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워크 - 가정과 자유 시간을 위한 투쟁의 역사
헬렌 헤스터.닉 서르닉 지음, 박다솜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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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워크 - 헬렌 헤스터 , 닉 스르니첵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가정과 자유 시간을 위한 투쟁의 역사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전 직장의 경우 나만 빼고 전부 여직원들은 워킹맘이었다. 그래서 퇴근시간만 되면 회사 퇴근 엄마 출근이라며 얼굴에 그늘을 띄고 퇴근하던 그녀들이 생각난다. 똑같이 돈을 벌고 와서도 육아와 돌봄과 무보수 가사 일을 도맡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해보면서 내 삶에 적용시킬 수 있는 부분은 기술의 발전과 가족 형태의 변화 파트였다. 특히 기준의 강화 부분에 대해 나도 깨끗해야 한다는 강박에만 시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집안일을 해주는 로봇만 해도 벌써 몇 가지는 된다. 로봇청소기와 로봇 물걸레 청소기다. 사람 대신에 먼지 청소도 해주지만 내가 머리카락을 제거해야한다. 내가 손수 엎드려 무릎에 멍이 들어가며 걸레질을 하진 않지만 로봇이 락스까지 팍팍 뿌리며 완전건조시킨 새 걸레를 대령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 모든것을 도와주는 기술의 혁신의 보고는 비싸다. 매우 비싸다. 세탁기의 경우 산업혁명이 가져다 준 여성의 노동시간을 제일 줄여준 품목이라는 빛의 부분이 있다. 대신 위생과 청결의 강화라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계속 주입시킨 여러 광고주와 단체들 덕분에 더 깨끗해져야 한다. 더 자주 옷을 빨아 입는 게 현대인이다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좀 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나는 1인가구인데 세탁기를 2대 살 생각을 실제로 했고, 결제까지 했다. 그리고 취소했는데 2대의 세탁기를 (당연히 한대도 버리지 않고) 같이 사용할 수 없는 공간제약 때문이었다. 이 부분만 해결되었으면 혼자 사는 사람이 세탁기 2대와 건조기까지 살 뻔했다. 청결관념과 정성을 들여 직접 만든 식사에 대한 환상이 나에게 진짜 이다지도 필요한 것일까?

많은 가정에서 맞벌이를 시작하게 된 것도 임금이라는 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들은 임금 노동과 가족 노동의 시소에서 추를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책은 공동돌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시스템화가 될 것인지에 대하여는 의문이 든다. 벌써 1인가구화 핵가족화 된 많은 도시사람들에게 돌봄이 와 닿을까.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아우성 칠 때에는 이미 늦지 않았을까 한다. 결과적으로는 사회 제도화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는 결론에는 동의한다. 최근 정책적으로 사람들과의 만남이 한정적인 중장년층을 위해서 지차체에서 동호회 활동비를 지급해주는 것을 보고 사람들과의 만남을 이렇게까지 (돈을 쥐여줘 가면서) 장려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 사이의 소원함이 어디까지 왔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도 동호회를 만들까 생각했지만, 실제로 주변에 비슷한 나이또래의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없다는 것에서 충격받았다. 관습적인 의미의 가족이 언제까지 나에게 돌봄을 줄 수 있을까.

책에서 말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그리고 할 수 있는>의미의 자유시간은 필수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동시에 자유 시간을 확장해야 하는 고차원적인 파이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물리적인 몸이 나와 있는 노동시간에도 얼마나 집약적으로 나를 짜낼 수 있는지에 대한 묘책이 없다면 계속 일에 허덕이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니 아찔했다. 기술의 발전과 거기에 프리미엄을 더 얹게 되는 테크아이템을 위한 소비, 그것을 위한 나의 필수노동의 뫼비우스 띠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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