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프린스 바통 1
안보윤 외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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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거나, 진부하거나, 미숙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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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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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한동일교수의 라틴어수업 강의내용 발췌...정도의 책인줄 알았는데. 하! 이건 힐링서인가. 그 어떤 자기계발서나 최근 난립하는 정신과 의사들의 치유계 책들보다 더 큰 힐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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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관찰주의자 - 눈으로 차이를 만든다
에이미 E. 허먼 지음, 문희경 옮김 / 청림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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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정글에 갈 기회가 없는 사람한테 정글생존법을 가르치는 느낌. 저자는 관찰력이 중요하다며 강조에 강조를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게 실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단순하게 관찰력을 키우려는 거라면 차라리 seekers notes라는 숨은그림찾기 모바일게임이 더 도움이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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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미날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1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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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렇게 사는 건 분명 장난이 아니었다. 예전에 도형수들을 벌주기 위해서나 시켰을 법한 일을 짐승처럼 해내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그러다 죽는 건 예사였다. 그런데도 저녁 식탁에서 고기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삶이라니! 물론 굶어죽지는 않았다. 먹을 게 아예 없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겨우 죽지 않을 정도로만 먹을 수 있었다. 게다가 허구한 날 빚에 짓눌려, 마치 빵을 훔치기라도 한 것처럼 빚쟁이에게 시달리지 않는가 말이다.


그랬다, 정말 그랬다. 이렇게 사는 건 분명 장난이 아니었다.

책이란 재독할 때는 느낌이 달라지는 게 보통인데... 제르미날은 처음처럼, 아니 처음보다 더 분노하며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치받는다. 아니, 처음에 읽었을 때와는 달리 분노의 이유가 더 늘었다. 매일 피로에 찌든 채, 타르틴 한 조각을 옆구리에 끼고 갱도로 내려가는 남자들보다(물론 당시 여자도 아이도 갱도로 내려가 똑같은 일을 했지만.)

맨 밑바닥층 탄광촌 노동자 남성들 보다 훨씬 더 아래에 있는 여성들의 인권, 삶. 채 어른이 되기도 전에 폭력적인 강간으로 결혼보다 아이를 갖는 것이 먼저인 게 보통인 소녀들과, 매맞는 아내처럼 거기 순응해 그러는 게 당연한 삶이라 받아들이는 여성들의 삶이 눈에 들어와 분노는 배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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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끄네 집 (양장) - 고양이 히끄와 아부지의 제주 생활기
이신아 지음 / 야옹서가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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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꼬박 1년 반을 투병한 막내를 떠나보냈다.

히끄 아부지가 '어머니'란 너무나 고귀한 단어인지라 히끄의 아부지가 되어주었듯이, 난 막내를 자식이 아닌 동생으로 삼았다. 부모가 되어줄 생각도 없었고, 그럴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막내가 투병할 때의 나이가 열다섯살, 이미 고양이 세상의 나이론 노인이지만, 난 여전히 막내를 아이 취급했다.

철없이 큰 비닐봉지에 들락거리면 중학교에 다닐 나이인데... 라며 혀를찼고, 의젓해지라며 잔소리를 했다. 표지의 히끄처럼 식탁에서 마주 보고 함께 맘마를 먹고, 식사를 마치면 똑같이 냅킨으로 입을 닦아주었다. 함께 자고 함께 tv를 봤다. 유일한 가족이고 동생이었다. 부르면 달려오고 현관 앞에서 내가 올때까지 늘 나를 기다렸다. 신기하게도 다른 사람의 발소리와 내 발소리를 구별하는 아이였다. 


신부전 판정을 받았을 때 의사가 막내를 팔순노인 취급을 해서 충격을 받았다.

아직 15살이라고 했더니 의사는 말끝마다 고령이란 말을 붙였다.

그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애가 날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몇년 전 막내의 부모묘가 그랬듯이 유일하게 남은 막내도 날 떠나려 하고 있다는 걸...


투병 1년 반 동안 할수 있는 건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내의 부모 때도 겼었던 신부전 투병이기에 처음도 아니건만, 유난히 힘들었고 떠올리기도 싫은 지옥같은 시간이었다.

막내가 아파하는 걸 바라보는 건 생각보다 더 힘든 고통이더라. 15년 동안 한 번도 그애를 어른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더 그랬다. 그 애는 내겐 영원한 아가냥인데 자꾸 피를 뽑고, 수액을 맞히고, 어른도 견디기 힘든걸 시켜야 하니까....

투병 내내 참 많이도 울었다.

평생 사람이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사람에겐 유난히 차가운 나이기에 어디가서 털어놓지도 드러내지도 못하고 아무도 없는 곳에 숨어서 참 많이도 울었다.

돈도 많이 깨졌다. 막내가 내곁에 머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1년 반동안 중형차 한대 값 이상의 치료비를 병원에 가져다 바쳤다. 내가 암에 걸리면 그렇게까진 안할 것 같다. 하지만 막내의 생을 연장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신부전 투병에서 절실히 느끼는 건, 간병도 간병이지만, 실로 돈과의 싸움이란 거다.

인간의 암과도 흡사하다. 다르다면 보험조차 불가하다는 거다.

일단 아무 병원에서나 치료가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치료가 가능한 최상급의 기재를 갖춘 병원, 최상의 의사를 담당의로 두고있을지라도... 투자할 수 있는 총액에 따라 그에 합당한 치료가 결정된다. 참 냉정하기 짝이없는 자본주의 사회다.

그래도 무리를 해서라도 막내만큼은 최대한 오래 함께 있고 싶었다. 치료가 고통스러워도 강제로라도 오래 곁에 머물게 하고 싶었다.


경험상 조기에 발견한 신부전은 초기 입원때는 수치검사와 치료를 마치면 2~3일 안에 퇴원이 가능하며, 일단 치료를 받고 오면 몇주간은 상태가 호전된다. 모든 병이 초기엔 그렇듯...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주기는 점점 짧아진다. 잔인하도록 짧아진다. 입원과 강도높은 약물치료를 받고 돌아와도 몇주가 아니라 단 하루이틀만에 다시 같은 증세가 발생한다. 시시각각 닥쳐오는 합병증의 위험도 무시 못한다. 섭식도 투약도 모든 것을 조심해야하는, 단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촉각을 곤두세운 전쟁과도 같은 시간들이다.

자다가도 일어나 4시간마다 곱게 체에 내린 처방식을 먹이고 주사기로 강제로 약을 먹이고, 거의 모든 생활리듬이 막내에게 집중되었다. 짧다면 짧지만 잠 한숨 제대로 못자고 보낸 1년 반이었다.

하지만 그토록 최선을 다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사경을 헤메는 밤이 잦아지고 입원의 주기도 점점 짧아진다.

단언하건데 신부전이란 불치병이다.

아무리 치료를 한들 절대 완치는 되지 않는다. 증세를 완화하고 병을 늦추는 것 뿐이다. 다른 고양이의 신장을 이식할 수도 없으니 그저 죽음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강도높은 치료를 한들 죽음의 시간을 늦추는 방편일 뿐, 보호자는 치료에 최선을 다하되 늘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각하게 무너진다.

늘 의사가 이부분을 제대로 고지해 줬으면... 하는 생각을 해왔다. 막내의 부모 때는 담당의가 너무 희망적인 태도를 보여서 당연히 완치가 될거란 헛된 생각에 치료과정에는 희망이 넘쳤지만 종국에 닥친 절망과 멘탈붕괴 또한 엄청났었다. 

이젠 처음도 아니고 겪어낸 병이기에, 일단 발병하면 이 아이의 남은 생의 모래시계에서 모래가 쏟아져 내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리 모래를 그러모으고 늦춰보려 발버둥질을 쳐도 종국엔 병원에서 도저히 퇴원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을...

막내의 증세악화를 늦추려 발버둥질 치고, 숱한 합병증들과 싸우고... 그러기까지 1년 반...

막내는 눈이 흐려지고 말을 하고 싶어도 입만 벙긋대거나 아예 의식이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컨디션이 조금만 좋아져도 쉴새없이 말을 걸고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인데... 화장실까지 안아서 데려다 줘야만 갈수 있고 거의 운신조차 못하는 그런 상태에 다다르니, 지켜보는 사람의 멘탈이 온전할 수 있다면 그게 거짓일 거다.


눈이 오는 겨울에 태어난 막내는, 역시 눈이 하얗게 쏟아지던 날에 떠나갔다.

소파에 혼자 앉아 눈이 벚꽃잎처럼 흩날리는 창 밖을 보면서... 하얀 눈송이같은 그 애가 이제 내 옆에 앉아 그걸 볼수 없다는 사실에 와락 눈물이 났다.

우리 막내는 눈을 보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 

소파의 오른쪽 팔걸이가 왼쪽보다 더 꺼져있었다.

막내가 늘 앉던 자리...

그 애가 없는데도 그 애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냉장고 아래에서 막내가 숨겨놓은 장난감들이 쏟아져 나오고 그애의 조그만 응가 한덩이도 나왔다. 화석처럼 말라붙은 응가 한 덩이에 또 와락 슬픔이 치받는다.

그애의 물건들은 모조리 안 보이는데로 치워버렸다. 그래도 독처럼 치받는 슬픔은 영원히 곁에 남아 사라지지 않을것 같았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벌써 2018년이란다.

막내가 떠난지 만으로 1년 이상이 흘렀다.

이제 남의집 고양이를 봐도 전처럼 와락 슬픔이 치받지 않는 모양이다.

고양이 등신대를 준다기에 주섬주섬 히끄네 집이란 책을 장바구니에 담은 걸 보면...

히끄는 우주 대스타라던데, 난 히끄를 처음 알았다. 

히끄는... 막내를 닮았다.

아니, 정확히는 울 막내보다는 막내의 아빠고양이를 꼭 닮았다.

뚱뚱한 장모종인데다 털이 너무 날려서 다음 생엔 단모종으로 만나자고 했었는데... 목욕을 시킬 때마다 물에젖어 털이 꺼진 모습이 머리가 크고 뼈대가 굵은 브리티쉬숏헤어 같아서 다음 생엔 꼭 브리티쉬숏헤어로 태어나란 말을 했었는데...

막내의 아빠가 세상을 떠난 해가 2013년이니 혹시 히끄 나이가 4~5살 쯤이면 혹시 막내 아빠가 정말 브리티쉬 숏헤어 히끄로 다시 태어난 건 아닐까... 란 생각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막내도 히끄를 많이 닮았다.




반려묘를 유일한 가족으로 둔 세상의 모든 이들이 고양이와 이별하는 순간이 좀 덜 힘들기를 바란다.

내가 너무나도 힘들었기에...

죽는 날까지 아마 난 다시는 새로운 반려묘를 들이지 못할 거다.

막내가 베어내서 가지고 간 마음의 조각이 너무 커서, 더이상 다른 아이에게 줄 여분이 가슴 속에 전혀 남아있지가 않다.

막내가 내 마지막 가족이고 마지막 반려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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