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lions of Cats (Paperback) - 1929 Newbery Newbery : 뉴베리 2.0 1
완다 가그 그림 / Puffin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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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읽기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책이다. 완다가그는 그림책은 모두 흑백그림이다. 그만큼 그녀에게 검은색은 소중하고 검은색을 보면 할 말이 많아질 정도로 검은색에서 자신만의 색을 고집한다.  가그의 검은색은 지나간 시절을 회상케하고 흑백 티비 화면을 떠오르게 한다.

이 책은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이다.  고양이를 찾으러가는 길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양 페이지를 펼쳐 한 장면으로 그려낸 기법, 고양이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연속 동작처럼 그린 그림은 장난기 많은 아이들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좋은 집에서 적적하게 살아가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어느날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그런다. 털이 보들보들한 새끼 고양이나 한 마리 기르고 싶다고. 그말에 할아버지는 멀고 먼 고개길을 돌아 고양이를 찾아 나선다.


수백 마리, 수천 마리, 수백만 마리, 수억 마리, 할아버지는 신나하면서  그 고양들 속에서 가장 예쁜 고양이 한마리를 찾기 시작한다.

몸통이 까만 고양이도 예쁘고, 털이 보들보들한 고양이도 예쁘고,..그러다보니 할아버지는 언덕에 있는 고양이를 다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문 밖에서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할머니는 고양이들이 줄줄이 따라오는 걸보고 놀라 소리지른다.

"영감 !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고야이  한마리만 있으면 됀댔는데, 이게 다 뭐예요?"

 그때서야 할아버지도 걱정이 됐는지 "그 생각은 미처 못했군. 이 일을 어쩐다지?"하며 할아버지가 묘안을 생각한 듯 고양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 가운데 누가 가장  예쁘지?"

"저요!,저요!,저요!,저요,나야!,나야!,나야!,나야!"

 

수백만 수천만  수억마리고양들이 소리를 질러대며 싸움이 벌어진다. 저희들끼리 할퀴고 물어뜯고 소동이 벌어지고 순식간에 고양이들이 다 사라지고 가장 못생긴 고양이 한 마리만 남는다. 그 고양이는 자신이 가장 못생겨서 누가 가장 이쁘냐는 물음에 아무말도 하지않아 살아남은 고양이다.

 

할머니는 그 못생기고 마른 새끼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와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따뜻한 물로 목욕 시키고 날마다 우유를 먹이며 온갖 정성을 들이자 새끼 고양이는 금세 털이 보들보들해지고 포동포동 해졌다.

 

할머니는 이젠 예쁜 고양이가 되었다며 기뻐하고 할아버지는 수백만 무리,수억 마리 고양이를 보았지만 이렇게 예쁜 고양이는 처음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양이" 라며 흐뭇하게 웃는다.

 

마지막 흑백 그림이 마음에 든다. 열심히 보살펴 예쁜 고양이로 만든 두 노인네의 흐뭇해 하는 표정에서 행복은 큰데 있지 않고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만들어가는 게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

행복은 그리 대단한게 아니야."

 

이 그림책은  1928년에 출간됐다. 당시 몇 사람만 돌려보는 수공 제작 그림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대중적인 그림책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그림책이어서 일까. 화려하고 세련되지 않지만 오히려 그 투박한 그림이 부담없고 좋아 보인다. 칠남매의 형제많은 집의 맏딸로 태어나 예술적 감각이 있었던 완다가그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자 동생들을 공부시키고 먹이기 위해 그림을 그려 팔았다.

 

마지막 동생까지 학교졸업을 시키자 그동안 생계를 위해 그렸던 상업적인 미술에서 손을 떼고 시골집에 박혀 작품활동에 몰두한 나머지 개인전을 열게 되고 한 편집자의 눈에 띄어 정식 그림책작가로 데뷔한다. 그녀는 어렸을때 어른들한테 자주 들었던 유럽의 옛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등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재능을 보였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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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키우는 개다. 가족들은 녀석을 흰둥이라 부른다. 녀석의 첫 주인은 서울 사는 막내동생이다. 개를 좋아하는 동생이 집안에서 애지중지 키우다 녹음실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녹음실로 바쁘다보니 빈 집에 혼자 두는 게 걸리고 시골집에 혼자 사시는 엄마생각도 나 눈 찔끔 감고 시골집에 데려다 주었다.

흰둥이는 처음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방안이 아닌 널다란 마당에서 침대가 아닌 비좁은 개집에서 목줄을 채고 살게 됐으니 말이다. 시골산지 6~7년쯤 됐나. 주인 손에서 물고 빨고 하던 말티즈가 엄마 표현에 따르면 집이나 지키는 팔자 사나운 시골똥개가 다 돼버렸다.

 

엄마와 녀석은 그렇게 식구가 됐다. 시골에 갔을 때다. 엄마가 흰둥이녀석 이발을 시켜 놨다. 머리털이 너무 길어 눈을 찌른다고 아예 반삭을 해놨다. 귀염성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고 띨한 맹구가 됐있었다. 일이 있어 시골 갈 때마다 엄마는 녀석 얘기를 한다. 한솥밥 먹는 식구 맞다.

 

어느날은 목줄을 매 놓은게 맘에 걸려 잠시 풀어 주었더니 그길로 집을 나가 보름만에 들어왔던 일, 엄마가 서울 오느라 사료랑 물이랑 넉넉히 주고 왔는데 내려가보니 밥도 물도 그대로더라며 엄마의 서울 나들이를 줄 게 한 일, 흰둥이가 엄마랑 살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적적하지 않아 좋았지만 흰둥이는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엔 아무나 보고 짖어대더니 요즘은 발소리만 듣고도 식구를 알아본다. 특히 막내동생을 보는 눈때는 맵디맵다. 오랜만에 와 캄캄한 밤중에 와 마당에 차 대고 나오면 꼬리를 흔들고 나온다. 동생의 체취를 기억하고 있는 걸까. 엄마는 늘 그러신다. 그동안 집이 외져 진도개,세퍼드같은 영리한 개도 많이 키워 봤지만 흰둥이처럼 영민한 개는 처음이라고.

 

마실가면 벗어놓은 신발옆에 앉았다가 함께 오고 서울가면 돌아올 때까지 밥도 안먹고 기다리고 있더라는 엄마는 사람 으로치면 할아버지쯤 되가는 녀석이 요새 자꾸 맘에 걸린단다. 며칠째 밥도 안먹고 시름시름 누워 있다며 전화로 걱정하셨는데, 당신 주머니 털어 영양제 사 먹이고 비싼 사료까지 사 와 먹이니 이제 일어나 슬슬 움직인다며 반가운 내색을 하신다.

 

그러고보면 사람만 적응에 능한 사회적 동물이 아니다. 막내동생의 손아귀에서 놀다가 시골집 개가 되어 엄마를 주인으로 섬기며 집을 지키는 흰둥이도 영민한 사회적 동물이다. 그나저나 흰둥이가 아프지않고 살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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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을 사랑하는 부부가 10여 년 동안 발품을 팔아 비무장지대에서 자생하는 들꽃 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비무장지대,들꽃>(2014.세리프)에는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들꽃 521장의 생생한 사진이 들어있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이름만 알았던 들꽃을 만날 수 있고 이름을 몰랐던 들꽃도 이름을 불러 줄 수 있게 한다.

 

무엇이든 관심이 있으면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생각난다. 어렸을 적부터 흔하게 봐 왔던 토끼풀에 대한 내력과 뜻밖의 얘기가 신선한 충격이어서 여기에 소개한다.

 

"토끼풀은 생장에 이상을 느끼면 잎의 숫자를 늘리는데, 네 잎은 물론 일곱 잎까지도 만나 봤다. 다른 들꽃과 달리 토끼풀은 꽃이 시들어도 떨어뜨리지 않은 채 마지막 한 송이까지 곤충의 수분을 얻어낸다. 나비 모양의 작고 하얀 꽃잎을 피우는 토끼풀은 작은 잎에 흰 무늬가 있는데, 꽃대에는 따로 잎이 나지 않는다. 토끼풀이 핀 곳이면  주변에 붉은 토끼풀, 선토끼풀 등도 간간이 만나 볼 수 있다."(118쪽)

'클로버'라고 부르기도 하는 토끼풀이 유럽에서 건너온 귀화식물이라는 것도 놀라운 사실​인데 토끼풀 밭에 풀석 주저앉아 눈 흡뜨고 찾아 헤맸던 행운의 크로바잎이 토끼풀에겐 생명에 나타나는 이상 징후라니 또 한번 놀란다. 관심을 갖고 보면 하찮은 풀꽃들의 속내까지 이렇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처한 환경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들꽃들의 이야기는 우리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200여종의 들꽃 이름과  그것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사진과 함께 보고 있으면 숙연해지면서 농학자이면서 사회운동가였던 고 유달영 박사의 말이

​귀하게 와 닿는다.

​"천수만초개오사(, 천 가지 나무와 만 가지 풀들이 모두 다 나의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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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꼴찌로 피어난 민들레에게

나비 한 마리 날아와 앉는다

 

'미안해

너를 잊은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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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이 만나 모서리가 닳으면 그것이 사랑일 것이다. 사각이 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말을 좀 들어야 한다. 네 말이 내 모서리를 갉아먹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너의 사연을 먼저 수락하지 않고서는 내가 네게로 갈수없는 것이다. 서정시가 세상과 연애하는 방식이 또한 그러할 것이다. 내 말을 히기 전에 먼저 너의 사연을 받아 안지 않으면 내 말이 둥글어지지 않는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산문집<느낌의 공동체. 문학동네> 에서 옮겨왔다.

이글은 저자가 시인 손택수의 시<방심>를 읽고 쓴 문장이다. 앞 뒤로 열어 둔 대청마루 문을 관통해 사립문을 빠져나가는 제비 한 마리를 포착한 시인의 예민한 시선을 두고 그는 마음을 내려놓는 방심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저자는 '결심'이 아닌 '방심'의 틈에다 아름다운 문장을 흘려 놓는다. 오래전에 본 문장인데 오늘 또 새삼스럽다.

"좋은 작품은 내게 와서 내가 결코 되찾을 수 없을 것을 앗아가거나  끝내 돌려줄 수 없을 것을 놓고 갔 "다는 문장을 옮겨 놓은 것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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