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첫 문장 -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 세계문학의 명장면
윤성근 지음 / MY(흐름출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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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요동치는 날 이 책을 만났다.

 

 

"내가 사랑한 첫 문장 (윤성근 지음, MY:흐름출판 펴냄)"이라는 제목이 주는

느림과 여유 때문인지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이동하는 중에도 한 페이지씩 읽게

되었다.

아마도 표지에서 주는 나른함이 나를 더 목마르게 했는지 모른다.

'나도 저렇게 편한 몸과 마음으로 책을 읽고 싶다.'

뭐 이런.

 

 

'처음'이란 의미는 언제나 낯설고 설레인다.

책을 좋아하기 시작한 어느 때부터 제목과 표지 그리고 이야기로 들어가는 첫 문장에 알게

모르게 주목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지은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상한나라의 헌책방'을 운영한다는 지은이의 소개를 읽고 나는 또 그가 부러워졌다.

종일 책을 읽고, 책과 함께 하는 삶. 내가 어릴적부터 동경했던 삶을 사는 그의 모습은

어떨까 상상하며 그가 소개하는 세계문학의 명장면 그것도 첫 문장을 만나 보았다.

마침 수업에서 아이들과 이상의 <날개>를 함께 읽은 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라는 책의 첫 문장을 두고 우리는 이야기 꽃을 피웠었다.

그리고 지은이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얼마 전 내가 읽었던 <인간실격> 속 요조와 <날개>

속 나가 묘하게 닮아 있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보다는 그저 그런 하루를 보냄으로 생을

연명하는 듯한 그 암울한 느낌이 시대적인 이유인지 환경적인 이유인지 따져보고 싶어졌다.

결국 <날개>의 첫 문장이 주는 묵직함은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상당한 재산을 가진 독신 남성에게 틀림없이 아내가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은 널리 인정된

진리다."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지은이의 표현대로 이 첫 문장은 그저 담담하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을 대변하는 듯한.

인간 관계는 언제나 비슷하고, 홀로 지내기에는 무언가 허전함이 남는다.

아내나 남편이 혹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있어야 안정이 되고, 삶을 이끌어나갈 힘이

생기듯 제인 오스틴 역시 사람과 함께 하는 삶, 사랑이 존재하는 삶에 대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삶에는 마치 나병처럼 고독 속에서 서서히 영혼을 잠식하는 상처가 있다."

샤데크 헤다야트 <눈먼 부엉이>

지은이의 설명을 빌자면 샤데크 헤다야트의 작품 세계는 염세주의라고 한다.

삶에 어떤 희망도 기대도 없는 듯한 느낌을 주는 눈먼 부엉이의 첫 문장이 주는 암울함...

마음이 요동치고, 우울함이 극에 달한 요즘 나에게 이 문장은 암울함과 동시에 안도감을

주었다.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라는.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도 젊었을 때는 젊은 나이에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 안에 너무나 많은 젊음, 너무나 많은 시작이 있었으므로 끝이란 것은 좀처럼 가늠이 안

되는 것이었고 또 아름답게만 생각되었다. 서서히 몰락해가는 것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모니카 마론 <슬픈 짐승>

이 부분을 읽을 무렵 그와 나는 암병동에 있었다.

하루에도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하는 곳이기에 모두가 숙연하고, 모두가 하루를 감사하게

여기는 그런 곳에서 나는 입버릇처럼 늙어 힘이 없어지기 전에 죽고 싶다 말을 했었다.

병마와 싸우기에도 지친 육신을 눕힌 침대 위에서 호흡기에 연명해 고통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이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렸다.

아마도 슬픈 짐승에서 말하는 시작과 끝, 만남과 이별에 있어서도 때때로 고통이 아픔이

묻어나 더 격렬하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아름답게 끝을 내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책 뒷장에 "시작은 이렇다"라는 말이 와닿는다.

책이든 인생이든 언제나 시작이 있고 과정와 맞물려 결과를 만들어 낸다.

첫 문장에서 주는 느낌을 오롯이 느껴 독서를 하며 내 삶을 들여다 보는 동안 나는

그 어떤 처음보다 많은 생각과 반성을 했다.

 

내가 사랑한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콜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모든 것은 빛과 그림자, 동전의 양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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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샐러드 레시피 - 매일매일 테이크아웃 샐러드
린 히로코 지음, 김보화 옮김 / 푸른숲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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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달아나는 여름이다.

과일이나 텃밭에서 나오는 푸성귀로 식사를 대신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하고

성의가 없어 보인다.

그럴 듯한 샐러드라도 한 접시 만들고 싶어 시도했는데, 셰프의 마음으로

시작된 것과는 달리 끝은 언제나 뒤범벅이다.

난감하다.

.

.

이 즈음 내 눈에 딱 들어 온 책 한권이 있었다.

 

 

"병 샐러드 레시피 (린 히로코 지음, 푸른숲 펴냄)" 이 그 책인데 샐러드 따위에

레시피가 있냐며 비웃겠지만, 간편하고 센스있는 그녀의 병 샐러드 레시피는

그런 비웃음 따윈 가볍게 밟아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고, 아름다웠다.

난 아름다움에 목숨을 거는 스타일이니까 후훗.

 

 

무려 72가지 샐러드 레시피를 담은 이 책은 맛은 물론 멋과 건강까지 두루 한 병에

담아낼 수 있는 마법의 레시피북이다.

 

 

샐러드는 만들면 바로 먹어야 한다. 라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보관도 이동도 간편한

병 샐러드를 보며 나는 또 실습에 들어가야겠다 생각을 한다.

 

 

알록달록 예쁜 건 물론이고, 규칙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혹은 냉장고 속 재료로

뚝딱 만들어 낼 수 있게 그녀는 4가지 드레싱을 제안한다.

 

 

마요네즈 드레싱, 프렌치 비네그레트, 간장 드레싱, 한식 드레싱이 그것인데, 프렌치

비네그레트를 제외한 나머지 3종류는 우리에게 익숙한 드레싱이다.

뉴요커들처럼 만들고, 휴대하고, 먹고 움직여라...

ㅋㅋ 이러면서 나도 그녀의 병 샐러드 따라하기!

 

<크리미한 마요네즈 드레싱을 이용한 내 마음대로 병 샐러드>

 

 

우선 나의 가난한 냉장고를 살펴보니 전날 찌개를 끓이고 남은 소세지 1개,

오이 1개, 대추 방울토마토 1팩, 노란 파프리카 1개, 양파, 달걀 등이 있었다.

소세지는 삶아 기름과 염분을 빼 찬물로 헹구어 준비하고, 오이 1/2개를 송송

썰어주었다. 대추 방울토마토 10개를 씻어 1/2등분하고, 양파 1/2개를 썰어 찬물에

담궈 매운기를 제거했다. 달걀 3개를 완숙으로 삶고, 파프리카는 토마토 길이에

맞춰 썰어 주었다.

 

 

작가는 크리미한 마요네즈 드레싱에 파마산 치즈를 사용했지만, 우리 집 냉장고에는

그 흔한 체다도 떨어진 상태라 치즈를 제외한 마요네즈, 식초, 소금으로 드레싱을

만들었다. 잘게 썬 양파에 물기를 제거하고 마요네즈 1과 1/2큰술, 식초 1큰술, 소금

1티스푼을 넣어 섞어준 후 후추를 약간 넣어 한 번 더 섞어 주었다.

작가의 레시피에 후추는 없었지만, 개인의 취향을 고려해 가감이 가능할 것 같아 나는

후추를 약간 넣어 마요네즈나 달걀의 냄새를 잡고 싶었다.

 

 

이제 병 샐러드는 거의 완성된 셈이다. 우선 양파를 넣은 마요네즈 드레싱을

병 아래에 깔고 그 위에 드레싱과 잘 섞이지 못하는 방울토마토를 차곡차곡,

그 다음 소세지, 파프리카, 오이, 달걀 순으로 담아 주었다.

작가의 설명에도 이런 순서가 언급되었는데, 보관하고 먹는 샐러드는 재료의

성질을 파악해 순서를 정하지 않으면 먹을 때 물 속에 빠진 듯 축축한 샐러드를

먹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마음대로 병 샐러드 완성~!

보통 아침에 만들어 점심에 먹거나 저녁에 만들어 냉장 보관했다 아침에 먹는

경우가 많으니 이렇게 밀폐된 병에 넣어두면 언제나 갓 만들어낸 느낌으로

샐러드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아점이 첫 식사인 나의 식습관을 고려해 저녁에 만들어 다음 날

아점으로 먹기로 했다.

 

 

집에 변변한 병이 없어 ㅋㅋ 커피를 마시는 jar에 샐러드를 담아 두었다.

뚜껑을 닫은 상태로 아래 위로 흔들어 준 후 접시에 그대로 쏟으면 샐러드 완성.

제일 아래 드레싱이 흘러 나오며 골고루 섞이게 된다.

 

 

치즈 빵 1/2개와 300ml 병 샐러드 중 1/2을 접시에 덜었더니 딱 한끼 식사다.

병 샐러드 레시피 보며 냠냠, 내일은 무슨 샐러드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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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세상에 순종할 수 없다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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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사는 동안 고민을 하고 걱정을 하고 나아갈 방향을 수정할 것이다.

나 역시 매일 같은 고민과 걱정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문득 '이렇게 살아 뭐하나?'라는 의문으로 불면의 밤을 보내던 7월 내게

위로와 안도를 선물한 책이 있었다.

 

 

"나는 결코 세상에 순종할 수 없다 (이외수 산문집, 해냄 펴냄)"

제목부터가 만만치 않은 책을 보며 무심한듯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소리가

나를 향한 쓴소리 같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쩌면 나의 앓는 소리와 걱정들이 엄살이 아닌가 싶었다.

누구나 다 그렇게 아프고 상처받고 다시 일어서는 거니까.

 

"언제나 작은 것 속에는 큰 것이 들어 있고

하찮은 것 속에는 고귀한 것이 들어 있어되

단지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남이라,

우리가 세상에서 탐닉하였던 모든 것이

헛되고도

헛되도다.

이 헛된 생애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p.47

 

책을 읽기 시작하며 나는 나의 고민이 어디에서 오는가 고민스러웠다.

작은 것도 큰 것도 결국 내 마음 속에서 온 것일테고, 내가 갈망하는 그것들이

언젠간 헛되다 느껴질 때가 분명 있을텐데 그 헛됨을 위해 매일 걷고, 달리는

것은 아닌지... 결국 삶에서 중요한 건... 사람이고 사랑일지 모른다.

 

"열흘 붉은 꽃이 없고 달고 차면 기운다 하였으나,

마음만은 한평생 청춘으로 살겠다." - p.53

 

이 글귀에서 나는 그만 웃음이 나왔다.

마음만은 한평생 청춘... 나 역시 이런 마음으로 산다 생각했는데 종종 나는

보편적이고 보수적인 노인네 같을 때가 있다.

 

 

어쩐지 나는 loser라는 생각이 들었다.

빅뱅이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혹 나를 조롱하는 건 아닌지 착각이 들 만큼.

서른 이후 일어난 일들을 기억에서 모두 도려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그런데 "나는 아직 삶에 패배하지 않았으므로 결코 세상에 순종할 수는 없다." - p.125

라는 글귀에서 어쩌면 나는 아직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패배하지 않았으므로 지금 괜찮다.

 

 

짧은 기록같은 이야기는 내게 실망하지 말라 말한다.

세상을 사는 동안 어둠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아직 내가 기다려야할 더 많은 일들이 남아

있다고.

상처받은 마음에 딱지가 생기고, 새살이 돋는 시간을 버티고, 견뎌내라고.

어쩌면 이 기다림이 나를 더 강하고 유연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책표지 뒷쪽 글귀를 읽다 나는 낭만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한다.

메마른 감정에 단비를 내려 사랑도 사람도 꽃을 피울 수 있게.

마음이 말랑해진다.

나는 아직 세상에 순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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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힘
원재훈 지음 / 홍익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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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항상 외롭다 말하고, 힘겹다 표현한다.

때때로 가족도 부부도 그 외로움이나 힘겨움을 나눠줄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은 깊은 골을 만들고 고독이라는 무미건조한 표현으로

마무리 된다.

사람은 누구나 고독하다... 그래서 그 고독을 안아줄 용기가 필요하다.

 

"고독의 힘 (원재훈 지음, 홍익출판사 펴냄)"을 만났다.

표지 속 빨간 벽에 기대선 선인장을 보며 '너도 고독하냐?' 혼자 물었다.

 

1부 - 누구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2부 - 바다가 어두울수록 등대가 빛난다

3부 -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어라

4부 - 고독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행복이다

로 나뉘어 읽으며 나 스스로에게 질문과 답을 하며 그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우리의 불행은 거의 모두가 자신의 방에 남아 있을 수 없는 데서 온다." -p.14

파스칼이 남긴 잠언 중 이런 부분이 있다고 한다.

고독의 시간이 두려워 나 역시 어딘가에 속해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학교나 직장

또는 동호회 등을 기웃거리며 나 혼자만의 방을 외면했던 적이 있다.

홀로 있는 그 시간이 견디기 힘들고, 외로워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를

돌아보지 않았던 그 시간들... 아마도 내게는 고독을 즐기고 버티고, 견뎌낼 힘이 없었던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이 많아졌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삶에 치중해 정작 나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책장을 넘기다 저 글에서 멈칫했다.

'나만의 작업장... 나에게 그런 곳이 있었던가?'

SNS가 급속도로 발달하고 보편화되며 보여지는 삶에 대한 욕구가 커져가는 요즘 나는 나의

작업장 따윈 버려두고 다른 이들의 방을 기웃거리며 타인의 삶을 통해 인생의 평균점을 내고

있는지 모른다.

자유와 고독의 성.... 나도 그 성을 지을 나만의 작업장이 필요하다.

 


 문득 내가 쓰는 표현 중 슬픔이나 고통이 극에 달하면 입구도 출구도 없는 터널에 갇힌 기분이

든다는 표현이 떠올랐다. 그 터널 속에서 환한 빛이 있는 밖으로 나를 끄집어내줄 사람은 없다.

나 스스로 출구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걷고 보이지 않는 길을 찾으며 상처를 입어야 한다.

산과 같은 인생의 무게를 견디는 일은 나 혼자만 겪는 고통이 아니므로.

"우리 삶은 고독이라는 어둠 속에서 한층 더 견고하게 지켜진다." - p.91

 

3부 사랑에 빠질 수록 혼자가 되어라에서 소개된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인간관계를

고슴도치의 예에 빗대어 한 말이 자꾸 떠오른다.

"고슴도치들은 떨어져 있을 때의 추위와, 붙어 있을 때 가시에 찔리는 아픔 사이에서

갈등을 반복하다

결국 적당한 거리는 유지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 p.143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틈... 그 틈은 사랑이라는 관계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순 없다.

나와 당신의 사이 그리고 우리의 틈... 사랑의 깊이나 기간과 상관없이 오롯이 나를 향한

시간과 생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4부 고독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행복이다 라는 제목을 읽으며 나는 안도했다.

나의 고독이 혹시 마음의 병은 아닌가 종종 의심하곤 했었는데 어쩌면 나는 행복을 갈망하고

욕심을 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작가가 자신의 어릴적 외할머니 댁 추억을 얘기하는 장에서 나는 돌아가신 외할머니를

떠올렸다.

꼬마에서 중년에 이르는 오랜 시간 동안 추억은 그 자리에 멈춰 서 있는 듯하다.

어쩌면 지금 내게 고통이라 표현하는 이 모든 것들도 오랜 시간 후에는 추억과 함께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을 지도 모른다.

 

"평범한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도 이런 고독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루에 몇 분, 일주일에

몇 시간, 한 달에 하루 이틀 정도는 따로 빈칸을 만들어놓고 고독과 마주한다면 정신에

단백질이 보충되는 듯한 귀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달걀의 흰자위가 그렇듯이, 단백질은 신체의 근육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당신이 원하는 멋진 몸매를 위해 애써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처럼 건강한 정신을 위해

고독의 시간을 체험하라.

에리데 루카가 '고독의 단백질'이라고 한 말은, 고독을 위험한 시한폭탄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얘기다. 더 단단한 정신의 근육을 위해 즐거이 고독이라는

단백질을 섭취하는 당신이기를 바란다." -p.235

 

이제 고독은 내게 더이상 독이 아니다.

내 마음을 더욱 견고하고 강하게 만들 영양분으로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주재료인

것 같다.

고독의 힘으로 상처받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시간이 이렇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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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순례하다 - 건축을 넘어 문화와 도시를 잇는 창문 이야기
도쿄공업대 쓰카모토 요시하루 연구실 지음, 이정환 옮김, 이경훈 감수 / 푸른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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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고독과 행복의 경계에서 헤매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이던 어느 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가로등 불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창에 커튼을 칠까, 말까 고민을 하다 창을 통한 바깥 구경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일어나 앉았다.

소음이나 바람, 비나 불빛을 막아주기도 하고 때론 공포를 주기도 하는 창.

그 창(窓)에 대한 다양한 설명과 사진이 담긴 책을 만나 잠이 오지 않는 밤,

세계의 창을 구경하는 재미로 지루하고, 무의미한 밤 시간을 새삼 즐기고 있다.

 

 

"창을 순례하다 (도쿄공업대 쓰카모토 요시하루 연구실/쓰카모토 요시하루, 곤노치에,

노사쿠 후미노리 지음/푸른숲 펴냄)"는 단순한 건축 이야기가 아닌 창을 주제로 다양한

문화와 도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건축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내게 책 속에 등장하는 알바 알토나 르 코르뷔지에 등을 낯설었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28개 나라, 76개 도시, 139개 장소에서 발견한 창은 매우 흥미로웠다.

"창문은 라이프스타일이다"

책 뒤에 정의한 이 말이 처음에는 '뭐지?'라는 의문을 갖게 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창은... 삶의 모습이며 도시의 문화를 결정짓는 것이라는 설명이 옳다.

 

 

책은 크게 세 분류를 하여 그 분류를 다시 세분화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1. 빛과 바람 (빛이 모이는 창, 빛이 흩어지는 창, 조각하는 창, 빛이 가득한 방, 그늘 속의 창,

바람 속의 창, 정원 안의 창)

2. 사람과 함께 (일하는 창, 드나드는 창, 앉는 창, 잠자는 창, 구경하는 창)

3. 교향시 (이어지는 창, 중첩하는 창, 창 속의 창)

 

 

나에게 창은 그저 환기나 채광에 목적을 둔 것이라고만 여겨졌는데, 그들의 분류는 참으로 다양하고

쓰임과 나뉨이 정확했다.

또한 각 분류 속에 소개된 창들은 각 나라의 문화나 특성이 담겨져 그곳에 관습이나 기후, 풍토 등을

알게 한다.

외부와 내부의 경계인 창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는 호텔이나 도서관, 카페나 상점 등 뿐 아니라

개인의 취향이 그대로 담긴 주택이나 아파트 등으로 옮겨지며 끊임없이 이어진다.

 

"창은 내부와 외부 사이에 일종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창으로 들어오는 빛은 이 깊이에서 잠시

정지하듯 맺혀 질감의 향연을 만들어낸다. " - p.35

 

 

두꺼운 벽을 뚫어 안과 밖을 연결하는 창과 사람과 함께 일을 하기위해 밖으로

내달아 놓은 창...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세상과 소통하는 연결고리같은

것이다.

우리의 떡볶이 가게가 소개된 페이지를 한참이나 들여다 보았다.

어느 동네나 비슷비슷한 모양을 갖춘 가게의 창들... 저 창을 열고 주문을 하고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정겨움이 떠올랐다.

 

"기후나 종교와는 관계없이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일하는 창'은 세계 공통

언어와 같다." - p.161

 

 

우리의 한옥이 소개된 페이지 역시 나에게 많은 추억을 불러 일으켰다.

ㄷ자 한옥에 살던 외할머니의 집에서 보았던 창호지를 바른 방문이나 들창 그리고

안방과 마당을 잇는 불투명한 창에 가위로 오려낸 한지와 마른 꽃잎을 붙여  빛이

들어올 때마다 신기한 빛의 무늬가 방 안에 가득 담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른 나라의 창 중에는 창호지가 아닌 나무로 채광이나 통풍, 에어컨의 역할을 대신

하는 것들이 있다는데 사진이나 설명보다 직접 가서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때때로 빨래를 말리기 좋은 창을 만나기도 하고, 외출이 자유롭지 못한 여성들이

사는 나라의 은밀한 창을 만나기도 했다.

아픈 누군가에게 위로를 주고, 바깥 풍경을 즐기기 위한 창도 있었는데 쓰임과 용도는

다르지만, 창을 통한 소통은 모두 같은 의미였다.

 

 

"일반적으로 잠은 사방이 막힌 아늑한 느낌이 드는 곳에서 잔다. 만약 이처럼 사람이 들어갈

충분한 깊이와 공간이 있는 창이 있다면 이를 '잠자는 창'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 p.239

 

어릴적 요한나 슈피리의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읽으며 아름다운 창을 만났던 기억이 난다.

부모를 잃고 이모 손에 이끌려 할아버지 집으로 오게 된 하이디는 낯선 시골 집에서 밤을

맞이한다.

무뚝뚝한 할아버지는 천장 밑 다락같은 곳에 마른 풀로 침대를 만들어 하이디의 방을 꾸며주는데

그 아이의 방에서는 별이 보였다.

사방이 막힌 아늑한 곳은 아니였지만, 거실이나 부엌과 분리된 공간이고 사다리처럼 생긴 계단을

빼곤 하이디를 외부와 연결시키는 통로는 지붕을 향해 뚫린 창 뿐이었다.

 

이제 나의 창 순례는 끝이 났다.

빛과 바람이 드나들고 사색의 공간, 오롯이 나 혼자만 즐길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나에게 창의 의미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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