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랑 이야기

몽유도원도
최인호 지음, 임효 그림 / 청아출판사 / 2001년 8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내용을 7,80년대 소설가로 명성이 자자했던 최인호라는 작가에 의해 다시 쓰여졌다. 널리 알려진 이 이야기를 어떻게 다시 그려 내는 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는 데 잔잔하게 잘 그려내는 것이 역시 그답다는 생각을 했다.

5쌍 중 3쌍 이상이 이혼을 한다고 하는 요즘 가슴 시리게 다가오는 부부의 사랑이야기이다. 너무나 뛰어난 미모로 인해 불행을 불러 오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더욱더 믿음이 굳세어진 남편과 아내. 참으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요즘처럼 힘든 세상에서도 이들 부부와 같은 사람들이 있으리라 서로의 믿음으로 어려움과 한계를 극복하고 더욱 깊은 사랑과 믿음으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듣기만 해도 그저 읽기만 해도 가슴 훈훈해지는 이야기이다.

언젠가 몇 년 전에 '도미 부인'이라는 이름으로 오페라가 공연되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데 그때도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던 것 같다. 그만큼 요즘 우린 믿음에 대해 목말라 있는 것 같다 이런 우이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해준다. 여기선 부부의 믿음을 주제로 했지만 믿음이란 부부뿐만 아니라 친구, 동료, 상하, 선후배 등등... 사람 사이에서 지켜져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단지 부부로 한계를 긋지 말고 사람들 사이라고 생각하면서 읽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 그런 책이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서로의 굳건한 믿음이 모든 것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왕마저도 질투에 눈 멀게 할 수 있다는 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가슴 싸~아하게 와 닿는다.

생각하게 하는 동화

자전거 도둑 ㅣ 한빛문고 6
박완서 글, 한병호 그림 / 다림 / 1999년 12월

동화는 참 좋다. 일단 이해하기 쉽고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에. 이 책 역시 참 재미있게 씌여졌다. 아주 오래 전에 씌여진 내용들이지만 지금 읽어도 너무 가슴에 와 닿는 내용들이라 동화가 지니는 특징인 언제 읽어도 재미있고 우리에게 느낌을 주는 책이라는 것이다.

*자전거 도둑:자전거 도둑을 만드는 어른들의 욕심, 잘못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두루뭉실 넘어가는 잘못 된 태도를 어린 사람의 눈을 통해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 어른들의 욕심에 물들지 않고 잘못된 생각을 스스로 잘 깨우쳐 가는 어린 사람의 모습을 그려 우리에게 어른다움이 무엇인 지 생각하게 한다.

*달걀은 달걀로 갚으렴: 선생님은 정말 생각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희망도 실망도 심어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 때문에 정말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들 입장에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행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또한 매스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이 어린이들에게 끼치는 해악도 표현하고 있다. 좀더 깊이 생각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그려내고 있다.

*시인의 꿈:편리함과 유용함만을 내세우다 정작으로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린 우리들의 자화상을 그린 내용으로 가슴이 저려온다. 그런 상황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어른들이기에. 어린이들에게 정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큰소리를 내지만 실상은 더욱더 망치고 있는 것을 알게 해주는 내용이다.

*옥상의 민들레꽃: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은 물질적으로 풍족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편한 곳이라는 얘기. 어르신들의 입장에서 짚어낸 내용이다. 몰질적으로 풍요로운 할머니들이 자살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어린 아이를 통해 설명하면서 우리의 자각을 끌어 내려고 하는 것 같다.

*할머니는 우리 편:어른과 아이가 하나로 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어르신과 어린이가 함께 할 수 없는 생활인데 함께 할 때 우린 더 풍요로운 인생을 경험하고 누릴 수 있음 알게 한다.

*마지막 임금님:행복이란 무엇인지 잘 정리 되어 있다. 행복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며 무한정으로 가져서 행복한 게 아니라 자신을 비워 가는 것이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란 것을

책을 읽으면 내용이 재미있어 아주 잘 넘어 간다. 하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내 삶에 대해 내 행위에 대해 잘 생각하게 만든다. 재미 있으니 누가 봐도 좋을 듯.

이 책을 보면서 다시금 느끼는 것은 재능있는 동화 작가가 많이 있는 나라 사람들은 정말 행복할 수 있는 조건 하나는 지닌다는 것이다. 동화란 언제 어느 때 읽어도 좋은 책인 것 같다.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역사

까마귀 1 - 조국의 딸 ㅣ 한수산 장편소설 1
한수산 지음 / 해냄 / 2003년 6월

어느 날인가 지은이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하는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소설을 쓰기 위해 일본 현지를 10여 차례 답사했다는 말을 들으면서 많은 준비를 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동안 소설은 그다지 가까이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보리라 생각하면서 책을 손에 쥐었다. 너무나 오랫만에 보는 소설인지라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조금은 낯설기도 해서인지 처음엔 글을 읽는 속도가 다른 책을 볼 때와 다르게 아주 천천히 읽혔다. 허나 중반을 넘어가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우리 모두 역사책에서 조차 제대로 배우지 못한 부분들이 들추어져지는 데 참 기막힌 느낌을 형용할 수 없었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지 않는 모습들을 읽으면서 사람의 끝이 어디인 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 일본의 무모함으로 '가미가제'는 알았지만 '가이텐(함정으로 함정을 부딪치는 자살특공대)'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지도자 한 사람의 잘 못된 생각이 얼마나 많은 사라들믈 상하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지. 핵폭탄을 터트리기 위해 한 고민들을 쓰고 있지만 그 이후에 벌어진 사건, 사고를 생각한다면 그 고민은 너무나 모자랐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정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주 피부로 절절이 느끼게 하는 책이다.

우리 역사 한 편을 아주 잘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접하면서 감정적으로만 생각할 게 아니라 아주 서늘한 이성으로 분석해서 다시는 이런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 정신 깊은 곳까지 담아 놓아야 한다.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우리가 우리 것을 어떻게 지키고 가꿔 나가야 할 지를 생각하게 한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힘을 가져야 하나 그 힘을 어떻게 기를 지,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 생각하게 한다. 중학생 이상 누구라도 볼 수 있는 책이다.

손이 뭐지?

재주 많은 손 - 머리에서 발끝까지 ㅣ 머리에서 발끝까지 3
조은수 글, 이가경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3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이 책이다. 손이 어떻게 생겼고 무슨 일을 하고 손의 모양이 왜 다른 지, 손금은 왜 있으며 피부에 숨겨진 손뼈 모양은 어떤 지... 이런 궁금증에 대한 것들을 한 눈에 보기 좋게 이해하기 쉽게 잘 짜여진 책이다.

아이들과 같이 읽으면서 손이 말도 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을 때 굉장히 재미있어 했다. 말은 늘 입으로 혀와 이를 이용해서 하는 것이라 생각했을텐데 손가락으로 말도 하고 책도 읽고 한다는 것을 알려 줄 수 있어 좋았다. 늘 당연하게 생각하는 손의 쓰임새에 대해 자세히 알려 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특히 보이지 않는 뼈의 모습을 실어서 보여주는 것은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과학적 사고를 할 수 있게 하므로 더 좋다. 새날개 뼈의 구조가 손과 같다는 것을 나 역시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어린이 책이지만 어른도 같이 보면 좋다. 같이 보면서 서로 궁금해 하던 점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모르는 것은 같이 찾아 보면서 함께 하면 억지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니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좋다.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온 집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
서윤영 지음 / 궁리 / 2003년 9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은 어떤 집일까? 정말 궁금했다. 요즘 처럼 집을 가지고 투기를 하는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은 어떤 집인 지 알고 싶었는 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이야기는 집이 지닌 의미부터 풀어 가기 시작하여 집의 가치, 나이듦에 따라 옮겨 앉게 되는 방에 대하여, 어떤 집에 사는냐에 따른 경제적 지위, 가족단위의 변천에 따른 집의 형태 변화, 남성 위주의 집 구조에서 여성 위주의 구조로 바뀌는 듯 보이는 요즘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알기 쉽게 잘 쓰여져 있다.

요즘 우리에게 가장 편리한 주거 형태로 인정 받는 아파트에 관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 예를 들면 왜 아파트를 함부로 고치면 안되는 지에 관한 것으로 이미 알고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려주며 왜 아파트 베란다를 없애면 안되는 지도 잘 알려 주고 있다. 베란다의 역할이 뭔지 정확하게 설명되어 있다.

또한 다른 나라에선 별로 인정 받지 못하는 아파트가 왜 한국에서만 유독 그리도 인기가 있는 지에 대한 이야기. 즉, 조금씩 변하고는 있지만 우리의 가옥 구조를 아파트 안으로 끌고 들어 와 조금도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것.

이렇게 발전할 때까지의 건축가들의 고민(?)한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재밌는 건 아파트를 홍보하기 위해 자 보이는(?!) 수고도 마지 않았다는 것이다(예전엔 5층 이상 집에서 자면 무너질까 걱정했다는군요).

현재 아파트에서 가장 문제라고 하는 소음 문제를 사실은 없앨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하다. 정말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고 겉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것에 넘어가지 말고 정확하게 집어서 요구하고 챙기라는 것이다.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속에 감춰져 있지만 중요한 것들을 챙겨 보라는 지은이의 충고가 있다.

모델 하우스가 가지고 있는 숨은 이야기도 조용조용 들려 준다. 왜 모델 하우스와 내 집이 다르게 보이는 지 구체적으로 알려 준다(참고하면 내 집도 잘 꾸밀 수 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왜 미로 처럼 되어 있는 지, 절이나 성당, 학교 등이 지닌 속성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이야기 속에 가장 마음에 남는 말은 지은이의 마지막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은 아무 때고 마음껏 현관문을 열어 둘 수 있는 집'이라는 지은이의 말에 깊은 동감을 표한다. 아주 쉽고 재밌고 알아 두면 아주 요긴한 집 이야기로 재미도 있고 상식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책이다.

건축가만이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늘 생활하는 우리가 좀더 잘 알아서 대처할 때 우린 더 나은 집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