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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초 1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왕오천축국전이라 함은 723년부터 727년 까지 4년간 인도와 중앙아시아, 아랍을 여행하며 작성한 혜초의 여행기로써, 혜초하면 왕오천축국전을, 왕오천축국전 하면 혜초가 자연스레 연상되어지는 중고등학교 주입식으로 배운 혜초에 관한 전부이다.
이렇듯 암기식으로 배운 역사이다 보니 그에 따른 자세한 내용은 관심이 있는 이들만이 문헌을 찾아보고 그에 관련된 책들을 통해 역사를를 이해하고 지식을 얻겠지만 관심밖에 역사는 자연스레 사람들의 이목에서 벗어나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 <왕오천축국전>,<직지심경> 반환운동이 가속화 되면서 다시한번 혜초와 왕오천축국전이 수면위에 떠올랐으니 궁금중과 함께 자연스레 관심이 갈수 밖에 없을 것이다.
김탁환의 <혜초>는 정통 역사소설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어진ㄷ. 내용은 이렇다. 고구려 출신의 당나라 장수 고선지는 검은 모래폭풍이 지나간 대유사속 일가족의 무덤위에서 신라의 승려를 구하게 되는데 바로 그가 혜초이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두가지의 줄기로 뻗쳐나가다가 하나가 된다. 무슨연유인지 혜초에게 이전의 기억이 모두 사라져 버리고 그에게 기억을 되찾는 유일한 길은 그가 메고있던 걸낭속의 양피지의 내용을 통해 하나 하나 되집어 갈수밖에 없다. 부하를 모두 잃고 혜초를 구해낸 고선지는 정체모를 전염병에 감염되어 버렸다. 그런데 혜초만이 병에 걸리지 않았기에 그에게 희망은 혜초를 찾아 병을 치유하는 방법뿐이다. 한사람은 기억을 또 한사람은 전염병 치료를 위한 여정을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그려내었다. 이과정에서 베일에 쌓인 인물들이 한두명 두명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더욱더 미궁속으로 빠져든다는 것....,
읽는 역사보다 영상으로 보는 역사에 익숙한 나에게는 생소한 문체와 어휘가 책에 집중하는 방해요소로 작용하여 간혹 역사소설을 읽을 때마다 곤욕을 치른곤 하는데 쉽사리 머리 속에서 그림이 그려지질 않는다고 할까. 역시나 처음 책을 읽는것이 고달픔이었다. 현재를 시점으로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다보니 서두부분을 몇번이나 읽고 또 읽고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얽히고 설킨 실의 매듭을 찾게 된후에는 온전하게 책에 빠져들게 되었고 완독을 한 지금 상황으로 보건데 중도에 포기했다면 후회할뻔 했다.
다작을 하는 작가이지만 나에게는 생소한 작가이다보니 이 한편으로 저자의 작품성격이나 특성 혹은 스타일을 결정짓는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러나 처음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이후 저자의 책을 읽느냐 읽지 않느냐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혜초>를 전골요리에 비유하고 싶다. 처음 간이 배이지 않아 밋밋하지만 끝까지 맛없는 건 아니니 포기하지 말고 국물까지 전부 드셔보라고 권하고 싶다. 전골요리의 진가는 국물에 있으니까 말이다. 왕오천축국전을 기본틀로 하되 혜초의 발자취를 쫓는 여정속에 판타지라는 양념을 가미하여 자칫 지루할수 있는 역사를 군침돌게 만드는 요리로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