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을 사랑하는 부부가 10여 년 동안 발품을 팔아 비무장지대에서 자생하는 들꽃 이야기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비무장지대,들꽃>(2014.세리프)에는 그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들꽃 521장의 생생한 사진이 들어있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이름만 알았던 들꽃을 만날 수 있고 이름을 몰랐던 들꽃도 이름을 불러 줄 수 있게 한다.

 

무엇이든 관심이 있으면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생각난다. 어렸을 적부터 흔하게 봐 왔던 토끼풀에 대한 내력과 뜻밖의 얘기가 신선한 충격이어서 여기에 소개한다.

 

"토끼풀은 생장에 이상을 느끼면 잎의 숫자를 늘리는데, 네 잎은 물론 일곱 잎까지도 만나 봤다. 다른 들꽃과 달리 토끼풀은 꽃이 시들어도 떨어뜨리지 않은 채 마지막 한 송이까지 곤충의 수분을 얻어낸다. 나비 모양의 작고 하얀 꽃잎을 피우는 토끼풀은 작은 잎에 흰 무늬가 있는데, 꽃대에는 따로 잎이 나지 않는다. 토끼풀이 핀 곳이면  주변에 붉은 토끼풀, 선토끼풀 등도 간간이 만나 볼 수 있다."(118쪽)

'클로버'라고 부르기도 하는 토끼풀이 유럽에서 건너온 귀화식물이라는 것도 놀라운 사실​인데 토끼풀 밭에 풀석 주저앉아 눈 흡뜨고 찾아 헤맸던 행운의 크로바잎이 토끼풀에겐 생명에 나타나는 이상 징후라니 또 한번 놀란다. 관심을 갖고 보면 하찮은 풀꽃들의 속내까지 이렇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처한 환경에서 적응하며 살아가는 들꽃들의 이야기는 우리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200여종의 들꽃 이름과  그것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사진과 함께 보고 있으면 숙연해지면서 농학자이면서 사회운동가였던 고 유달영 박사의 말이

​귀하게 와 닿는다.

​"천수만초개오사(, 천 가지 나무와 만 가지 풀들이 모두 다 나의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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