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븐 블랙 블랙 캣(Black Cat) 14
앤 클리브스 지음, 이주혜 옮김 / 영림카디널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의례 무슨무슨 상을 받았다 하면 우선 관심이 가는 어쩔수 없는 사람의 심리이다.
특히 생소한 작가의 작품일때는 어떤 상을 받았느냐에 안받았냐에 따라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레이븐 블랙> 영국 추리작가협회 던컨 로리 대거상 수상 작품. 이름도 생소한 상이지만 역시나 수상작이라는 작품에 기대와 함께  책장을 펼쳤다. 펼친 결과는 답답함이다. 명쾌함의 부재이다.
무언가가 목구멍에 걸려인듯한 이물감이 가시질 않는다.
 
영국 셰틀랜드 제도 , 누구의 발길도 닫질 않는다는것을 알지만 희망을 품고 방문자를 맞이할 준비를 해놓는 지능이 떨어지는 노인 매그너스. 그리고 같은 처지에 놓인 갈까마귀에게 새해 인사차 두 소녀가 찾아온다. 그리고 며칠뒤 하얀 눈과 함께 두소녀 중 한명인 캐서린이 시체로 발견된다. 여지없이 8년전 캐트리오나  행방불명의 용의자였던 매그너스는 또다시 유력한 용의선상에 놓이게 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추리소설하면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의 자취나 행적을 추적한다. 피해자와의 연관성과 증거자료들을 수집한다. 그리고 일련의 과정속에서 범인을 찾아낸다. 그리고 반전  이것이 추리소설의 관례라고 볼수있는 전형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레이븐 블랙>은 누가 살인사건의 범인이며 어떻게 범행이 이루어 졌느냐 어떤식으로 사건을 처리하느냐 보다는 살인사건은 단지 하나 내용 전개에 필요한 매개체 역할만 할뿐 주가 되는것은 등장인물 한명한명의 감정의 고리를 풀어나가는데 주력했다고 볼수있다.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외로운 백치 노인 매그너스, 이혼을 하고 혼자서 딸을 키우는 싱글맘 프랜, 일명 왕따 였던 샐리, 이혼을 하고 형사노릇을 하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사는 페레즈 형사 등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상태를 캐서린의 죽음과 연관시켜서 얘기를 풀어나간다.
그런데 이야기를 잘 풀어나가다가 허망하고 급작스럽게 결론이 나버린다. 모든 비밀이 한사람의 입에서 그냥 끝나버린다는 것이 무엇이 퍼즐인지를 모르겠다. 추리소설이라기 보다는 복잡한 심리소설 한편을 읽은 듯한 느낌이다.
기존의 추리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레이븐 블랙>은 생소한 경험이었다.
생소함때문인지 코드가 잘 맞질 않는건지 좀처럼 집중할수가 없었고 산만하게 한장한장을 읽어나가야만 했다. 그래도 중반이후로는 역시 몰입의 즐거움을 맞보면서 책장을 덮을수가 있었다.
 
<레이븐 블랙>에서 묵과할수 없는 한가지가 있다. 무관심이다.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가 생각이 났다. 푸른도라는 작은섬에 수혈을 잘못해서 에이즈에 감염이 되어버린 어린 소녀와 미혼모인 엄마, 그리고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내가족같던 이웃, 형제같았던 친구들 그러나 병명을 알고나서의 주민들의 반응은 냉대와 무관심
그만큼 아는사람이 무섭다는 말이 있다. 아는 사람이기에 관심받기를 원하고 눈길 한번 마주치기를 원하고 함께 어울리기를 원한다.
내 친구, 내 이웃. 내 가족의 무관심에서 오는 파장은 안으로 안으로 퍼져나가서 급기야는 감당할수 없는 핵폭탄같은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매그너스는 자신이 투명인간이라고 했다. 버스에 올라타도, 마켓에 들어가도, 집앞에서 사람들과 마주 쳐도 누구하나 눈길 한번 주는 이 없고 인사한번 건네는 이 없어서 자신은 투명인간같은 존재라고 했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무심히 지나쳐버린 투명인간으로 만들어버린 존재가 없는지 꼼꼼히 둘러봐야 할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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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gghhhcff 2007-07-27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그런느낌을 좀 받았습니다.
명쾌함이 없고, 답답하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