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키우는 개다. 가족들은 녀석을 흰둥이라 부른다. 녀석의 첫 주인은 서울 사는 막내동생이다. 개를 좋아하는 동생이 집안에서 애지중지 키우다 녹음실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녹음실로 바쁘다보니 빈 집에 혼자 두는 게 걸리고 시골집에 혼자 사시는 엄마생각도 나 눈 찔끔 감고 시골집에 데려다 주었다.

흰둥이는 처음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방안이 아닌 널다란 마당에서 침대가 아닌 비좁은 개집에서 목줄을 채고 살게 됐으니 말이다. 시골산지 6~7년쯤 됐나. 주인 손에서 물고 빨고 하던 말티즈가 엄마 표현에 따르면 집이나 지키는 팔자 사나운 시골똥개가 다 돼버렸다.

 

엄마와 녀석은 그렇게 식구가 됐다. 시골에 갔을 때다. 엄마가 흰둥이녀석 이발을 시켜 놨다. 머리털이 너무 길어 눈을 찌른다고 아예 반삭을 해놨다. 귀염성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고 띨한 맹구가 됐있었다. 일이 있어 시골 갈 때마다 엄마는 녀석 얘기를 한다. 한솥밥 먹는 식구 맞다.

 

어느날은 목줄을 매 놓은게 맘에 걸려 잠시 풀어 주었더니 그길로 집을 나가 보름만에 들어왔던 일, 엄마가 서울 오느라 사료랑 물이랑 넉넉히 주고 왔는데 내려가보니 밥도 물도 그대로더라며 엄마의 서울 나들이를 줄 게 한 일, 흰둥이가 엄마랑 살기 시작하면서 엄마는 적적하지 않아 좋았지만 흰둥이는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엔 아무나 보고 짖어대더니 요즘은 발소리만 듣고도 식구를 알아본다. 특히 막내동생을 보는 눈때는 맵디맵다. 오랜만에 와 캄캄한 밤중에 와 마당에 차 대고 나오면 꼬리를 흔들고 나온다. 동생의 체취를 기억하고 있는 걸까. 엄마는 늘 그러신다. 그동안 집이 외져 진도개,세퍼드같은 영리한 개도 많이 키워 봤지만 흰둥이처럼 영민한 개는 처음이라고.

 

마실가면 벗어놓은 신발옆에 앉았다가 함께 오고 서울가면 돌아올 때까지 밥도 안먹고 기다리고 있더라는 엄마는 사람 으로치면 할아버지쯤 되가는 녀석이 요새 자꾸 맘에 걸린단다. 며칠째 밥도 안먹고 시름시름 누워 있다며 전화로 걱정하셨는데, 당신 주머니 털어 영양제 사 먹이고 비싼 사료까지 사 와 먹이니 이제 일어나 슬슬 움직인다며 반가운 내색을 하신다.

 

그러고보면 사람만 적응에 능한 사회적 동물이 아니다. 막내동생의 손아귀에서 놀다가 시골집 개가 되어 엄마를 주인으로 섬기며 집을 지키는 흰둥이도 영민한 사회적 동물이다. 그나저나 흰둥이가 아프지않고 살아야 할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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