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지구에서 살아가려면 - 종말로 향하는 지구의 방향을 바꿀 9가지 녹색 제안
장성익 지음 / 풀빛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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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지구에서 살아가려면 - 장성익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봄은 참 희안한 계절이다. 묵은 두꺼운 옷들을 꺼내 정리하게 되고, 꽃이 만발하는 게 느껴지면 식물을 들여놓게 된다. 대청소의 시즌이라는 말씀. 똑순이 답게 집에 있는 헌옷들을 수거해가는 업체와 상담했다. 20kg이상이면 킬로그램 당 500원의 값을 쳐주겠단다. 그리고 뭐 얼마나 채워지겠나 하고 바지런히 움직여보니 신발 5켤레와 옷이 40kg 이사박스 대형 2박스를 가득 채웠다. 여기에 낡은 무료수거 제품들까지 더하니 집에 불필요하게 있었다는 물건이 이렇게 많았나 놀라게 되었다. 책에서 말하는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은 총 9가지다. 먼저 사람과 자연은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 공기(대기의 질), 기온, 숲과 강물, 그에 터전을 잡고 사는 생물들 다 연결되어 있다. 연어가 거슬러 오는 강의 숲이 더 울창한 것도 생각해보면 연어를 잡아먹는 곰들이 서식하기 때문이고,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순환들이 지구에는 많다. 단지 사람이 모르고 있을 뿐.

그래서 결국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40kg의 안 입는 옷들을 보면서 이 모든 것을 내가 <소비>했기에 다시 <쓰레기>가 되게 만들었다는 것을 간과했다. 옷 재활용 센터에 준다고 해서 친환경 소비라는 생각만으로 내 이기심을 덜어내려 했던 것 같다. 재활용은 실제로는 달라진 게 없는 데 우리가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나역시 재활용은 좋은거야 하고 마음의 짐을 덜려고 했다. 쓰레기를 많이 버리는 것과 별개로 재활용이 되는 제품은 상관없다는 생각과 실제 환경을 위함과는 거리가 아주 멀다. 특히 페트병 같은 경우도 실제로는 완전한 재활용으로 재탄생하는 경우조차 적다. 생산은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이어지는 것이 문제다.

최근 내연기관의 퇴출 움직임도 생각해보면 그 전기를 이용하기 위한 배터리 생산에 남미의 리튬이나 콩고의 코발트에 의지하는 것을 생각해보자. 그 많은 배터리들을 생산하기 위해서 남미와 콩고의 자연은 무참히 개발되고 있다. 청정이라고 불리는 수소에너지도 3종류인데,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가 있다. 결국 수소를 분리하기 위해서 화석연료를 사용해야만 하는 그레이수소가 국내에서는 제일 많이 사용된다. 전에 태양광 관련 일을 하면서 만들어지는 전지판들을 보면서 이제 도래하는 폐전지들에 대한 재활용 방안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며 분개했다. 더 나은 성능을 가진 제품들만 생산할 줄 알았지 사용기한이 다 된 제품들에 대한 허울 좋은 재활용 방안이나 폐기로의 수순은 지구에게 탈성장이라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탈성장이 물론 모든 분제를 한방에 해결해 주는 만능주의는 아니다. 그렇지만 과잉에서 균형으로, 추출에서 순환으로, 폐기에서 재생으로 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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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나이 드는 기쁨
마스노 슌묘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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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나이 드는 기쁨 - 마스노 슌묘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무소유를 비롯해서 스님들이 쓰신 책은 나와 좀 결이 맞는 것 같다. 일본의 주지스님이신 마스노 슌묘님이 쓰신 책이다. 책 표지부터 내용까지 군더더기가 없다.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라고 하셔서 찾아봤는데, 세계인이 존경하는 일본인 100명에 뽑히기도 한 나름 유명하신 분이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은 소탈 그 자체다. 청년 시절부터 곡기를 조절해 가며 수행을 해 오신 분이라 그런가 글의 면면에 소유나 탐욕의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청년시절 수행 시작지점부터 같이 시작한 사람들은 막 영양실조로 쓰러지고 한단다. 기본적으로 식욕과 수면욕을 통제하는 것 부터가 수행의 시작인가보다. 그걸 잘 조절 못해서 매일같이 살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나.

암튼, 심플하게 나이 드는 기쁨에서는 소유, , 죽음, 인간관계 등 다양한 면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변화해야 하는 부분들을 짚어준다. 생각보다 나이들면 할 수 없게 되는 것들이 많아지고 남의 보살핌을 받게 될 수 있다. 신체적으로 쇠약해졌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을 너무 포기해버리고 살지 말란다. 아직까지 이것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나를 인정하면서도 할 수 있는 것을 지키는 마음가짐.

<최종학력>을 갱신하자는 이야기는 좋아하는 것을 배우고 익힘에 두려워 하지 말라는 말로 들려서 좋았다. 처음에는 학력에 관한 세탁을 하라는 건 아니겠지 했다.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배우고 익히고, 오늘도 하고 내일도 하라는 뜻이다. 오늘 즐거웠던 일을 내일도 한다면 얼마나 즐겁겠는가. 당장 내일이 나에게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노년에게 미래는 그런 것이다.

책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가 너무 슬퍼하는 것을 보며 조언을 구하자,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만나보라고 조언해주신 것 또한 혜안이라 생각된다. 물론 같은 슬픔을 이야기하며 더 힘들 수도 있겠지만 서로의 아픔의 심연까지 내려갔다가 같이 핥아주는 것 마냥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너무 심한 슬픔으로 사람을 가둬두는 것은 좋지 않다. 물론 나오고 싶지 않긴 한데, 그래도 적당한 혼자만의 사유가 끝났으면 사람들과 다시 이어져야 한다. 그러다가 혹 맞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되지. 어려운가.

책에서 강조한 내용 중에 생전 정리 관련하여 내가 내 삶을 어떻게 끝낼것인지 연명치료를 할 것인지 정해두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생전에 내 의사를 정확히 밝혀두는 것이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선택의 시간이 왔을 때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다. 그 시간이 되면 어떤 선택을 해도 남은 사람은 남은 사람의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두려움에 연명치료의향서를 내지 못했는데 올해는 결정을 해야겠다.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 이외에도 나이 들어서 귀차니즘으로 몸단장을 하거나 단정하게 준비된 새 옷을 입고 하루를 시작하자는 이야기도 있었다. 어디 나갈 데가 없으니 잠옷 차림으로 하루를 보낸다거나 하는 귀찮음에 지지 말라고. 내일 입을 옷을 머리맡에 두면 새로운 옷과 함께 새로운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고. 정말 간단한 일이지만 출근할 때 빼고 주말에는 편한 게 제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또 변화를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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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워크 - 가정과 자유 시간을 위한 투쟁의 역사
헬렌 헤스터.닉 서르닉 지음, 박다솜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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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워크 - 헬렌 헤스터 , 닉 스르니첵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가정과 자유 시간을 위한 투쟁의 역사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전 직장의 경우 나만 빼고 전부 여직원들은 워킹맘이었다. 그래서 퇴근시간만 되면 회사 퇴근 엄마 출근이라며 얼굴에 그늘을 띄고 퇴근하던 그녀들이 생각난다. 똑같이 돈을 벌고 와서도 육아와 돌봄과 무보수 가사 일을 도맡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해보면서 내 삶에 적용시킬 수 있는 부분은 기술의 발전과 가족 형태의 변화 파트였다. 특히 기준의 강화 부분에 대해 나도 깨끗해야 한다는 강박에만 시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집안일을 해주는 로봇만 해도 벌써 몇 가지는 된다. 로봇청소기와 로봇 물걸레 청소기다. 사람 대신에 먼지 청소도 해주지만 내가 머리카락을 제거해야한다. 내가 손수 엎드려 무릎에 멍이 들어가며 걸레질을 하진 않지만 로봇이 락스까지 팍팍 뿌리며 완전건조시킨 새 걸레를 대령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 모든것을 도와주는 기술의 혁신의 보고는 비싸다. 매우 비싸다. 세탁기의 경우 산업혁명이 가져다 준 여성의 노동시간을 제일 줄여준 품목이라는 빛의 부분이 있다. 대신 위생과 청결의 강화라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계속 주입시킨 여러 광고주와 단체들 덕분에 더 깨끗해져야 한다. 더 자주 옷을 빨아 입는 게 현대인이다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좀 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나는 1인가구인데 세탁기를 2대 살 생각을 실제로 했고, 결제까지 했다. 그리고 취소했는데 2대의 세탁기를 (당연히 한대도 버리지 않고) 같이 사용할 수 없는 공간제약 때문이었다. 이 부분만 해결되었으면 혼자 사는 사람이 세탁기 2대와 건조기까지 살 뻔했다. 청결관념과 정성을 들여 직접 만든 식사에 대한 환상이 나에게 진짜 이다지도 필요한 것일까?

많은 가정에서 맞벌이를 시작하게 된 것도 임금이라는 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임금 노동과 가족 노동의 시소에서 추를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책은 공동돌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시스템화가 될 것인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든다. 벌써 1인가구화 핵가족화 된 많은 도시사람들에게 돌봄이 와 닿을까.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아우성 칠 때에는 이미 늦지 않았을까 한다. 결과적으로는 사회 제도화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는 결론에는 동의한다. 최근 정책적으로 사람들과의 만남이 한정적인 중장년층을 위해서 지차체에서 동호회 활동비를 지급해주는 것을 보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렇게까지 (돈을 쥐여줘 가면서) 장려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 사이의 소원함이 어디까지 왔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도 동호회를 만들까 생각했지만, 실제로 주변에 비슷한 나이또래의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없다는 것에서 충격받았다. 관습적인 의미의 가족이 언제까지 나에게 돌봄을 줄 수 있을까.

책에서 말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그리고 할 수 있는>의미의 자유시간은 필수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동시에 자유 시간을 확장해야 하는 고차원적인 파이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물리적인 몸이 나와 있는 노동시간에도 얼마나 집약적으로 나를 짜낼 수 있는지에 대한 묘책이 없다면 계속 일에 허덕이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니 아찔했다. 기술의 발전과 거기에 프리미엄을 더 얹게 되는 테크아이템을 위한 소비, 그것을 위한 나의 필수노동의 뫼비우스 띠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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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는 답을 안다 - 허리통증, 굿바이
김지연 지음 / 피톤치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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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는 답을 안다 -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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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란병원에서 척추내시경센터장을 맡고있는 김지연 의사선생님께서 지으신 책이다. 양방향 내시경수술에 관한 다양한 증례를 실었다. 최근 2개월 넘게 허리통증으로 정형외과를 다녔었다. 갑작스런 협착증 같은 이유는 아니었고, 너무나 뻔한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갑자기 목어깨의 통증은 매일 참고 지내는 것에 익숙했던 나도 허리통증이 시작되자 몸의 중심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앉거나 서거나 몸을 돌리기만 해도 고통이 가중되었다. 잠깐의 외상으로도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디스크가 터졌거나, 협착증이라면 얼마나 괴로웠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디스크는 구조학상 신체의 다른 부분과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수분과 산소를 직접 공급받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앉아서 생활하는 현대인들에게 허리통증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고 하겠다. 50분 일하고 일부러라도 일어나서 허리스트레칭을 하거나 물을 뜨러 간다거나 하는 움직임을 일부러라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원장님도 레지던트 시절에 디스크때문에 고생한 경험담도 실려 있다. 쪽잠도 자지 못하는 레지던트 시절에 통증까지 겪으며 전문의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본인은 젊어서 수분 많은 디스크였어서 자연 치유처럼 되었다고는 하지만, 직접 그 통증을 겪어본 선생님이시라 그런지 통증에 대한 묘사가 사실감 있다. 나이든 환자들 같은 경우는 일반 척추수술의 경우 수술 절개부위가 크고, 전신마취를 해야하며, 회복이 어려울 수 있는 반면 내시경 수술은 부분 마취로도 시도해 볼 수 있다고 한다. 여러 증례들을 보면서 수술이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수술을 해야 한다라고 하더라. 다만, 나이드신 환자분들의 경우 통증이 나타나게 된 계기나 아픈 부위의 여러 문진을 통해서 정말 허리와 척추의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인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의 의사선생님도 내가 계속 경추와 척추가 번갈아 가며 아프다고 했더니 미세골절을 의심하셨지만 나는 다행히 미세골절은 아니었다. 다만 책에서 나온 한 분은 허리통증이 극심했는데 알고 보니 고관절 골절이었던 사례도 있었다. 더 늦었으면 애먼 허리수술을 할 뻔 한 것을 잘 바로잡은 것이다. 사례들을 보면 허리가 아픈데 무릎을 수술했다거나 하는 수술 만능주의와 환자의 기대심리로 인한 하지 않았어도 되는 수술 사례도 많다. 몸의 중심이 되는 부위이다 보니 한 두 병원만 다니게 되지는 않겠지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책에서 말하는 정확한 진단과 수술까지 마쳤다면 그 뒤에 환자가 중점적으로 해야 할 것은 수술 후 관리와 운동 그리고 체중조절이다. 척추에 좋은 스트레칭으로는 요가의 기본자세인 소 자세와 고양이 자세다. 특히 하루 종일 앉아서 일을 하는 사람이 하면 좋은 자세다. 단 요추디스크 환자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아기자세(발라아사나)도 좋은 스트레칭이다.이미 허리 통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것도 저것도 앉아서 하는 운동도 싫으면 누워서 하는 브릿지 자세도 있다. 이는 전방위적으로 기립근과 등 근육 강화에 좋다. 이번에 새로 배운 한 가지는 필라테스의 테이블탑 모양을 먼저 한 자세에서 무릎을 가슴 쪽으로 더 끌어올리는 Z자세다. 내가 다녔던 정형외과에서는 코브라자세로 스트레칭을 많이 해주라고 하셨었으니 이것도 참고해 보시라. 스트레칭 자세로는 요가자세들이 많이 추천되고 있지만, 걷기와 수영도 척추에 무척 좋은 운동이다. 확실히 수영은 부력 덕분에 관절에 확실히 무리가 덜 가는 운동 같다. 척추에 좋은 음식들로는 시금치, 브로콜리, 멸치, 두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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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2가지 생물학 이야기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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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2가지 생물학 이야기 - 이나가키 히데히로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나름 심오한 생물학 이야기 모음을 만났다. 책을 읽으며 작가가 이야기하는 <어른>의 의무에서 나는 얼마나 벗어나있는지에 대한 숙연함도 느꼈다. 어린 생물의 역할은 <어른이 되는 것> 그리고 어른의 역할은 <후손을 만드는 것> 이기 때문이다. 생물의 일생이 단지 어른이 되어 후손을 남기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허무하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그 역할을 다해내지 못했다고 생각하니까 조금 항변하고 싶은 것도 있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는 내용은 생물계에서 이 순환의 릴레이에 참여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는 것과 그 중요성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다만 자식을 위해서 육아와 지식전달 그리고 다른 동물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희생>을 하는 것은 인간뿐이다.

책은 동물과 식물의 이야기를 넘나들며 생물학적으로 관심을 가질 32가지 주제에 대해 다룬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예쁜 일러스트도 만족스럽다.

먼저 도대체 애벌레의 시기는 왜 있는 것일까 궁금해한 사람은 없는가? 성충이 되기 전 늘 꾸물거리며 먹고, 움직이고, 먹고만 하는 애벌레시기는 건강하고 튼튼한 성충이 되기 위해 <많이 먹기>가 생존에 충실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먹이를 충실히 먹은 애벌레가 건강한 어른이 된다. 이런 애벌레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쇠무릎>은 자기를 먹은 애벌레가 빨리 성장하도록 하는 성분을 가진 식물로 방향을 잡았다. 먹고 빨리 크는 것이 애벌레의 입장에서는 부실한 곤충으로 나아가는 길이니 쇠무릎은 전략을 잘 짠 것이다.

식물을 키워보며 씨앗이라는 타고난 것에 대해 이다지도 영향을 많이 받는가도 생각해 보았다. 마트에서 사온 아보카도를 세 그루 심었는데, 보기에는 다 같은 씨앗이었는데 같은 생육환경에서 한 그루만 특히 늦게 싹이 났었다. 그런데 실제로 나무가 되어보니 그 뿌리를 뻗는 데 오래 걸린 그 개체만 훨씬 더 튼튼하다. 책에서도 먼저 나온 식물이 살아남는 환경과 그렇지 못한 환경에 대해 대비하는 내용도 있다. 도꼬마리는 참 기회주의자처럼 먼저 발아하는 씨앗과 천천히 발아하는 씨앗을 같이 품고 있다. 둘 중 한 놈이라도 살아남으면 되는 것이다.

개복치의 경우에는 3억개의 알을 낳는다. 그 중에 성체가 되는 개체는 2마리 정도로 15천만 분의 1로 성체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성격이 유약한 개복치가 그렇게 빨리 죽는다니..어미가 새끼를 돌보지 않는 생물의 경우는 다른 개테의 먹이가 되는 것까지 감안해서 생태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다양한 동식물의 이야기와 인생까지 같이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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