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이 만나 모서리가 닳으면 그것이 사랑일 것이다. 사각이 원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말을 좀 들어야 한다. 네 말이 내 모서리를 갉아먹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 너의 사연을 먼저 수락하지 않고서는 내가 네게로 갈수없는 것이다. 서정시가 세상과 연애하는 방식이 또한 그러할 것이다. 내 말을 히기 전에 먼저 너의 사연을 받아 안지 않으면 내 말이 둥글어지지 않는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산문집<느낌의 공동체. 문학동네> 에서 옮겨왔다.
이글은 저자가 시인 손택수의 시<방심>를 읽고 쓴 문장이다. 앞 뒤로 열어 둔 대청마루 문을 관통해 사립문을 빠져나가는 제비 한 마리를 포착한 시인의 예민한 시선을 두고 그는 마음을 내려놓는 방심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저자는 '결심'이 아닌 '방심'의 틈에다 아름다운 문장을 흘려 놓는다. 오래전에 본 문장인데 오늘 또 새삼스럽다.
"좋은 작품은 내게 와서 내가 결코 되찾을 수 없을 것을 앗아가거나 끝내 돌려줄 수 없을 것을 놓고 갔 "다는 문장을 옮겨 놓은 것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