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발레리아 도캄포 그림, 아네스 드 레스트라드 글, 이정아 옮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원작 / 우리동네책공장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난 더 행복해질 거야. 4시가 되면, 벌써, 나는 안달이 나서 안절부절못하게 될 거야. 난 행복의 대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그러나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몇 시에 마음을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없을 거야. 의례가 필요해.

 

의례가 뭐야?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것도 모두들 너무 잊고 있는 것이지.여우가 말했다.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야. 이를테면 사냥꾼들에게도 의례가 있지.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 처녀들하고 춤을 춘단다. 그래서 목요일은 경이로운 날이지! 나는 포도밭까지 산책을 나가지. 만일에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모든 날이 다 그게 그거고, 내게는 휴일이 없을 거야.

 

어린 왕자라는 책이 유명하며,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는 말을 들었다. 참으로 이 책은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은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어느새 어른이 되어버린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바치는 이야기라고 전하지는 책이다. 생텍쥐페리라는 특이한 이름과 왠지 모르게 익숙한 이름 속에 이 책은 누군가에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잊히거나 상실된 것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돌아보는 자리로 돌아오게 만들어 준다.

 

다른 내용도 내용이지만 익히 잘 알려지지 않는 글 중에 문학 평론가 황현산의 번역으로 <어린 왕자>에 나오는 대목이 내 맘을 사로 잡았었다. 위에 적은 글이 바로 그 내용이다.

 

본 동화책에는 이 부분을 간단하게 기록되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이해할 수 없지만 위의 글을 통해 저자가 가진 생각을 이해할 수 있어 어른들에겐 전체 소설을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나 무언가 책의 내용을 그림 언어로 가져와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도와주는 책은 바로 지금 보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동화책의 그림은 아르헨티나 작가인 발레리아 도캄포가 그렸다. 그는 미술 공부를 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그래픽 디자인을 가르쳤으며, 지금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2008년에 볼로냐도서전에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이 책은 현대적이면서 클래식한 그림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보여 준 작품이다.

 

아시다시피 어린 왕자는 사랑하는 장미꽃 한 송이를 남겨 두고 자신의 별을 떠나 여행을 하다가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그리고 장미꽃이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내용을 다루는 동화이다. 비행기 조종사였던 지은이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완성했다. 한 편의 시와 같고 동화와 같은 이 책은 그림을 통해서 환상적인 세계를 그려주고 있어 마음 안에 있는 어린 아이를 깨워준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하는 핵심은 진정한 삶의 의미는 돈이나 권력, 지식, 명예 등이 아닌 책임 있는 사랑에 있음을 이야기 해준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어린 왕자가 여우를 만나면서 이루어진 대화라 생각된다. 길들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다니 새로운 눈뜸의 시간이다.

 

이 내용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지구별에서 장미꽃을 지켜 보는 가운데 여우가 갑자기 나타났다. 여우를 본 어린 왕자는 자신과 같이 놀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여우는 미안하다며 난 길들여지지 않아 못 놀게 된다고 말을 하며 거절의 말을 띄웠다. 이때의 대화는 그대로 옮겨 본다.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인데?”

 

관계를 맺는 것을 뜻하지. 네가 날 길들인다면 우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거야. 나에게 너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고, 너에게 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지.”

 

관계를 맺는 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되는 귀한 대목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갈등이 많은 지구별에 살아가는 우리는 길들임을 다르게 생각하고 사는 거 같다. 길들임을 가스라이팅처럼 생각하거나 억압하며 상대방을 나보다 못한 존재로 취급함으로 자신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 관계는 무수한 갈등을 양산한다.

 

그러나 길들임의 조건은 서로를 구속하거나 억압하지 않는 것임을 이 책에서 배우게 된다. 그래서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이런 말을 한다.

 

만약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삶에 햇빛이 비치는 것과 같을 거야. [] 제발 나를 길들여 줘.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데?” 하며 묻는다. 이때 여우의 대답이다.

 

인내심을 가져야 해.”

 

처음에는 나한테 거리를 두고 멀리 떨어져 있어. 내가 너를 곁눈질로 볼 테니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줘. 말은 오해를 만들기 때문이지. 매일 이렇게 하면 너와 나는 조금씩 가까워질 거야.”

 

그렇다. 타인과의 관계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내가 필요하다. 그러면서 그 시간 속에서 관계라는 보석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어른인 나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순순해지며 단순해 지는 거 같다. 그래 그렇게 세상을 한 걸음, 한 걸음 사는 거야하고 가르쳐 주는 거 같다.

 

동화 같은 책이지만 내 마음에 한 편의 삶의 울림을 주고, 먼 우주별로 여행을 하도록 해주고 있다. 소중한 책을 동화로 만나 보게 되어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이 책의 한 문장

 

만약에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네가 장미꽃과 함께 보낸 시간이 네 장미를 소중하게 만들어 준 거야. 사람들은 이 비밀을 잊었지만, 너는 잊으면 안 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영원히 책임감을 가져야 해. 그래서 너는 네 장미꽃을 책임져야 하는 거야.”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