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천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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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용접을 업으로 살아 온 글쓴이의 살아 있는 경험으로 쓰여진 이야기로, 글을 그림 그리듯이 써서 눈 앞에 그 하나하나가 보이는 듯하다. 대기업 하청업체 직원들의 상황을 뉴스나 티비에서 볼 수 있었지만 이렇듯 눈 앞에 보여주지는 못했는데 덕분에 일하는 환경, 급여, 고용 문제 따위 실체를 좀더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4차 산업혁명, AI, IT세상이라 말하지만 어떤 기반 위에 놓여 있는 지, 지금 대한민국 부의 축적이 누군가의 희생을 깔고 있는 지 반드시! 기억하고 우리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하리라.

"단지 능력껏 대우 받는 사실 하나 만으로 하루하루가 신났다."는 글쓴이의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글쓴이의 바램 처럼 누군가를 떨어뜨리는 삶이 아닌, 손잡고 나아가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단지 능력껏 대우 받는 사실 하나 만으로 하루하루가 신났다."

"사교육과 대학 서열화는 결국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의 소산물인 돈이 만들어낸 결과물. 평등과 이해는 돈이 되지 않는다. 돈이 안되니 가르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자연히 자신의 욕망 외 다른 가치를 모른 채 어른이 된다. 현대 대한민국 사회는 이런 악순환의 굴레 속에 서 만들어졌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시대에서 일어난 분노의 본질, 평등을 향한 갈망 아닌가. 우리는 언제든지 경쟁의 절벽에서 떨어질 수 있는 삶을 산다. 누군가를 떨어뜨리는 삶이 아닌, 손잡고 나아가는 세상을 모두가 바랄 때 비로소 세상은 바뀐다."

"아버지는 딱 여섯 가지 원칙만 지키며 살라고 하셨다. 그 원칙이 뭐였는가 하니, 일과 놀이를 철저히 분리한다. 평소 근력 운동과 달리기를 병행한다. 노는 날과 금액 한도를 정확하게 정한다. 책임지지 못할 잠자리는 절대 가지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을 매일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 잘 하고 싶은 분야를 정해 계속 공부하고 발전시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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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슬퍼할 것 - 그만 잊으라는 말 대신 꼭 듣고 싶은 한마디
하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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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린 시절 울지 않도록 교육 받았다. 우는 게 해결해 주는 건 없다고 그러니 참아야 한다고.

아마 많은 한국인들은 어린 시절 충분히 울 기회를 갖지 못하면서 자랐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우린 참는 건 익숙한데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

글쓴이는 충분히 슬퍼하라고 그래야 다시 일어서 살아 갈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런 그도 그걸 깨닫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충분히 슬퍼하라고 이야기 한다.

이 책은 짧은 글과 그림으로 되어 있는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으나 내용 만큼은 넉넉하여 모자람이 없다. 

어머니를 먼저 떠나 보낸 후 지은이가 겪은 일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이지만 아마 부모님을 여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사람이 읽으면 남은 기간 동안 부모님과 어찌 살아야 할 지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될 것 같다. 


"통곡하지 않는다고 해서 슬프지 않은 건 아니다. 아직 슬픔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일주일에 한번씩 상담을 받고, 선생님이 조언해 준 것들을 차근차근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1. 내 탓이 아닌 이유를 찾아서, 2.죄책감을 덜 것, 3. 기분이 다운 될 때는 시간을 정해두기"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당사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게 제일 좋지만 간접적으로 그 대상을 불러와 사과를 받음으로써, 상처 받은 내 마음이 풀리고 분노가 사그라드는 걸 느꼈다."

"사람은 기뻐도 울고, 감동해도 울고, 행복해도 울고, 심지어 너무 웃겨서 울기도 한다. 눈물에는 그렇게 다양한 감정이 들어 있다. 눈물은 연약한 게 아니고 솔직함과 용기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다."

"상처의 크고 작음은 없으며 모든 상처는 다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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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노트 - 인생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김익한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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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중요성은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대한민국 기록학자 1호라는 전문가의 이야기는 어떤지 알고 싶어 선택한 책이다.  

내용 중 "기록이 없는 나라"라는 이야기는 동의하기 어렵다. 조선왕조실록을 가지고 있는 우리 나라인데... 일제 강점기를 지나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는 과정에서 제대로 기록되지 않아 온 상황이긴 하지만. 기록이 왜 중요한지, 기록을 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 지, 전문가로서 또한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적고 있다. 학생은 학생대로, 직장인은 직장인 대로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기록법 등이 있으니  읽어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기록학은 기록을 생산, 분류, 기술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학문이다.”

아카이브란 자료를 디지털화해 한데 모아 관리하고, 필요할 때마다 검색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쉽게 꺼내 볼 수 있게 하는 장소 혹은 그 기록물을 뜻한다.”

성장 욕구는 우리 삶의 원동력이자 자기를 돌보려는 아름다운 태도다.”

지속성은 환경과 루틴이 만들어져야만 가능하다. 내가 일부러 의식하지 않아도 몸이 스스로 움직일 때까지 반복해야만 하는 것이다.”

기록하고 되뇌고 말하라. 이것이어야말로 기억을 잘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내 안에 있는 부정적인 무의식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대부분 경험으로 주입된 것이다. 그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꿀 권리는 바로 나에게 있다.”

기록은 결국 내 안에 내재화된 모든 지식과 경험을 타인과 나누는 체험이기 때문이다.”

요약은 기억을 압축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일을 말한다.”

우리는 기억의 대체 수단으로 기록을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기록하는 일이 주는 직접적인 효용은 사실 기억이 아니라 집중이다. 기록하기 위해서는 내용에 집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쓰기만 하는 사람으로 살 것인가, 기억하는 사람으로 살 것인가. 답은 요약과 집중에 있다.”

기록 습관은 쓰는 것(메모)과 읽는 것(되뇌임)이 함께 이루어질 때 완성된다.”

기록은 과거를 담고 있지만 현재화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기록의 방법보다 중요한 건 그 기록들이 현재화된 상태로 살아 숨 쉬게 하는 일

무의식을 어떻게 기록할 수 있을까? 바로 지금의 상황‘, ’나의 감정‘, ’과거의 경험세 가지를 기록하면 된다.”

기록은 크게 서사 기록과 장면 기록으로 나눌 수 있다. 서사 기록은 말 그대로 이야기의 내용을 쓰는 것이고, 장면 기록은 시간대별로 진행되는 어떤 일이나 사건의 장면을 떠올리고 그 장면에 대한 키워드를 기록하는 것이다.”

기록은 과거의 반성이자 현재의 발견, 그리고 미래를 향한 다짐이다. 바꾸어 말하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어떻게 기록하느냐에 따라 삶은 달라지게 된다.”

기록을 하면 의사가 명확해지고, 소통이 원활해지며, 의견을 모아 행동하고, 그 결과를 서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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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은 해피엔딩
이지선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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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꽤 괜찮은 해피엔딩'이라는 제목은 끝맺음 같고 무척 결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사실 제목 뒤에 '(그곳)을 향해 가고 있다'가 생략된 셈이다."라고 이야기 한다,

책 속에서 '사고를 당한'이 아니라 '사고를 만난' 사람으로 말한다.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느낌이 살아가는 데 도움이 안될 것이라서 스스로를 위한 다른 표현을 찾아 쓰고 있다.

누구도 겪고 싶지 않은 사고를 만나서 어떻게 헤쳐 나왔는지 그래서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어떻게 살아가려고 하는 지 조근조근 풀어 놓는 글쓴이의 이야기는 내가 가진 고정관념과 다르게 바라보는 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나쁜 일이 나쁜 일로 끝나지 않게 하려면 세가지 노력이 필요하다고.

첫째, '의도적인 생각의 되새김질' 두번째, '감정의 표현', 세번째, '사회적 지지'라고 합니다.

우리가 하는 위로가 과연 제대로 된 위로인지 되돌아 보게 하네요.

"자립하기 위해 금전적 도움이 불가피할 때 손을 내미는 이유는 내가 불쌍한 처지라서가 아니다. 누구나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잃지 않을 권리가 있고 이 사회가 이를 보호할 의무가 권리가 있다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병원 생활을 통해 병원이 환자 중심으로 변해가는구나 실감했다.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로, 환자는 도움을 구해야 하는 약자가 아닌 의료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로서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고, 합리적 선택을 할 권리와 수치심을 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 받는다."

"아무 말 않고 거기 있어주기, 듣기만 하는 것이 무슨 상담이 될까 싶었지만 직접 경험해보니 놀라웠다. 사실 누군가가 고민이나  걱정을 털어놓을 때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듣기가 쉽지 않다. 뭐라도 돕고 싶은 마음에 머리를 굴려 이러저러한 해결책을 알려주고 싶은 욕망도 억누르기 정말 힘들다. 그러나 마음을 조심스레 열고 속내를 털어놓는 사람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귀, 그리고 '나는 네 편이야'하는 눈빛이다."

"'장애'라는 몸의 어떤 부분에 생긴 손상을, 그로 인해 어떤 것을 할 수 없게 된 상태를 그 사람의 전체 손상이나 무능력함으로 확대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장애인이기 이전에 사람임을 기억하고, 장애 말고도 이러저러한 다양한 특성을 가진 개인임을 인정해주었으면 했다."

"하음이는 흉터를 가리거나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상처를 통해 친구와 더 많이 얘기 나누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방식으로 사용할 줄 안다."

"빅터 플랭클 박사는 비극적 낙관주의를 설명하며 '불행에는 본질적으로 좋은 것은 없지만, 불행으로부터 좋은 것을 이끌어내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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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
이길보라 저자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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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름 "고통에 공감한다는 착각"에서 그려지는 내용과는 많이 달라서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진짜 공감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다.
우리가 아는 누군가 힘들어 하면  그 사람을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는 그때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 좀 들여다 봐야 할 것 같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돕는다는 자체에 자신이 빠져 있는 것은 아닐지... 

피해주지 않고 다른 이들을 돕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며, 좋은 일이지만 자칫 내 생각이 모자라 상대방을 힘들게 할 수 있기에. 

공감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잘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200쪽 분량이지만 여러 주제를 다루면서 깊이 생각하게 하는 힘 있는 내용이다.


농인부모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소리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듣는다. 소리는, 그렇게 온몸으로 듣는 것이다.“

들을 수 없음은 결여나 손상의 의미가 아닌 그저 또 하나의 다름이 된다.“

장애가 있는 몸의 경험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이고 입체적이다. 농인부모와 그의 자녀인 코다의 경험 역시 그렇다.“

많은 이들이 조선학교에서 편향적인 이념과 사상 교육을 받을 거라 생각하지만 이들의 교육과정은 생각과는 다르다. 우리 민족의 언어와 문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렇기에 민족의 독립과 통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운다는 게 다를 뿐

청각장애인의 자녀인 코다는 장애인 가족으로서의 경험을 함과 동시에 이중언어 사용자이자 다문화가족의 일원으로 성장한다. 이주민 2세대와 비슷하고도 같은 경험을 한다.“

언어학자 다나카 가쓰히코에 따르면 조국은 조상의 출신지(뿌리), ‘모국은 자신이 실제로 국민으로 소속되어 있는 국가, ‘고국은 자신이 태어난 곳(고향)을 의미한다.“

대다수 한국인들은 조국, 모국, 고국이 일치하겠지만 미등록이주아동들은 그렇지 않다. 조국, 모국, 고국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법의 존재가 된다. 조국, 모국, 고국 사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다.“

김옥영 작가는 다큐멘터리란 장르 자체가 주관과 객관이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독특한 장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다큐멘터리 감독은 두 개의 자아를 가져야 하는 데 대상과 진심을 나누고 신뢰를 쌓는 주관적 자아가 있는 한편,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의심하며 판단하는 객관적인 자아도 있어야 한다고

남성이 가족에 대해 절대적인 권력을 지니는 가부장제와 일부일처제가 당연하지 않다는 거다. 5000종의 포유류 중 일부일처제를 채택한 동물은 3~5%에 불과하다. 인류 또한 사유재산을 유지하기 위해 가부장제와 일부일처제를 택했을 뿐이다.“

돌봄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발견하고 지원하는 것은 결국 모두가 돌봄자가 되는 사회, 돌봄 사회로 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이 초래하는 비윤리와 부정의를 줄이기 위한 사회 운동을 기후정의라고 한다.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거나, 기후변화에 대처할 재정이나 기술이 없는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것으로 자신과 가족, 지인 등의 작은 단위를 넘어 초국가적 연대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다.“

남성 감독이 만든 영화에 대해서는 사적 다큐라고 호명하기 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하여 사회적이고 가시적인 담론을 다루는 영화라고 말했고,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페미니즘이나 장애, 성소수자 담론을 다루는 영화는 사적 다큐라고 분류하며 쉽고 간편한 소재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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