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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전하는 일상의 기적
신순규 지음 / 판미동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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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세계의 메시지를 이제 같은 땅에서 볼 수 있는 것도 감동이다.


시각장애인이 드문 일을 해내면, 사람들은 그 일을 해낸 데에만 초점을 둔다. 내가 출퇴근하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고 말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거의 3시간 정도를 매일 길에다 버리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눈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것을 많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 눈에는 무엇보다 먼저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부터 보이기 때문이다.

나를 회사까지 책임지고 데려가 줄 사람은 없다. 그러니 갈 길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항상 지금 나의 위치를 알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중략) 현재 내 위치만 알고 있으면 아무리 혼잡한 가운데서도 목적지에 가닿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삶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배경이다.

타인을 이해하려면 단지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서, 그 사람에 대해 적어도 다음 세 가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그가 접하고 있는 현실, 둘째,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 생각, 마지막으로 그의 삶을 변화시킬 사랑이 그것이다. 시각장애인에게도 그를 둘러싼 현실, 그가 붙잡고 추구하는 생각과 일, 그리고 삶을 변화시킬만한 사랑이 그의 삶에 있어 시각장애보다 더 중요할 수 있음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나는 꼭 필요한 정보만을 읽고 검토하는 능력을 쌓아야 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주제에 대해 쓴 글을 수동적으로 읽기 보다는 내게 필요한 것을 직접 찾아 읽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소위 Primary Source를 Secondary Source 보다 더 먼저 찾아보는 것이다.

증권의 장기가치가 눈에 보이지 않고, 또 몇가지 간단한 것들로 결정되듯이 삶에서 중요한 것들도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고, 몇가지 간단한 것들로 결정되고 유지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은 눈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권리를 잃은 사람이다. 하지만 현대인 대부분은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을 거부할 자유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사는 듯하다.

양엄마는 삶의 중요한 것들은 적당히 하는 것보다, 남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잘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또 아무리 많은 것을 안다 해도 남에게 그것을 전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는 것도 가르쳐 주었다. 나는 무엇을 하든지 꼭 필요한 능력은 표현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이유로, 나쁜 일, 가령 팔이 부러진다든지, 도둑을 맞는 일에 대해서까지도 하나님께 감사하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캐로더스 목사의 한마디, "한번 해 보는데 손해볼 것은 없다"는 말에 나도 한번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용서하지 못해서, 너무나 완벽한 공평함을 고집하느라, 혹은 남을 매섭게 판단하는 일이 많아 은혜의 메시지가 점점 흐려져 가는 것만 같다.

감사하는 삶과 영적 훈련을 하는 삶은 나를 위한 것이지만, 은혜를 경험한 사람이 그것을 다시 베푸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혼자만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일들을 돕는 삶을 산다는 뜻일 테니까.

간단히 말해 주름살은 글의 삶을 현재 완성형으로 말해준다. 그러니까 주름은 결국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의 명예로운 배지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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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울 기회 -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자서전
엘리자베스 워런 지음, 박산호 옮김 / 에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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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다, 이런 정치인.

원한다, 이런 포퓰리즘.


내 이력서를 보고 눈을 부라리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데, 경멸하는 표정을 애써 감추려고 하지도 않았다. "여기 이력서에 오타가 있군요. 당신이 하는 일이 이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습니까?" 난 곧바로 받아쳤다. "저를 타이핑이나 하는 사람으로 고용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는 내 대답에 화들짝 놀랐다. 그러더니 상체를 뒤로 젖히고 웃어댔다. "앞으로 일 잘하겠군요"

아빠와 나는둘 다 가난해질까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가난이란 문제에 대해 아빠는 절대로 돈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돈이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절대로, 절대로 이야기하지 않는 식으로 반응했다. 반면 나는 계약법, 재무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적 실패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모든 걸 배우는 식으로 반응했다.
아빠는 마음을 아프게 하는 문제들로부터 멀찍이 물러섰고 나는 그것들을 콕콕 찔러댔다.

내게 불편부당이란 개념에 대해 중요한 걸 한가지 가르쳐줬다. 이걸 추구할 때는 소심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중략) 최소공통분모를 찾아 "하늘은 파랗다"라는 성명서를 내지 않았다. 그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우리는 서로 밀고, 찌르고, 때로는 언쟁을 벌였다. 피나는 노력을 해가면서 분석한 결과 우리 보고서는 강력해졌고, 우리 언어는 대담해졌다.

금융 업계의 최고 경영진 중에는 여자가 거의 없는데 어떻게 그들이 저지른 사고의 설거지를 하게 된 사람은 모두 여자일까, 라는 물음이었다. (참고로 워렌 및 당시 연방예금보험공사 총재,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여성이었음)

워렌씨는 저를 잘 모르시겠지만, 금융위기 당시 제가 OO부서에서 일하고 있었는데요. 그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 이야기를 하다보면, 누군가가 항상 이렇게 묻곤 했던 것 같아요. `이 일을 엘리자베스 워런이 알게 되면 뭐라고 할까?` 그 질문이 나오면 사람들은 항상 하던 일을 멈추고 다시 생각하게 됐죠.

일주일쯤 뒤 소포를 하나 받았다. 그 안에 대통령이 쓴 쪽지가 하나 있었고, 펜도 한 자루 들어있었다. 그것은 대통령이 소비자 보호 기관 법안을 서명할 때 쓴 펜중 하나였다.

난 조금 놀랐다. 난 대통령이 지금은 승리를 만끽할 순간이고 그럴 권리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소비자 보호 기관을 법으로 제정한 업적은 그에게 아주 큰 승리였다. 그런데 그는 지금 자신이 이룰 수 없었던 부분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나는 정치적 승리뿐 아니라 그가 한 일의 영향을 받게 될 서민들을 잊지 않는 이 사람을 존경할 수 밖에 없었다.

싸우면 이길 수 있다는 것이 교훈이다. 그리고 우리가 정말 분노해서 어깨를 맞대고 싸운다면 상당히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교훈이다. 혹자는 지금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이 정계를 조종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항상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련다. 맞다. 우리가 뛰는 경기는 공평하지 않고 시스템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조작됐다. 하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고 용감하게 계속 싸워나갈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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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流男兒 2016-02-15 0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다. 가오의 오바마를 가진 천조국

종이달 2022-03-19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위풍당당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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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건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민담이 될거야.


성석제를 보며 자주 드는 생각이다.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의 글들은 민담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그만큼 그의 이야기는 맛있다. 호랑이가 민가에 들어와 할머니를 위협하면 공포의 사건사고지만, 곶감에 혼쭐이 나 도망가는 호랑이는 무섭다기보다 새삼 귀여워지는 것처럼, 성석제는 맛난 곶감처럼 쫄깃하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너무나도 부러운 재주가 있다. 


위풍당당. 자연이 담은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봉래산 한 자락 어딘가에 드라마와 관광을 목적으로 지은 썩지도 않는 실리카겔 같은 마을로 여러 사연을 안은 채 강처럼 흘러온 사람들로 이루어진 한 가족과 더 끈끈한 식구가 되기 위해 이 시골까지 와서 빡세게 합숙을 하는 한 패밀리와의 만남이 그려지고 있다.


그냥 서로를 모른 채 뜨고 지는 해를 벗삼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평화로이 살다 가면 좋으련만, 하필 이 궁벽한 시골에 어울리지 않는 아가씨의 본의 아닌 외출과 하필 먹고픈 음식의 재료는 직접 수확해야 한다기에 음식따위 포기하고 돌아오는 두목의 일견 기가막히도록 평범하고도 우연해보이는 조우로부터 이 소설은 꼬이기, 아니 풀리기 시작한다.


자연 그대로의 아가씨를 한번 즐겨보겠다던 폭력배들은 목표를 코 앞에 두고 의외의 일격을 받아 전립선 일대에 큰 부상을 입고, 그 와중에도 하필 주변에 자라는 대마를 잊지 않은 두목은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신 사업 테마에 대한 정제된 욕심과 부하에 대한 날것 그대로의 복수심으로 마을을 정벌하러 떠난다. 근데 워~매. 멀지도 않아 보이던 마을은 도대체 가다가 힘 다 빼게 생겼고 그나마 복수 한번 질펀하게 질러보려다 더 질펀하고 생생한 천연 똥에, 꽉 차게 매운 고추에, 봉독세례에 온갖 자연의 매서운 맛을 다 보고나니 차라리 화투판에서 똥폭탄을 맞고 개털 되는 게 차라리 인생의 낙이지, 옷깃과 허우대로 세우던 가오는 이미 '멘붕'이다. 그런데 멘붕의 약이 또 똥이라니 이건 멘붕도 보통 멘붕이 아니다. 


진짜 내 가족은 누구인가


그럼 이건 서로 만나서는 안될 깡패와 시골마을 사람들 이야기냐? 오호라 잘못된 만남이었냐?하는 반응이 있을지 모르겠다. 맞다, 어느 정도는. 하지만 가만 돌아보면 어설프게 연대하여 사는 사람들과 끈끈함으로 꽉꽉 다져진 듯한 한 패밀리 간의 복통나게 웃기는 갈등을 통해 과연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꼬박꼬박 묻는다. 웃기는 와중에도. 


어설퍼 보이는 연대를 하고 있는 여산, 이령, 소희 등을 위시한 마을사람들은 흘러들어온 사연이 너무나 구구절절하다. 화목해야 할 가정은 언제나 화목(火木)같았고, 그곳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들은 생각 한번 못해봤을 법의 바깥 영역을 선택하거나, 날선 편견과 욕설로 얼룩진, 그러면서도 합법의 탈을 쓴 권력과 자본에 쫓겨 아무것 하나 가진 것 없이 이 곳까지 흘러들어온다. 쉽게 말하면 전과자요, 성폭력 피해자요, 장애우요, 힘없는 늙은이들이다. 한번 벗어난 법의 영역안에 들어가기란 너무나 어려워 여전히 불법의 영역에서 삶을 이어간다. 그럼에도 말만 마을사람이지 대개 서로가 참 별로다. 완~젼. 


반면에 이 깡패집단은 한 식구, 즉 한 집에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 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어찌나 끈끈하고 서로를 위하는지 '화목'이 이 식구들의 표어다. 그러니 힘깨나 쓰고 학교 좀 오래 다녔답시고 동생들을 때리다가는 합리적인 보스에게 한소리 듣고, 도태되지 않으려는 보스의 전략적 사고로 합법적 사업 포트폴리오고 짜여진다. 게다가 보스는 깔끔하기까지 하다. 남자는 그저 주먹이니 쓸데없이 연장을 휘두르지도 않는다. 그리고 가오도 있어서 쉽게 돈 버는 약쟁이들은 미치도록 혐오한다. 거기에다 운도 좋다. 이러면 이미 게임은 불공평해 보인다. 


그러나, 이 힘깨나 쓰는 깡패들의 마을 난입과 예기치 않게 벌어진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두 그룹이 보이는 면면은 도대체 무엇이 가족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깡패들이 가진 의리란 사실 '일단 나부터 살고 보자' 이상의 것이 없다. 모두가 살기 위한 의리가 아니라 보스를 살리기 위한 의리일 뿐이다. 화목과 질서는 사실 모두의 치밀한 계산과 폭력의 용인 아래서만 유지된다. 그나마 연장을 사용하는 초보수준의 비겁함과 마약거래에 대해서는 단호히 혐오해오던 자기들끼리의 '사나이 다움', '가오'는 그저 마을을 무슨일이 있어도 접수하고 이기겠다는 생각아래 모두 다 허물어진다. 가오는 자본의 축적을 위해서라면 희생된지 오래라, 아니라는 핑계만 화려할 뿐 보스에게 대마는 끝까지 관심사항이고, 맨손으로 서있는 마을 사람과 결전을 벌이는 그의 손에는 횟칼이, 옷 안주머니에는 만일을 대비한 전기 충격기마저 들려있다. 그렇게 운좋게, 이기며, 살아온 그는 드디어 도태의 두려움을 제대로 직면한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거리감이 눈 앞에 다가온 이 순간. 그는 그 외에 모든 것을 다 버리는 최악의 방법을 택한다. 영원히 하나일 것을 외치던 끈끈하도록 화목하던 깡패집단은 커지는 위협앞에 와해되고 분열된다. 갈수록 깡패 집단은 없어지고 깡패 보스만 남는다. 그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죽을 뿐인 그런 화목함을 횟칼에 새겨둔. 남의 생으로 나의 생을 이어갈 뿐인 그 혼자만. 


찾던 모든 것, 강 같은 평화를 만나게 될 때에, 비로소. 


반면, 마을 사람들은 위기가 다가올수록 점점 변화하고 성장한다.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만 내보내면 된다는 두려움을, 도망가면 아무런 피해가 없으리라는 당연한 두려움을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신은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과 대답들을 통해 떨쳐낸다. 죽지도 썩지도 않는 이 인공의 마을에 생명과 평화를 심고 길러낸 애정이 너무나도 그리워서, 여기에서 살아가는 삶 자체가 너무 소중하기에, 내 옆의 사람이 소중하기에 이들은 위협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강해진다. 그동안 권력과 경쟁, 자본에 치이고 뺏기며 분노로 파편화되던 이들이 한데 모여 강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강해진다. 화목(火木)으로부터의 자유만으로도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던 이들이 이제는 무엇을 위한 자유가 필요한지 무엇을 향한 자유가 필요한지를 묻지 않아도 깨닫고 쓰지 않아도 이해한다. 바로, 운명을 벗어나 서로를 선택하는 새로운 공동체, 새로운 가정이 탄생한다. 바로 이때가 내게는 소설의 제목과 내용이 이해되는 순간이다. 위.풍.당.당. 


이토록 생명과 자유의 의미를, 소중함을 명백히 깨달은 이들에게 깡패집단은 더 이상의 적수가 될 수가 없다. 그 뿐이랴, 자연의 생명력을 끊어버리려는 기계군단의 등장과 접근도 그다지 두렵지 않다. 이제 "우리 가족이 가는 데는 어디나 우리 무대가" 될 테니까. 준비할 것도 별로 없다. 일단 고픈 배 부터 추리면 될 일이니까. 그래, "강같은 평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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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2-04-17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님의 이렇게 긴 글은 첨이라서 말이죠~.
좋네요, 역시 봄이고 밤이 좋긴 좋네요.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은 제가 대신 틀어드리죠~^^
왠지 장학퀴즈 나가야 할 것 같다는~--;


風流男兒 2012-04-18 01:05   좋아요 0 | URL
와우. 사실 결혼식 입장때 이노래를 쓸까 했는데 결국 평범하게 입장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음, 생각해보니 양철님은 장학퀴즈 나가셔도 엄청 잘하셨을 것 같은데요 ㅎㅎ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 싱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싱커 (양장) -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배미주 지음 / 창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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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첫머리부터 이게 뭐냐 싶지만, 지금은 새벽.

밖에서는 오늘 한국의 16강 진출을 오지게 축하한 나머지 속을 게워내며 8강을 축하하고픈 어느 취객의 복근발성형꾸우우에에엑이 들리고 있다. 문제는 그 꾸에에에에엑의 분사 장소. 빗물이 흘러가는 하수구에라도 했다면, 그의 꾸에에에에엑과 지면은 적어도 훌륭한 싱크를 이뤄낼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라면?? 싱크가 제대로 되지 않음을 탓하는 경비아저씨의 레벨 53짜리 분노의 빗자루질 소리를 듣게 될테지.

사실, 항상 버스를 탈 때 교통카드를 찍는 나로서는 카드리더기와 카드를 찍는 승차자와 버스운전기사 사이에서 제대로 싱크되지 못하는 현실이 얼마나 안타까운지 모른다.  

실제 사례를 예시를 들어 설명해보자.   

 

앞선 승차자 : 두명이요, (그러면서 먼저 교통카드를 리더기에 삑) 

기사님 : 띡띡(두명분 누지르는 행동) 

뒤이어 탄 나 : 띡(카드 대는 소리), (찍히는 돈 1800) 

  

자 이런 싱크의 문제가 발생하면 이제부터 얼굴을 붉히는 건 승차자와 기사님, 혹은 승차자와 내가 아니라, 나와 기사님이다. 제대로 싱크되지 못하면 얼마나 어두운 현실이 펼쳐지는 지를 잘 보여준다.

나 : 아저씨. 저 1800 찍혔.. 

기사님 : 네??(사실 모르시는 건지, 모르는 척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 : (혼자 슬 열 받으며) 아니 아저씨 1800원 찍혔다구요. (내가 뭐 동수랑 버스타나..)  

기사님 : 침묵의 함대(아무말 없으시다는 뜻) 

나 : 아저씨, 이게 뭐에요 증말.

기사님 : (아 운전하는 내가 그걸 어찌 알아 하는 표정으로) 그럼 내 돈 가져가 1000원. 

나 : 아우 아저씨 됐어요, 아저씨 돈으로 이 돈을 무는 게 어딨어요. 괜찮아요 그러지 마세요. 

대차대조표라도 그려봐야 하나. 이 되도않는 현금흐름을.. 파악하게.. 어쨌거나 이 불쌍한 직장인인 나의 900원이 5세 아동을 위해 쓰이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저 경악에 경악이다.

 

문제는 뭘까.   

 

애시당초 두명이요 하고 바로 카드 찍으면 카드리더기가 예 고객님하며 바로 두명요금모드로 변신하는 것도 아니요, 아저씨가 눈빛만으로 카드리더기를 작동시키는 싱커도 아니고, 결국 찍히는 금액은 보지도 않고 카드를 찍고 이미 자리에 앉아버린, 그래 너 바로 그대 승차자가 문제의 핵심이다. 만일 자리에 널찍이 앉은채 땀 뻘뻘 흘리는 날 보고 저자식은 멍청한놈 보지도 않고 찍어서 아저씨랑 웬 옥신각신이람 하며 있다면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그냥 확. 이렇게 될지도 모르니..  

 

이렇게 그저 죄는 뒤에 탄 죄밖에 없고, 지갑에는 천원따위도 없고(만원은 있다는 건 더더욱 아님, 영수증은 무지 많음), 교통카드 환승안하면 무지 손해볼거 같은 마음으로 카드를 찍은 내가 잘못이다. 뭐 아저씨랑 말 몇마디 섞고 난 후면 버스에서 내리기 전까지는 진정한 디스토피아가 구현된다.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지만, 그래도 기분은 꽁기해지고, 마음은 심연보다도 어두운 그늘이 진다. 주위 사람들의 눈이 뭔가 부담시럽고, 그 부담을 받아내기엔 난 이미 땀에 쩔어 머리는 떡지고 얼굴에는 기름이 흐르고있는 지성인(脂性人) 상태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집에 데려다 주는 고마운 버스래도 타고 있는 동안은 참 그르타. 눈앞이 깜깜..하다.

 

자 헛소리는 집어치우고(이미 다 했다), 좋은 판타지 소설이 나왔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판타지는 지금의 참 뭣도안되는 현실이라는 디스토피아를 제대로 그려내야 제맛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로 찍혀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판타지의 주된 장면은 언제나 어둑하고 흐릿하다못해 치릿한 그런 암전상태처럼 비춰지는 듯 싶다. 그리고 나그네가 오밤중에 빛을 찾아 헤매이는 전통적인 방식 대신, 더 어두운 곳을 찾아가는 걸음이 주된 흐름이 되지 싶다. 그렇지만 그 디스토피아의 근원을 제대로 찾아 들어갈 때, 그리고 가장 위험하고 위협적인 장소에 들어갈 때, 비로소 유토피아의 희망을 - 무협지에서 하도 지겹게 써먹은 장면이지만, 굴러 굴러 떨어진 기암절벽화초백만년짜리 동굴 속 도대체 누가, 왜, 어떻게, 뭣땀시, 숨겨둔 일주일이면 당신도 60갑자. 의 기서처럼, 가장 깊은 물에 들어갈 때 보이는 희미한 빛처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떠나 지쳐 쓰러질 때쯤 만나게 되는 운명의 연인처럼..(응??) - 그나마 조금은 희망하게 되는 것이다. 희망을 희망하게되는 것, 그게 어쩌면 판타지가 주는 매력인지도 모르지.  

 

게다가 생각해보니, 어쩌면 우리의 미래소설에 대한 희망은 은근 희망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뭐 꼭 PC방과 온갖 온라인게임과 및 기타 오락기들 때문에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판타지에 상당히 친밀해진 그들에게서 나올 판타지는 지금의 우리가 겨우 써내는 판타지보다는 몇갑절, 몇갑자 더 성장한 채로 나오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는 소리다. 특히나 판타지가 그렇게 소설스럽지 않게 여겨지는 듯한 현실에서, 더더욱 판타지가 계속 나왔으면 하는 판타지를 가진 나로서는 더욱 더 이렇게 되길 바라고 있다.

 

사실, 죽기전에 절대 팔리지 않을 4.87류급 판타지 소설을 쓰고픈 나로서는 판타지가 가지고 있는 그런 은근한 위장, 꼭 비유나 은유라고 말하지 않아도 직설적이지 않아도 될 기발한 발상과 표현들이 참 맘에 든다. 게다가 그런 비유와 은유는 내 멋대로 해석해도 되지 않는가. 얼마나 좋나. 별생각 없이 썼을리 없을 곰'쥐'라는 표현말이다. 게다가 그 곰'쥐'들이 상당히 위협적이라는 데에는 무언가 깊디 깊은 생각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니, 아우 오늘은 일단 잘 자겠다, 싶다. 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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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0-06-24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 쓰러진다.ㅋㅋㅋㅋㅋ

기암절벽화초백만년짜리 동굴이라면 혹여, 신묘한 기운 우우우우뚜루뚜루뚜루 퍼져 나오고, 어디선가 작위적인 빛 한줄기가 소리에 실려 찡찡찌링찌링 하고 내리 꽂히는 그 동굴,(응?)
인디아나존스박사에게만 허락된다는 그 동굴? 뭐래~ 더위도 먹었는데, 리뷰 읽다가 쓰러딘다고....^^

風流男兒 2010-06-25 15:02   좋아요 0 | URL
아아아 그 동굴. 저 그 동굴 기억나요. 거기 페트라였잖아요 ㅠㅠ 요르단에 있는 아우 거기 정말 가고 싶었는데, ㅋㅋㅋ
 
<천국에서의 골프>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천국에서의 골프 - 세상을 바꾼 위대한 천재 18명의 인생 수업
밥 미첼 지음, 김성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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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멋쟁이다.
목숨을 이어주기 위해 골프를 이기라는 내기도 거는 것도 그거려니와,
홀마다 선수 한명씩 배치한 배려도 좋다. (사실 뭐 이 정도면 주인공은 그냥 연옥에 있다가 왔다고 하는 게 오히려 편하겠다. )

게다가 본문 중 백미는, 마릴린 먼로와의 골프 시합이라니!!
골프는 돈 있는 사람들만 하는 거지라고 여겼던 나에게 뭐랄까,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 중 하나는, 골프를 배워놔야 하는 거로구나. 천국에서 마릴린 먼로와 시합을 하게 될테니, 게다가 직접 라운딩은 안했지만 조르주 상드, 코코 샤넬, 클레오파트라, 마리 앙투아네트 등도 천국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니. 한손에는 코란, 한손에는 칼이라는 이상하게 전승된 그 문구는 결국 '한손에는 성경, 한손에는 드라이버'라는 은유를 위해 준비된 말이었음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라는 거다. 으흠.

그러니 역시, 천국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야 하는 곳이었던게로고.  
게다가 이 아름다운 장면을 보면, 골프를 배워서 천국에 가자 라는 구호는 이제 선택이 아닌 진리에 가까움을 잘 보여준다. 어디 한번 보자

   
 

"엘리엇, 어디를 쳐야 할지 모르겠어요. 좀 봐줄래요??" 

그녀가 얌전한 목소리로 물었다. 

가면 안돼! 절대로 가면 안돼!! 

"저런, 그러죠." 

엘리엇은 선선히 대답하고는 먼로 뒤에 서서 퍼팅 라인 읽는 걸 도와주었다.  

에트 네 노스 인두카스 인 텐타티오넴 세드 리베라 노스 아 말로
-그러므로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또한 우리를 악에서 구하소서...- 

(중략) 

"홀 컵 왼쪽 10센티미터 지점을 겨냥하고 치세요. 자신 있게 때리라고요. 그러면 잘 될 거에요. 머리 들지 말고요!" 

"고마워요 엘리엇, 정말 친절하시군요." 

물론이죠, 언제나 친절한 엘리엇이고말고요. 하지만 불멸의 야구선수 레오 더 립이 뭐라고 했던가... "착한 녀석들은 항상 꼴찌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아, 지금 꼴찌가 중요한가. 그녀 앞에서는 당연히 착한 녀석이 되어야지! 먼로 앞에서 착한 녀석이 될 수 있는 기회가 과연 있기는 할텐가!! 

여튼, 그렇다. 천국에 가기 위한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만큼 이 세상에서의 삶은 중요한 것이다.(골프를 배워뒀다면 금상첨화! 당신은 위너!) 

 

그러니, 골프를 배워 천국에 가야겠다.
내일 부터 여의도에 가면 나눠주는 골프+헬스+스쿼시 할인전단지를 유심히 봐야겠다. 16강 들어가면 16개월 무료로 해주겠다는 내용도 있던데, 상당히 유심히 볼 일이다, 싶다. 

p.s 책에 나온, 앞으로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할 귀한 내용들을 공유하며 오늘의 서평은 마쳐보쟈. 

   
 

먼로, 

"책 표지만 보고 내용을 짐작하면 안 되는 거지."

 
   

 오늘의 적용 - 그렇다. 얼굴과 성격은 반비례한다거나 하는 생각따위, 절대 가지면 안되는 것임을 먼로는 이렇게 멋들어지게 표현해주고 있다. 

 

   
 

피카소는 이렇게 말했단다. 검증된 지식을 뛰어넘는 창조력에 대한 그의 멋진 인용구라지만 이 경우는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명언무오주의랄까.. 

 "여자를 사랑할 때, 먼저 다리 길이를 따지지 않는다." 

 
   

 오늘의 적용 - 말이 필요없다. 이거슨 진리임. 

 아, 좀 와닿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 뭐 그렇다면 나름의 진리 두개 더.

   
 

자신감에 대해 이야기한 에머슨의 에세이였다. 

"자신의 생각을 믿는 것, 자신에게 진실된 것은 모든 사람에게 진실되다고 믿는 것, 그것은 천재적인 생각이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다. 

"단순히 누군가에게서 배운 진리는 의족, 의치, 가짜 코, 아니면 기껏해야 이식된 피부와 같아서 우리 몸에 그냥 붙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스스로 사색하여 얻은 진리는 자신의 손발과도 같아 진정으로 우리 몸의 일부가 된다. 이것이 사색가와 단순한 학자의 다른 점이다." 

(성형을 경계하시는 쇼펜하우어 형님의 말씀)

 
   

 

이제부터 진짜 p.s 

뭐 서평이니까. 쓰는 거지만 이 책은 얼른 얼른 보고 박민규의 삼미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일독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별점에 속지 말지어다. 

마늘까고 완두콩까고 겨울이불 발로 밟아빨고 청소하고 책장 조립하느라 더 이상 힘이없으니 잠깐 쉬었다가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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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0-06-21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아아. 이건 뭐, 저와 거의 다를 바 없는 하루. 하루종일 청소했더니 삭신이 쑤심. 마늘한접을 까다니 대단한데요. ㅎㅎㅎ 지금은 아이스커피 한잔 내려마시고 녹차드립하는 중 ㅋㅋㅋㅋㅋㅋ (녹차를 드립해서 냉장고에 넣어두겠다는 생각 ㅎㅎㅎ)

風流男兒 2010-06-21 10:0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러니 주말은 3일이 되어야? ㅋㅋㅋㅋ 어서 주4일제를 도입하라!! ㅎㅎㅎ 녹차 드립후 냉장고에 두는 거 좋아요 ㅎㅎ 그나저나 어서 냉장고의 성능이 올라가야 하는데, 아이스크림을 얼리지 않는 냉동고, 짱인듯 싶네요 ㅎㅎㅎㅎ

웽스북스 2010-06-21 22:08   좋아요 0 | URL
냉장고 괜찮아졌어요 아무래도 그날 맥주 때문에 냉장고가 잘 안닫혀서 그랬던듯? ㅎㅎㅎ

風流男兒 2010-06-22 09:19   좋아요 0 | URL
근데 사실 생각해보니 냉장고에 물품이 너무 꽉차있어도 애가 정신 못차리는 거 같아요 ㅋㅋ 금요일만 되면 냉동실이 터져나가니 버티겠어요 ㅋㅋㅋㅋ 여튼 괜찮아졌다니 이번주는 쟁여놓은 맥주로 ㅋㅋ

굿바이 2010-06-2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국에 꼭 가야겠다!!!! 근데, 막 재미없는 철학자들만 드글드글 한 건 아닐까나, 그럼 꽝인데^^ 그나저나, 치사하다 진환씨! 먼로 앞에서만 착한 녀석이 되려하다니...이러니까 나같은 사람들이 성격이 더 나빠지는거라. 주위에 착한 녀석들이 없는거라. 뭐 이런 악조건에서 살아남으려면 할 수 없는거라. ㅎㅎㅎㅎㅎㅎ

風流男兒 2010-06-21 17:34   좋아요 0 | URL
재미없는 철학자하고는 안놀거에요. 거기까지 가서.. 힘들어요 ;; 어우 누나 앞으로 더욱 더 노력할께요 ㅎㅎ 누나 앞에선 언제나 착하게 군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요 더 착해지겠사와요 ^^;; ㅋㅋ

웽스북스 2010-06-21 22:11   좋아요 0 | URL
언니 제가 있잖아요. ㅎㅎㅎㅎ 언니 김오라버님은 이제 책사면 한권당 저한테 만원씩 주기로했어요. 언니랑 같이 맛있는데 먹는데 쓸게요. 저 착하죠?

風流男兒 2010-06-22 09:20   좋아요 0 | URL
아우 안살라구요 아마 일요일에 구매한 순교자의 도착이 마지막이 될듯 ㅋㅋㅋㅋ

웽스북스 2010-06-22 11:16   좋아요 0 | URL
순교자가 순교를 ㅋㅋㅋㅋㅋㅋ

風流男兒 2010-06-22 13:15   좋아요 0 | URL
아놔 순교자의 구매자가 순교할지도 모른다능.. 응?? ㅋ

굿바이 2010-06-22 23:45   좋아요 0 | URL
웬디를 오른편에ㅋㅋㅋㅋ

웽스북스 2010-06-23 23:39   좋아요 0 | URL
전 그래도 나름 진보를 지향하는데 ㅋㅋ 오른쪽//ㅜㅜㅜ

風流男兒 2010-06-24 01:45   좋아요 0 | URL
후훗, 요즘은 왼편이 앉기 어려움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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