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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전하는 일상의 기적
신순규 지음 / 판미동 / 2015년 10월
평점 :
다른 세계의 메시지를 이제 같은 땅에서 볼 수 있는 것도 감동이다.
시각장애인이 드문 일을 해내면, 사람들은 그 일을 해낸 데에만 초점을 둔다. 내가 출퇴근하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고 말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거의 3시간 정도를 매일 길에다 버리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눈이 보이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것을 많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 눈에는 무엇보다 먼저 내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부터 보이기 때문이다.
나를 회사까지 책임지고 데려가 줄 사람은 없다. 그러니 갈 길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항상 지금 나의 위치를 알아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중략) 현재 내 위치만 알고 있으면 아무리 혼잡한 가운데서도 목적지에 가닿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삶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배경이다.
타인을 이해하려면 단지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서, 그 사람에 대해 적어도 다음 세 가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그가 접하고 있는 현실, 둘째,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 생각, 마지막으로 그의 삶을 변화시킬 사랑이 그것이다. 시각장애인에게도 그를 둘러싼 현실, 그가 붙잡고 추구하는 생각과 일, 그리고 삶을 변화시킬만한 사랑이 그의 삶에 있어 시각장애보다 더 중요할 수 있음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나는 꼭 필요한 정보만을 읽고 검토하는 능력을 쌓아야 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주제에 대해 쓴 글을 수동적으로 읽기 보다는 내게 필요한 것을 직접 찾아 읽는 버릇을 갖게 되었다. 소위 Primary Source를 Secondary Source 보다 더 먼저 찾아보는 것이다.
증권의 장기가치가 눈에 보이지 않고, 또 몇가지 간단한 것들로 결정되듯이 삶에서 중요한 것들도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고, 몇가지 간단한 것들로 결정되고 유지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은 눈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권리를 잃은 사람이다. 하지만 현대인 대부분은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을 거부할 자유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사는 듯하다.
양엄마는 삶의 중요한 것들은 적당히 하는 것보다, 남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잘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또 아무리 많은 것을 안다 해도 남에게 그것을 전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는 것도 가르쳐 주었다. 나는 무엇을 하든지 꼭 필요한 능력은 표현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이유로, 나쁜 일, 가령 팔이 부러진다든지, 도둑을 맞는 일에 대해서까지도 하나님께 감사하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캐로더스 목사의 한마디, "한번 해 보는데 손해볼 것은 없다"는 말에 나도 한번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세상에는 용서하지 못해서, 너무나 완벽한 공평함을 고집하느라, 혹은 남을 매섭게 판단하는 일이 많아 은혜의 메시지가 점점 흐려져 가는 것만 같다.
감사하는 삶과 영적 훈련을 하는 삶은 나를 위한 것이지만, 은혜를 경험한 사람이 그것을 다시 베푸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혼자만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일들을 돕는 삶을 산다는 뜻일 테니까.
간단히 말해 주름살은 글의 삶을 현재 완성형으로 말해준다. 그러니까 주름은 결국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의 명예로운 배지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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