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 하는 지구촌 산책 - 30년차 부부가 떠난 세계여행 이야기
주영길 지음 / 프로방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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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는 여행에 관한 책을 또 읽었다. 이번에도 또 여행에 대한 책이다. 아마도 그건 여행에 대한 목마름 때문일 것이다. 안데르센이 말했다. "여행은 정신을 다시 젊어지게 하는 샘이다."

그렇다. 여행을 통해 내 마음 어딘 가를 새롭게 만들고 젊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었나 보다.

그러면에서 여행에 관해 '여몽'이 말한 것이 마음에 든다. 그 여몽이 삼국지에 나오는 여몽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여행에 관한 문장은 여행에 대한 최종 목적을 충족 시키는 문장이라 생각된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눈을 얻는 것이다.

- 여몽

저자 또한 "여행은 설렘이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라고 들어가는 말 첫 머리에서 말했다.

이 책은 작가 부부가 1년 동안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쓴 생생한 체험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세계여행을 떠나려는 사람에게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며,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충분한 간접 경험으로 기분 전환을 하는 기회가 되리라 본다.

저자의 여행 동기가 들어가는 말에 나온다. 30대 중반이던 1995년 은사님을 따라 7명이 미국에 가게 되었다. 저자겐 처음으로 하는 해외여행이었는데 학회에 참석 후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이거스, 그랜드 캐니언, 스탠퍼드 대학 등 처음 접한 외국은 저자에게 큰 충격과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광활한 그랜드 캐니언과 휘황찬란한 도박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자유와 젊음이 숨 쉬는 스탠퍼드 대학의 캠퍼스는 전에 경험하지 못한 많은 것을 저자에게 보여 주었다.

그렇게 여행을 하는 중 하루는 닥터 팅의 집에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저자는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나니 다섯 채의 집이 빌라촌을 형성하고 있었고, 그곳을 지나 5분여를 더 가서야 닥터 팅의 집에 다다를 수 있었는데, 가는 길에 사슴이 뛰어놀고, 집집마다 커다란 정원과 수영장을 갖추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차량만 하더라도 6대가 있었고, 집 안에 들어서니 홈 짐(Home Gym)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이었다.

이때 ‘아!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으며,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후 세계의 많은 나라를 경험하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가운데 결혼 30주년을 기점으로 세계 일주를 떠나게 되었다. 물론 떠나는 과정은 쉽지 않다. 파울로 코엘료가 말하듯 "여행은 언제나 돈의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문제이다"는 말처럼 쉽지 않는 결단이었지만 용기를 내어서 저자와 아내는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며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물론 이런 행복한 여정에는 그가 노력한 삶과 경제력이 뒤바침 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울산에서 개업한 후 한눈팔지 않고 20여 년을 열심히 살았다. 특히 1년을 쉬어도 충성스럽게 기다려주는 환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성실함과 신뢰도 그리고 친화력이 뛰어난 의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책을 열면 좌충우돌하는 저자의 모습이 눈에 보이며 저자의 무상무념의 표정이 찍힌 사진이 보이는데, 이런 사람 안에도 여행에 대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구나를 새삼 느끼게 된다.

저자는 세계 여행 시작을 독일을 기점으로 출발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여행에 대한 흥분과 설렘이 얼굴에 웃음꽃으로 나올 정도로 꽃피었다고 하는데, 첫 사진과 두 세 번째 사진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고 네번째 사진에 가서야 자연스러운 웃음과 행복이 보인다. 이것으로 보아 이 책은 여행에 대한 전문서적이나 여행작가가 쓴 책이기 보다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한 사람의 여행기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면 서툰 사진과 미숙한 글쓰기가 보인다. 여행에 관한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일기 형식의 글로 책을 이어가고 있다. 일종의 일지라고 보면 되겠다. 신은 '한 사람에게 다 주지 않는다'는 말처럼 작가로서의 모습을 이 책에서 기대하면 안 될 것이다. 분명 이 책은 최근 읽은 이예은이라는 저자가 쓴 '나는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다'와는 결이 다른 책이다. 또한 헤르만 헤세가 쓴 여행에 관한 책인 '헤세가 사랑한 순간들'과는 다른 결의 책이다.

따라서 독자는 오히려 편하게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숙고하고, 가볍게 여행지에 대한 소개를 받으면 된다. 특히 부부가 함께 일생을 살고, 그 수고의 결과물인 여행을 통해 이 부부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애틋함을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매우 좋아 보인다. 그거 하나면 족하지 아니한가? 이렇게 이번 여행책은 정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여행 일지에 관한 책이었다.

이 부부와 함께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동아시아'를 탐방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의 한 문장

여행이란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 준다. 여정을 소화하며 이국적인 풍경을 바라보고, 다른 여행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여행지를 관찰하고 체험하기도 하며,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에 심취하기도 한다. 그 모든 게 가치 있는 행위이다. [...]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여행을 떠나보기를 권한다. 그래야 늘 자신을 개척해 나가는 삶의 자세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런 인생이야말로 최고의 가치를 지닌 인생을 사는 것은 아닐까? p278-279

사람이 여행을 하는 것은 도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행하기 위해서이다.-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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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태도 -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박지현 지음 / 메이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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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가 자꾸 눈물이 왈칵나서 책을 덮었어요.

따뜻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

-밀리의 서재 독자평 중에서

첫 단원을 읽자 마자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밀리의 서재 독자평이 이 책을 다 말하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 같은지 그 문구가 마음에 쏙든다.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이유는 두 개의 문구 때문이다.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어떤 순간에도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지 말기를…"

15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저자는 15년 넘게 카메라를 들고 국내외 곳곳을 누비면서 수많은 사람을 다양하게 만나게 된다. 노숙자부터 교도소와 고물상, 노량진 고시원, 소록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실, 시골 분교의 입학식, 알래스카의 한인타운, 해병대,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편, 법정 스님 다비식 편, 독도 경비대 편 등등 대통령까지 저자는 안 만나 본 사람이 없다. 그 만남은 단지 직업으로서의 길이었지만 저자에게는 삶의 해답을 얻는 기회가 되었고, 그들의 진솔한 얘기를 통해 따뜻한 위로와 삶의 지혜를 얻게 되었다.

원래 저자는 소극적이며 내성적인 성격이다. 아니 사회부적응자였나 싶을 정도로 저자는 예술 대학에서 사람들과 썩이는 것을 힘들어 했다. 어찌어찌하여 졸업을 했지만 사회 생활이라는 두려운 인간관계 때문에 대학 졸업 후 한동안 취직할 엄두를 못내며 지내왔다. 그러나 창작은 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 될 수 있는한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는 일을 찾았는데 마침 뮤직 비디오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여 조용히 일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에 재미를 붙일 즈음에 KBS에서 VJ비디오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한 선배로부터 연락을 받고 저자는 ‘다큐멘터리 3일’이라는 VJ를 맡게 된다.

이것은 저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었고 저자는 이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다큐멘터리 디렉터로 일하게 된다. 이 덕분에 저자는 자신이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수많은 오해와 편견에 사로잡혀 살아왔는지를 깨달게 되고, 넓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깊이 관찰하며 정말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해준다. 이 책은 그렇게 저자의 직업에서 건져 올린 길 위에서 생생하게 배운 삶의 의미와 단단한 인생의 태도들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그밖에 KBS 파노라마 ‘길 위의 아버지’ 연출을 담당했고, MBC ‘놀면 뭐하니 - 대한민국 라이브’, tvN ‘어쩌다 사장 1,2’ 등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VJ로 참여했다. 그녀가 찍은 영상은 다른 영상과는 다르게 따뜻한 시선과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수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화제가 많이 되었고 그 공을 인정받아 2020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예술상 후보에 오르게 된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후회 없는 인생을 원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고르고 골라 이 책에 담은 얘기들이다. 5년의 시간 동안 원고를 붙들고만 있었는데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책을 세상에 내어놓는 이유가 있었는데 그건 "때론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때론 저를 반하게 만들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당신에게도 가닿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책을 내어놓았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삶에 대한 의문점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두렵고 불안하다. 저자처럼 소극적으로 숨고 싶은 마음이 내재되어 있다. 그런데 이 책은 단단한 삶을 살기 위해 어떤 삶의 태도를 지녀야 좋을지,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무엇인지, 나와 타인, 내 인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지….에 대해 우리에게 조근조근 부담없이 말해준다.

“혹시 길을 헤매고 있거나, 자신이 너무 싫어 못 견디겠거나, 위로가 필요한데 마음 둘 곳이 없어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 이 책에 소개된 여러 삶들 가운데 그 어떤 것이든 당신이 읽고선 힘을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프롤로그

첫 단락은 저자를 한층 업그레이드한 인격적 직업인으로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된다. 물론 그것은 그가 촬영한 사람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PD의 섬세한 배려적 영상 촬영으로 인한 것이었다. 저자는 암환자들이 찾는 편백 나무 숲을 찾아간다. 편백 나무는 침엽수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의 피톤치드를 뿝어내는 나무로 유명하다. 피톤치드는 기분을 상쾌하게 해줄 뿐 아니라 면역력이 높아지고 암 치유에도 효과적이라 현대 의학이 포기한 자들이 이곳 전남 장성의 축령산 편백 나무 숲을 찾는 다고 한다. 그들을 취재하기 위해 그곳으로 가게된 저자와 PD는 사실 취재 목적을 살리기 위해 그들을 방송용으로 이용하며 촬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 암 선고를 받은 자들에게 그런 촬영은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다큐멘타리 3일'이라는 방송 특성상 원칙상 사전 섭외 없이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을 만나 리얼하게 촬영하는 것이다. 그런데 촬영 후 PD의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사과하러 그 현장을 다시 찾아가서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하며 그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모습을 보게 된다. 저자는 여기서 자신이 언제부터인가 사람을 방송 아이템으로만 대해 온 것은 아닐까를 깊이 생각하는 교훈을 받게 된다.

프로그램을 잘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연자들에게 방송이 어떤 의미로 남을지, 촬영 때무에 불편한 것은 없는지 먼저 살폈어야 했다. 그 어떤 순간에도 사람을 수단으로 대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 그때 나는 배웠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 사람을 이용하거나 괴롭히지 않고 사람을 배려하면서도 충분히 좋은 방성을 만들수 있다는 것을. 그러니 아무리 일로 만난 사이라 할지라도 일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면 안 된다. 일도 결국 사람이한 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보다 사람을 앞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p19-20

이 책의 한 문장

"놓아야겠다. 용서해야겠다. 마음 속에 품고 있어 봐야 나 자신이 힘드니까 놔야겠다." p25

- 25년간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사람의 한 마디 중에서...

한 여학생에게 졸업하면 뭘 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사실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대학만 들어가면 다 될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니까 다들 취업 걱정을 하더라고요. 저도 그냥 취업만 되면 좋겠단 생각뿐이에요."

당연히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다는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많은 대학생들이 그렇게 말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애를 써서 기껏 관문 하나를 통과했더니 또 다른 관문들이 연이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인생이었기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관문을 삶의 목표로 삼으면 안 되겠구나. 왜 그 관문으로 향하고 싶은지, 그 관문으로 가는 이유를 찾는 것이 중요하겠구나." 그래야 다음 관문이 오더라도 공허함이나 지치는 마음 없이 그 길 자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만약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의미를 알고 가는 길이기에 걸어가는 과정에서도 분명 얻는 게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p21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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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주역 옛글의 향기 9
공자 엮음, 최상용 옮김 / 일상이상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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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이라는 엄청난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 말 때문이다. 공자는 이 책을 얼마나 즐겨 읽었던지 책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며 엄청난 책이기에 그는 이토록 심혈을 기울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던 차에 마침 기회가 되어 읽게 된다.

 

특히 주역은 다산 유배 18년 동안 유배 생활의 첫 공부로 주역을 택하며 읽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을 유배를 견디며 무사히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던 정신적 원동력이 주역에 있었고, 그 주역 공부는 결국 경세유표, 목민심서, 여유당전서와 함께 주역사전으로 남겨졌다. 다산이 말하기를 자신이 쓴 500여 권의 책은 모두 버려도 주역 사전만큼은 마지막까지 꼭 남겨 후세에 전해달라고 당부하였다니 이 책이 과연 무슨책일까 정말 궁금하다.

 

일단 주역에 대해 뭔지 자세히 알아보자. 사서삼경(四書三經)의 하나인 주역(周易)의 원전인 역경(易經)은 수천 년에 걸쳐 복희씨(伏羲氏문왕(文王주공(周公공자(孔子)에 의해 완성된 동북아 최고의 점서(占書)이자 철학서라고 한다. 기원전 3000년경 복희씨가 황하에 출현한 용마(龍馬)에 그려진 하도(河圖)를 보고서 8괘를 바탕으로 64(8×8=64)괘로 확장된 이후, 하나라 때는 64괘 중 중산간괘가 첫머리에 자리해 연산역(連山易)이라 하였고, 은나라 때는 중지곤괘를 앞세워 귀장역(歸藏易)이라 하였다. 그러다 기원전 1000년경에 주나라의 문왕이 64괘에 대한 설명서인 괘사(卦辭), 그의 아들인 주공이 각 괘의 효에 대한 해설인 효사(爻辭)를 붙임으로써 역경이 완성되었다.

 

그리고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러서는 공자가 역경이 기록된 죽간(竹簡)을 위편삼절(韋編三絶)이 될 만큼 매진한 끝에 역경의 해설서인 십익(十翼)을 덧붙였다. 현재 우리가 읽고 있는 오늘날의 주역은 주나라의 문왕과 주공 그리고 주나라를 흠모한 공자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하여 주역이라 일컬어진다. 이런 과정을 거쳐 주역은 기원전 136년 한무제가 동중서의 건의를 받아들이면서부터 유학자들의 필독서이자 과거시험의 주요과목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서울대, 연세대 등 주요대학의 필독서로 선정되었으며 정치가와 기업가 등 리더들의 애독서가 되었다.(들어가는 말 중에서..)

 

그런데 용어해설 부분을 읽자마자 당최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상괘와 하괘'에 대해 '천하동인괘天火同人卦'를 예로 들고 있는데 "건괘가 상괘이고 이괘가 하괘가 된답니다."고 하는데 이게 지금 무엇인고....

 

이렇게 용어 해설 부분은 설명을 해주고 있지만 무엇을 뜻하는 지는 전혀 모르겠다. 오기가 생긴다.

 

그러나 그 오기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이렇듯 주역은 난해한 문장과 이상한 그림으로 인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그런데 난해한 한문 원전을 쉽게 풀어내고 주역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 나왔으니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주역(周易)의 원전인 역경(易經)을 원형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상경과 하경은 물론 해설서인 십익(十翼)의 원문을 쉬운 우리말로 풀어 썼고, 일상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산가지와 동전으로 쉽고 간단하게 점치는 방법을 부록으로 소개해주고 있다.

 

읽어보지만 생소해서 이 또한 독자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 일화를 소개하면 아는 지인이 시도서관에서 동아리 모임을 할 때 주역을 통해 점을 보는 분이 있었는데 한 번 봐주겠다고 했는데 아뿔싸 그가 말한 점이 그 사람의 인생을 말하고 있어 놀랐다고 한다. 나 또한 이런 얘기를 듣고 놀랐다. 그래서 어쩌면 주역을 한 번은 꼭 읽고 가야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다. 지택림괘 地澤臨卦라고 '돈독하고 지혜롭게 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풀이한 것을 보니 "임괘는 크게 형통하니 바르게 하면 이로우나 팔월에 이르러서는 흉함이 있답니다"로 되어 있다. 그리고 초구, 구이, 육삼, 육사, 육오, 상육에 대해 언급하며 거기에 맞게 풀이를 해주고 있는데 괘 구성에 맞는 해석법이라고 생각되어 진다. 그런데 왜 그렇게 각기 해석이 다른지는 안 나와 있어 모르겠다.

 

한 가지 해석을 살펴보면 '육삼'은 기쁜 낯으로만 임하기에 이로울 것은 없으나 이미 근심하고 있으니 허물은 없을 겁니다. 상전에 이르길 "기쁜 낯으로만 임한다는 것은 자리가 마땅하지 않은 것이며, 이미 근심하고 있다는 것은 허물이 오래가진 않는다"는 것을 뜻한답니다. p107-109

 

또 눈에 들어오는 문구를 본다.중수감괘重水坎卦라고 '연이은 험난함에는 진실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걸 풀이하면 "감괘를 익히는 습감(習坎)은 믿음이 있어서 오직 마음이 형통하니, 실행하면 숭상함이 있답니다."로 되어 있다. 이 또한 초육, 구이, 육삼, 육사, 구오, 상육이라는 것을 언급해 주면서 각기 해석을 달리하는데 이 또한 왜 이렇게 해석을 하는지 모르겠다. p151

 

단지 이러한 점괘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살피고 나아가는 길잡이를 해주지 않나 생각된다.

 

한편, 이번 책은 각 편의 말미에 한자어원풀이를 수록해 주고 있다. 책 속에 실린 주요 사자성어의 어원풀이를 통해 한자에 담긴 본연의 뜻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즉 글자의 원형이 담긴 갑골문(甲骨文)과 금문(金文) 그리고 설문해자(說文解字)를 참조 인용하며 상세한 풀이를 해주고 있어 처음 주역을 접하는 분들에게 이해도를 높여주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역학을 깊이 있게 공부한 사람들은 매일 혹은 중요한 목표실행에 앞서 주역점을 활용해 왔다. 한 자료를 보니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은 첫 전투인 옥포해전에 나서면서 망령되이 움직이지 말라. 산처럼 무겁고 침착하라(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는 군령을 제1성으로 내놓고 전쟁에 임하게 했다. 주역에 조예가 깊었던 이순신은 주역 간괘()의 메시지를 이용해 병사들의 기강을 다잡은 후 군대를 출정시켰던 것이다. 산을 뜻하는 간괘()는 권위나 위엄, 진중함 등과 같이 주로 긍정적인 태도나 마인드를 상징하는 괘로 쓰이는데 그래서인지 대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산을 상징하는 간괘가 위, 아래에 겹쳐져 만들어지는 중산간(重山艮)괘는 주로 흉()한 상황을 암시하는 것으로서 첩첩산중이라는 표현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꽉 막혀 있는 상황을 가리키는 괘가 중산간괘이다. 우리가 잘 아는 칼 융은 집단무의식의 원형을 찾기 위해 아프리카로 출장을 떠나기 전 주역 점괘를 뽑았다. 그 때 나온 괘가 중산간괘였다. 해석하면 앞이 꽉 막혔으니 걸음을 멈추고 계획을 취소하라는 메시지였다. 그런데 융은 점괘를 무시하고 아프리카로 출발을 한다. 그러다가 현지에서 큰 곤혹을 치른다. 그리고 이토 히로부미도 중국 대륙으로 떠나기 전 다카시마를 찾아가 출행 점을 쳤다고 한다. 다카시마는 일본 내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던 역학자였으며 이토 히로부미의 정신적 멘토였다. 그런데 다카시마가 뽑은 점괘도 중산간괘였다. 불길한 점괘였으므로 다카시마는 이토 히로부미의 출장을 만류했다. 그러나 이토 히로부미는 이를 무시하고 중국으로 출발했고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의 총에 맞아 절명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실제 운명을 말해주는 것인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특히 요즘처럼 복잡한 세상에서는 예지력을 갖춘 선지자와 같은 혜안이 필요한데, 일반인이라면 주역점을 치는 것이 보통 힘든 게 아닐 것이다. 특히 주역점을 쳐서 똑같은 괘체(卦體)를 뽑았다 해도 어느 때에 누가 접했느냐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고, 점치려는 사람의 환경과 신상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명확하게 이것이다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믿을만한가? 모르겠다. 아직은....

 

중요한 것은 유가(儒家)에서 말하듯 군자는 주역을 깊이 명상한다.”는 말이 있듯 주역이 단순히 괘와 숫자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맞추는 일이 아니라 깊은 명상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돌아본 나를 통해 우주를 보는 일이 주역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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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 - 선사 시대 ~ 남북국 시대 어린이를 위한 역사의 쓸모 1
최태성 지음, 신진호 그림 / 다산어린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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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들어가는 말에 보면 이런 말로 시작한다.

많이 배우지 맙시다!

역사책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배우지 말라고 시작하는 이 책은 뭔가는 다른 포스가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가 역사를 생각할 때에 그 역사는 단지 지식의 과시나 시험을 위한 공부였다. 늘 재미가 없었고 배워야 될 이유를 알지 못했다.

단지 몇년도에 어떤 일이 일어났고, 그때 어떤 조약이 이루어졌으며, 그것과 관계된 인물은 누구인지 그게 중요한 공부였다. 우리의 역사 공부는 그러했다. 많이 외워서 시험을 잘쳐, 좋은 성적을 얻고 대학에 가는 것이었다. 오로지 그게 목표였음을 어느 누구도 반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시대는 많이 달라졌다. 드디어 "왜 역사를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다루는 시대가 왔다. 특히 역사를 전공하고 오랜 기간 역사를 가르쳐온 저자 최태성은 시험을 위한 역사 지식은 잊어도 된다고 과감히 말하며 쓸모 있는 역사를 가져와 우리 아이들에게 선사해 준다.

너무나 잘하고 있다. TV에서 이미 그는 역사를 흥미꺼리로, 삶의 지혜와 교훈으로 가져와 강의하며 패널로 멋지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 특히 요즘 방영하는 "벌거벗은한국사"는 가히 방송국과 연계에서 멋진 자료 화면과 함께 역사를 우리 밥상 앞으로 가져와 생각하게 만들고, 무엇을 고민해야 될지를 알려주고 있다.

이런 방송은 계속해서 나와야 된다고 생각된다. 또한 이런 책과 학교 교육도 이런 시스템으로 만들어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된다. 교육의 파괴가 필요하다. 언제까지 외우기만 할 것이냐? 언제까지 지식 쌓기만 하며 역사의 젠가 놀이에 빠져 있을 것인가?

이 책은 조금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는 《역사의 쓸모》 속 메시지를 정말 어린이를 위해 쉽게 풀어서 설명해준다. 많은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기보다 역사를 읽으며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방향성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다른 책에 비해 불친절하다. 유물을 보여주는 사진도 별로 없고 만화로 쉽게 역사적 사실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냥 몇 컷트의 그림과 함께 세련된 할머니가 '옛날 옛적에 이런 일이 있었다'면서 말하는 스토리 중심으로 기록되어 있다. 요즈음 세계는 정보화 사회를 넘어 꿈과 이야기 같은 감성 요소가 각광받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고유의 스토리이다. 스토리를 통해 제품의 감성과 메시지가 전해질 때 사람들은 관심을 기울이고 그걸 사게 된다.

그렇다. 재미난 스토리에 빠지면서 역사를 배우게 된다. 흥미롭게 읽다보니 그 역사가 오히려 더 궁금해지고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된다. 한 쳅터마다 어떤 가치나 교훈을 체득하면서 당시의 역사와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정말 상당히 잘 만든 책이며 고미한 흔적이 보인다.

지식 정보화 사회에 있어 지식은 이제 찾아보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내게 무슨 의미를 주고 내 삶을 어떻게 바꾸어 주느냐이다.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들에게 역사는 매우 중요한데 이 책은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를 역사 속에서 뛰어놀도로 도와주는 책이다. 단언컨데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역사 사용설명서가 되어 줄 것으로 보인다.

정말 우리는 역사를 ‘쓸모’의 지식으로 가져와야 한다. 어떤 자료를 보니 아이큐는 유대인보다 나은데 노벨상이 우리나라에 없다는 것은 지식 위주의 공부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유대인은 스토리 교육의 대가이다. 그리고 어떤 질문도 허용하고 생각을 많이 하도록 유도한다. 즉 유대인 부모가 자녀에게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있는데 히브리어로 ‘마 따호세프’다. “네 생각은 어때?” 또는 “네 생각은 뭐야?”라는 뜻이다. 부모는 일상의 작은 순간에도 아이의 생각을 묻는다. 그리고 그들은 아이에게 “왜 그렇게 생각해?”도 자주 묻는다. 예를들면 우리는 흔히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부모는 ‘공부 열심히 했니’ 또는 ‘선생님 말씀 잘 들었니’ 하는데 비해 유대인은 ‘오늘 질문 많이 했니’ 또는 ‘무슨 질문 했니’ 하고 묻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들은 토라를 통해 적극적으로 토론하며 얘기를 나눈다. 이런 교육 방식은 결국 유대인을 위대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학교 교사들의 교육 방식이 바뀌어져야 할 때가 왔다. 반드시 이렇게 바뀌고 왜 역사를 우리가 공감하고 알아야 되는 지를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호기심을 자극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역사는 사람을 만나는 공부다"

과거의 사람들을 통해 나를 발견해 나가며 내 삶을 채워갈 새로운 역사책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졌다. 그저 읽고 한 번 멈춰 생각을 하도록 도와주는 이 책을 아이들에게 많이 읽혀주기를 바라며, 어른들 또한 흥미로운 역사에 관심을 가지며 함께 읽고 자녀들과 나눈다면 정말 좋을 것이다.

그런데 독일 철학자 헤겔은 “인간은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것을 역사로부터 배웠다”고 말했다. 즉 역사 속의 인간은 앞의 실패를 교훈 삼아 현명하게 행동하기보다는 놀라울 정도로 잘못을 반복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배워서 현재를 알고 미래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이왕 배우는 거 따분하게 배우지 말고 이런 역사책과 함께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우리의 역사를 그들에게 맡기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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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다 - 스물에서 서른, 가슴 뛰는 삶을 위해 떠난 어느 날의 여행
이예은(나린) 지음 / 바이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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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한 에세이를 계속해서 보고 있다. 아마도 여행에 대한 욕망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어쩌면 헤르만 헤세의 여행 에세이인 '헤세가 사랑한 순간들'을 읽고서는 더 목마른 여행을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행자가 느낀 감동과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소개는 읽는 독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리고 어떤 책장에서는 미치도록 가고 싶어 목매어 울기도 한다.

너무 과한 표현인가 싶지만 실제 여행을 사랑하는 자들에게는 이런 감정들이 다 있을 것이다.

저자의 프롤로그에도 이런 문장이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자기 몸보다 큰 배낭을 메고 세계여행을 하는 꿈을 꿨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처음으로 혼자 비행기를 탔던 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어떤 단어로 형용할 수 없는 떨림으로 가득했다. 비행기 이륙에 맞춰 미친듯이 뛰던 심장의 박동 소리를 기억한다. 나는 그것을 잊지 못해 계속 떠났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방랑자와 같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대변해 또 다시 여행에 대한 열변을 토한다.

여행을 왜 떠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조금 더 뜨겁게 삶을 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생생함 속에서 자유와 해방감을 만끽하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 순간을 만나려고 여행했다. 그런 나에게 여행은 단 한 순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적이 없었다. 매 순간 나의 예상을 벗어났고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한 것들을 선물했다.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떠났지만 돌아온 후엔 더 많은 질문들을 던져줬다. 그래서 그런 걸까.

여행을 마치고 현실로 돌아온 후엔 항상 지독한 후유증에 시달리곤 했다. 꿈과 같던 날들을 향한 향수병이기도 했다. [...] 삶은 결코 순간의 여행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비로서 나는 그 불안을 사랑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청춘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그 답을 얻었느냐고. 답을 찾지 못했다. 그 질문엔 답이 없다. 어쩌면 그때의 나는 미숙하고 약해 무언가의 도움을 받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세상에 던져주는 질문을 당해 낼 재간이 없어 감당할 수 없는 마음을 해소할 대상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여행 같은 삶을 꿈꿨던 나에게 여행은 매 순간 외치고 있었다. 삶은 여행일 수 없다고. 오히려 그것보다 더 크고 경이롭다는 것을. 아이러니하게도 떠난 후에야 알았다.

어쩌면 이렇게 여행자의 마음을 글로 잘 표현해주고 있는지 모르겠다. 헤세처럼 여행이 주는 삶의 유익과 방황들을 수려한 문장으로 잘 드러내 주는 저자의 글솜씨를 보게 된다. 여행 에세이란 삶의 철학자들의 수다라고 말하고 싶다. 삶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여행하며 세계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 보는 기회를 누구보다 더 많이 추구하며 음미하는 자들이다.

헤세의 글을 하나 여기서 인용해 보자.

여행이란 경험을 의미한다.

그런데 가치 있는 경험이 이루어지려면 주변 환경과의 정신적 유대가 필요하다.

가끔 야외로 떠나는 즐거운 소풍, 야외 식당 테이블에서의 흥겨운 저녁, 호수 위에서의 증기선 여행 자체는 경험이라고 할 수 없다.

그것만으로 삶이 풍요로워지지도 않고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자극제도 되지 못한다.

여행의 서정은 일상의 단조로움, 일과 스트레스를 벗어나 휴식을 취하는 데 있지 않다.

다른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과 교제에 있지 않으며, 색다른 풍경을 감상하는 데 있지 않다.

그렇다고 호기심의 충족에 있는 것도 아니다.

여행의 서정은 경험에 있다.

​그것은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

새로운 획득물을 내 안에 유기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다양성 속의 조화를 이해하고 대지와 인류라는 거대한 조직을 이해하는 것,

옛 진리와 법칙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 안에서 재 발견하는 데 있다.

-헤르만 헤세가 사랑한 순간들 '여행에 대하여'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 관점을 얻는지 모르겠다. 헤세와 저자와의 유대 관계는 여행을 통해서 하나가 되고 있고 맞물려 있다. 그리고 독자 또한 여행 중독자로서 이미 삼위일체처럼 헤세와 저자와 하나가 되어 '삶'을 깊이 더 사랑하는 자가 되어 있음을 고백한는 바이다.

그렇다. 저자는 여행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저 삶을 사랑할 뿐이며, 그것도 아주 열렬히 살기 위해, 그래서 저자는 떠났다.

이 책은 길게는 10년, 짧게는 2년 전의 기록물이다. 여행이 멈춰진 지 어언 3년이 흘러가고 있는데 저자에게 이 시간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몸은 여기에 있지만 여전히 여행을 했다는 표현처럼 여행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을 통해 스무 살에서 서른, 지난 10년간의 크고 작은 여행의 단편을 정리한 글이다. 이 책은 설익은 어린 날의 여행부터, 치열한 고뇌의 흔적으로 가득한 여행까지 날것의 기록을 그대로 담아 표현한 글이라서 더욱더 독자들의 마음을 훔친다.

어쩌면 독자들은 명문장을 만나기 위해 이 책을 들지 않고 저자가 느꼈던 그 감정들을 따라가고 싶어 책을 들었을 것이다. 명문장은 그저 여행을 통해 느낀 감정이 흘러내린것 뿐이다.

그러므로 아주 편안하게 이 책을 보면서 함께 여행을 떠나면 된다. 여행 에세이에서 중요한게 사진인데 이 책은 그걸 충족시켜 준다. 스쿠버 다이빙하는 모습은 너무나 동경이 되며 하고 싶다.

"젠장 나는 언제 저렇게 여유롭게 할 수 있지?" 하는 속 마음을 내 비춰본다. ㅎ

저자는 자신의 뒷모습을 많이 보여주며 여행지를 비춘다. 뒷 모습과 여행지의 절묘한 조화는 모든 여행자들의 꿈일 것이다. 사진 스크랩으로는 책에서 오는 그 아름다운 느낌을 못 전달하여 아쉽다. 책을 직접 보면서 그 아름다운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꼈으면 하는 바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참 좋다"이다.

여행이 고픈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이 책의 한 문장

우린 남들이 하는 건 다 하고 싶은가 봐요. 유명하다고 하는 건 한 번쯤 해봐야 해요.

그 기준에 갇히길 선택한 건 어쩌면 나 자신일지도 몰라요.

나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어요.

오늘은 아무 데도 안 가면 좀 어때요.

남들이 하는 거 안 하면 좀 어때요.

그냥 앉아서 멍하니 더위나 식히면 좀 어때요.

오늘은 그거면 충분해요. 지금의 여행은.

물론, 며칠이 지난 후엔 또 어딘가를 가겠죠.

그리고 또, 비슷한 상황을 만날 거예요.

이래서 삶을 여행이라고 하나 봐요.

내일은, 버스를 타야겠어요.

왜냐하면, 유명한 에그타르트를 먹으러 멀리 가야 하거든요. p15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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