의 확증을 잡으려는 사람입니다. [...] 그의 의심은 어쩌면 긴 시간 동안 부활한 예수를 보지 못할 모든 공동체와 신앙인들이 믿음을 지속하고 위로의 대답을 들을 수 있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이 놀라운 저자의 통찰력과 해석이 놀라울 따름이다. 현대의 신앙인들이 의심 많은 도마를 애처롭게 바라보며 자신들은 믿음을 가진척 해보지만, 주님이 도마에게 해준 대답 때문에 사실 우리는 위로를 받고 믿고 있는 것이다. 신앙인들이 이 책을 읽으면 분명 감동과 은혜, 멋진 신앙적 사유를 선물 받을 것이다. 그리고 성화를 바라보는 안목도 이젠 저자처럼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독특한 성화를 통해 예술적인 감각을 깨우고 싶거나, 신앙적인 사유에 빠져 하나님을 그림 언어로 알기 원하는 예술적 영혼들은 반드시 이 책으로 영혼의 허기가 채워질 것으로 본다. 이 책을 만남으로 새롭게 하나님을 만나고 예수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졌다.

 

이 책의 한 문장

 

책의 제목인 이마고 데이(Imago Dei, The Image of God), 즉 하나님의 모습은 인간이 평생 알려고 애쓰는 주제이며, 한 존재의 모습은 눈으로 본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하나님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것은 부분적이다. 하나님의 모습에 대한 1차 자료는 바로 성육신하신 예수 그리스도이며, 성서나 이 성화들은 그 후의 순차적인 자료들이다. 성화를 토대로 쓴 필자의 글을 통해 하나님의 모습에 대하여 물을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을 내면서 중에서.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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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마코스 윤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2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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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에 관한

인류 최고 철학자의 경험적 통찰이 담긴 책.

 

아리스토텔레스가 20세에 마케도니아 대왕이 되기 전인 알렉산드로스(왼쪽) 왕자를 가르치고 있다. 스승은 제자에게 트로이전쟁 영웅 이야기인 호메로스 일리아스를 권했고, 이 책은 대왕에게 전장 애독서가 됐다. 프랑스 화가 샤를 라플란트 작, 1866.

 

행복하고 싶은 욕망은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간절함일 것이다. 참된 행복이 무엇일까에 대해 매일을 고민하며 질문을 하며 살아간다. 일을 하면서, 밥을 먹으면서, TV나 영화를 보면서, 경치가 좋은 곳에 가서도 나의 이 질문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상태에서 찾게 된 행복에 대한 내 마음의 손길이다. 아리스토렐레스라는 철학자가 이 책을 썼고, 또한 제목에서 보여주는 묵직함이 이 책을 향하게 했다. 호기심과 함께 무언가 모를 어떤 특별한 용어로 보았다. 그러나 책을 펴보면 알듯이 그런 심오한 철학적 용어가 아닌 니코마코스는 아리스토텔레스 아들 이름이다. 아들은 아버지의 제자가 필기한 스승의 강의(에우데모스 윤리학)를 다시 정리해서 자신의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다른 견해로는 후대 편집자가 제목을 이렇게 붙였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책 소개에 보면 아들 니코마코스에게 들려준 강의라는 말도 나온다. 몇 가지 설 중에 어떤 것이 맞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내용이라 생각된다. 더불어 윤리학이란 알다시피 인간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인간 행위와 관련한 규범을 연구하는 학문을 말한다. 이 책은 마치 철학자 아버지가 아들에게 조곤조곤 들려주는 잠언을 담은 듯 보인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실천을 강조하는 철학 강론이다.

 

언제가 행복에 대해 생각하다가 행복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적어 보았다. "행복이란 내 삶을 오롯이 갖고 살아가는 것이다." 무언가 거창한 정의가 아닌 그저 내 마음에 느껴지는 정의이다. 이 책이 오롯이 나에게 참 행복을 가져오는 책이 될지 모르지만 1998년에 저명한 철학자들이 뽑은 서양 철학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철학자 1위가 아리스토텔레스라고 하니 기대를 갖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책의 첫 페이지를 열면 '인간은 모든 행위에서 "좋음"을 추구한다'는 첫 문장이 나온다. 이 문장에서 독자가 느끼는 바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정말 핵심을 안 존재였으며, '좋음'이라는 쉬운 단어를 매우 심오하게 느끼게 해주는 자임을 보게 되었다. 24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아리스토텔레스의 대표 저작으로 꼽고 있는데 이유라면 그는 어떤 명제를 위해 추론 과정과 통찰력이 가득한 전개 과정을 밟아 가기 때문이다. 행복은 이것이다 하는 단순한 결론적인 정의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심오한 윤리를 이해 할 수 없다. 따라서 조금 복잡하며 말 장난처럼 느껴지는 글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전개 과정은 심오한 논리가 숨겨져 있기에 차근차근 그의 글을 읽으며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인간은 모든 기술과 학문은 물론이고, 모든 행위와 이성적 선택에서 어떤 "좋음"을 추구하는 존재다. 좋음은 대중이나 양식 있는 사람 모두 그것을 "행복"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 대중과 철학자들은 같은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같은 사람이라도 병들었을 때는 건강이 행복이라고 말하고, 가난할 때는 부가 행복이라고 하는 등 상황에 따라 생각이 달라진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좋음과는 별개로 그 자체로 좋음이면서 이 모든 좋음을 좋음이 되게 하는 그런 좋음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좋음에 대해 깊이 살피지만 이 또한 좋음에 대한 한 가지일 뿐이다. 즉 좋음에 대한 원형이 무엇인지 철학자들은 찾아가지만 사람들은 그 좋음의 원형에 대해 사실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예를들어 직조공이나 목수가 좋음의 원형을 안다고 해서 그것이 자기 기술을 향상하는 데 그렇게 도음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주제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해두자'며 그런 사변적인 정의에 대해 문을 닫아 버린다. 무익한 논의가 될 뿐이라는 것이다.

 

어떤 책은 단 하나의 문장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그 문장이 책 전체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여러 좋은 문장과 논리적 전개가 있지만 이 책에 눈에 띄는 부분을 언급하며 소개해 보고자 한다.

 

행복한 사람이 되려면 좋은 친구가 필요하다p.369

 

행복한 사람에게 친구가 필요할까? 여기에 대해 의견은 갈린다. 어떤 사람은 진정으로 행복하고 부족함 없는 사람이라면 좋은 것을 이미 다 가졌고 부족한 것이 없어 더 이상 필요한게 없으므로 그들에게는 친구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친구란 타인이면서도 자기 분신이어서 자기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을 하므로 행복한 사람에게도 친구가 필요하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그들은 "필요할 때마다 신이 도와준다면, 친구가 왜 필요하겠는가"라는 말이 나왔다고 말한다. 그런데 행복한 사람은 모든 것을 다 가졌는데, 외적으로 좋은 것 중에서 가장 좋다고 여겨지는 친구가 그에게 없음은 이상해 보인다. 친구는 도움받기보다는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좋은 사람과 미덕도 그렇게 하며, 모르는 사람보다 친구를 돕는 것이 더 고귀한 일이라면, 훌륭한 사람에게는 자신이 도움을 주는 친구가 필요하다. 여기서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데 모든 일이 잘 풀릴 때 친구가 더 필요한가, 곤경에 처했을 때 친구가 더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 해답은 "곤경에 처했을 때는 자신에게 도움을 줄 친구가 필요하고, 모든 일이 잘 풀릴 때는 자기가 도움을 줄 친구가 필요하다고" 정의를 내릴 수 있다. 또한 친구가 없고 혼자인 사람을 행복하다고 하기도 이상하다. 모든 좋은 것을 다 줄테니 친구 없이 혼자 살아가라고 한다면, 그런 제안을 받아들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인간이란 본성적으로 사회적 존재로서 함께 살아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람들이 행복한 사람은 친구 없이 즐겁게 사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아가기 어렵다. 아무리 그 자체로 즐겁더라도 잠시라면 모를까 혼자 지속해 활동하며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나는 자연인이다 방송을 보더라도 자연인 또한 최소한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지내고 있으며, 또한 방송인인 이승윤, 윤택이 함께하는 시간, 요리를 해주는 시간을 굉장히 행복한 시간으로 여기는 것을 보게 된다. 따라서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은 타인과 함께 활동하는 것이라는 정의가 옳은 정의임을 알게 된다.

 

타인과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면 인생은 더 수월해진다. 함께하면 그 자체로 즐거운 활동을 지속하게 되는데, 이것이 행복한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다. [...] 또한 테오그니스가 말했듯,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 미덕을 훈련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을 더 본질적으로 말한다면 훌륭한 사람은 본성적으로 훌륭한 친구를 선택하려 한다. 본성적으로 좋은 것은 훌륭한 사람에게 좋고, 그 자체로 즐겁기 때문이다p.367

 

좋음이 왜 좋음인지, 그리고 그 좋음 안에서 진정한 행복한 사람이 되려면 훌륭한 친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집요한 논리로 우리들을 설득한다. 그렇다면 친구는 많을수록 좋은가 아니면 적당한 것이 좋은가? 아리스터텔레스는 말하길 너무 없는 것도 문제지만 많으면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기에 소수의 친구들만이라도 발견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기뻐하고 만족하라고 한다.

 

그렇다.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좋음'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 좋음에 있어 좋은 친구와 함께 하는 것은 삶의 행복을 더해준다. 무엇보다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데 그건 "고결한 것은 고결한 사람들에게서 배우는 법이다"고 정의를 해준다.

 

행복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와 통찰을 통해 우리는 다방면에서 행복의 좋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 가운데 행복이 오롯이 개인의 것이 아닌 공동체적인 것으로 연결지어가는 것을 통해 잘못된 행복을 짚어주고 있다.

 

그럼에도 행복에 대해 현대의 정신분석학자들이나 철학자들이 정리를 내린 간결함이 더 마음에 다가오는 것은 뭘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행복에 대해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행복이란 본질적으로 주관적인 그 무엇이고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행복을 연구하는 것은 별로 쓸모가 없어 보인다고 결론지었다고 하는데 이렇듯 행복은 불확실한 무엇을 추구함이 아닐까 싶다. 이마누엘 칸트도 말하듯 행복의 개념은 아주 불명확한 것이어서 모두 행복을 얻고자 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누구도 명확하고 일관되게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행복에 대한 정의는 이렇게 정의 내리고 싶다. 나의 친애하는 여행자들에 나오는 문장인데 행복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르고 주관적인 만족감이잖아요. 내가 원하는 나만의 명확한 기준이 세워져 있다면 그리고 그 기준을 따르면서 살아간다면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이며 최고의 일은 바로 직관적 지성을 통한 "관조적 활동"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할 때 지성의 관조적 활동은 인간의 일이면서도 신과 가장 닮았고,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그 관조적 활동은 "철학 하는 삶"으로 결론지어진다. 그리고 그런 미덕은 위에도 언급했듯 행복은 개인적인 것이 아닌 공동체적인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조금 복잡한 내용들이지만 결국 행복은 서로가 연결되어 있음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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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발레리아 도캄포 그림, 아네스 드 레스트라드 글, 이정아 옮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원작 / 우리동네책공장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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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해질 거야. 4시가 되면, 벌써, 나는 안달이 나서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난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몇 시에 마음을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없을 거야. 의례가 필요해.

 

의례가 뭐야?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도 모두들 너무 잊고 있는 것이지.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야. 이를테면 사냥꾼들에게도 의례가 있지.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 처녀들하고 춤을 춘단다. 그래서 목요일은 경이로운 날이지! 나는 포도밭까지 산책을 나가지. 만일에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모든 날이 다 그게 그거고, 내게는 휴일이 없을 거야.

 

어린 왕자라는 책이 유명하며,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는 말을 들었다. 참으로 이 책은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은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바치는 이야기라고 전하지는 책이다. 생텍쥐페리라는 특이한 이름과 왠지 모르게 익숙한 이름 속에 이 책은 누군가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잊히거나 상실된 것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돌아보는 자리로 돌아오게 만들어 준다.

 

다른 내용도 내용이지만 익히 잘 알려지지 않는 글 중에 문학 평론가 황현산의 번역으로 <어린 왕자>에 나오는 대목이 내 맘을 사로 잡았었다. 위에 적은 글이 바로 그 내용이다.

 

본 동화책에는 이 부분을 간단하게 기록되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이해할 수 없지만 위의 글을 통해 저자가 가진 생각을 이해할 수 있어 어른들에겐 전체 소설을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무언가 책의 내용을 그림 언어로 가져와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도와주는 책은 바로 지금 보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동화책의 그림은 아르헨티나 작가인 발레리아 도캄포가 그렸다. 그는 미술 공부를 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그래픽 디자인을 가르쳤으며, 지금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2008년에 볼로냐도서전에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이 책은 현대적이면서 클래식한 그림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보여 준 작품이다.

 

아시다시피 어린 왕자는 사랑하는 장미꽃 한 송이를 남겨 두고 자신의 별을 떠나 여행을 하다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그리고 장미꽃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내용을 다루는 동화이다. 비행기 조종사였던 지은이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완성했다. 한 편의 시와 같고 동화와 같은 이 책은 그림을 통해서 환상적인 세계를 그려주고 있어 마음 안에 있는 어린 아이를 깨워준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하는 핵심은 진정한 삶의 의미는 돈이나 권력, 지식, 명예 등이 아닌 책임 있는 사랑에 있음을 이야기 해준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어린 왕자가 여우를 만나면서 이루어진 대화라 생각된다. 길들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다니 새로운 눈뜸의 시간이다.

 

이 내용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지구별에서 장미꽃을 지켜 보는 가운데 여우가 갑자기 나타났다. 여우를 본 어린 왕자는 자신과 같이 놀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여우는 미안하다며 난 길들여지지 않아 못 놀게 된다고 말을 하며 거절의 말을 띄웠다. 이때의 대화는 그대로 옮겨 본다.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인데?”

 

관계를 맺는 것을 뜻하지. 네가 날 길들인다면 우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거야. 나에게 너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고, 너에게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지.”

 

관계를 맺는 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되는 귀한 대목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갈등이 많은 지구별에 살아가는 우리는 길들임을 다르게 생각하고 사는 거 같다. 길들임을 가스라이팅처럼 생각하거나 억압하며 상대방을 나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함으로 자신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 관계는 무수한 갈등을 양산한다.

 

그러나 길들임의 조건은 서로를 구속하거나 억압하지 않는 것임을 이 책에서 배우게 된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이런 말을 한다.

 

만약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삶에 햇빛이 비치는 것과 같을 거야. [] 제발 나를 길들여 줘.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데?” 하며 묻는다. 이때 여우의 대답이다.

 

인내심을 가져야 해.”

 

처음에는 나한테 거리를 두고 멀리 떨어져 있어. 내가 너를 곁눈질로 볼 테니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줘. 말은 오해를 만들기 때문이지. 매일 이렇게 하면 너와 나는 조금씩 가까워질 거야.”

 

그렇다. 타인과의 관계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면서 그 시간 속에서 관계라는 보석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어른인 나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순해지며 단순해 지는 거 같다. 그래 그렇게 세상을 한 걸음, 한 걸음 사는 거야하고 가르쳐 주는 거 같다.

 

동화 같은 책이지만 내 마음에 한 편의 삶의 울림을 주고, 먼 우주별로 여행을 하도록 해주고 있다. 소중한 책을 동화로 만나 보게 되어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이 책의 한 문장

 

만약에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네가 장미꽃과 함께 보낸 시간이 네 장미를 소중하게 만들어 준 거야. 사람들은 이 비밀을 잊었지만, 너는 잊으면 안 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영원히 책임감을 가져야 해. 그래서 너는 네 장미꽃을 책임져야 하는 거야.”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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